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23화: 보이지 않는 균열

넥서스 타워 70층. 에테르 시티의 첨단 중추를 이루는 이 건물은 오늘, 차가운 금속 내벽이 발산하는 푸른빛만큼이나 얼어붙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고요했지만, 공기 중에는 미세한 전류처럼 날카로운 긴장감이 흘렀다. 격리 연구실 ‘오메가 큐브’ 입구는 이미 노란색 홀로그램 통제선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한, ‘절대’의 장벽이 그곳에 있었다.

“류신 님, 도착하셨군요.”

강하율 수사관이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평소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던 그녀였다. 회색빛 재킷 아래로도 팽팽한 긴장이 느껴졌다.

류신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들어 연구실 입구를 스캔했다. 오메가 큐브. 겉보기엔 그저 매끄러운 티타늄 합금 벽으로 된 직사각형 방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방의 벽은 단순한 합금이 아니라는 것을. 수십 년 전, 어떤 재난으로부터 중요한 샘플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분자 단위로 재조합 가능한 ‘퀀텀 바인더’ 소재로 이루어진 완벽한 밀폐 공간이었다. 이 방은 열릴 수 없었다. 적어도 외부에서는.

“상황 보고해.” 류신의 목소리는 감정 한 조각 없이 건조했다. 언제나처럼 그의 눈은 날카로운 렌즈 같았다.

“피해자는 한서진 박사입니다. ‘프로젝트 키메라’의 핵심 연구원이었죠. 오늘 아침 08시 00분, 보안 시스템은 이상 없음을 알렸고, 08시 15분, 박사가 연락 두절되자 동료들이 비상 개방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수단으로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외부에서 퀀텀 바인더 재결합 코드를 강제 해제하는 데 성공한 것은 10시 00분입니다. 두 시간 동안 완벽하게 밀폐된 상태였습니다.”

하율의 얼굴에 어둠이 깔렸다. “사망 원인은 신경 독소에 의한 심장 마비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방 안에서 독극물 주입 장치나 독소 자체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방은 내부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코드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밀실 살인이군요.” 류신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이미 홀로그램 통제선을 넘어, 오메가 큐브 내부를 꿰뚫고 있었다.

“네, 그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밀실입니다. 퀀텀 바인더 벽은 외부 충격은 물론, 극단적인 온도 변화, 방사능 노출에도 꿈쩍 않습니다. 내부와 외부 사이의 물질 이동은 불가능에 가깝죠. 공기조차도 특수 필터 시스템을 통해서만 순환됩니다. 벤틸레이션 시스템 전체를 해체해봐도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침입의 흔적은커녕, 외부에서 손톱만큼의 간섭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감지되었을 겁니다.”

하율의 설명을 들으며 류신은 큐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미 수십 명의 감식반 요원들이 정밀 스캔과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그들을 통과하는 그림자처럼 유유했다.

한서진 박사는 퀀텀 바인더로 된 책상에 엎드린 채 발견되었다. 그의 손가락은 아직 데이터 패드 위에 얹혀 있었고, 얼굴은 편안하게 잠든 듯 보였다. 격렬한 저항이나 고통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방 안은 깔끔했다. 모든 장비는 제자리에 있었고, 흐트러진 물건 하나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았다.

류신은 시신을 훑어본 후, 방의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 하나, 벽면에 반사되는 조명의 각도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창문은 없습니까?” 그가 물었다.

“이곳은 70층입니다. 물론 없습니다. 외부를 감상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패널만 있을 뿐이죠.” 하율이 대답했다.

류신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한서진 박사의 책상 위 데이터 패드를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패드 화면에는 복잡한 나노 회로 구조도가 떠 있었다. ‘프로젝트 키메라’의 연구 자료일 터였다.

“이 방은 외부에서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았다고 했지.” 류신이 말했다.

“네. 오직 내부에서만 생체 인식 잠금과 코드 입력을 통해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박사는 사망 전까지 방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은… 박사에 의해 내부에서 잠겼습니다. 혹은 잠겨진 채로 유지되었습니다.”

류신은 퀀텀 바인더 벽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표면은 매끄럽고 완벽했다. 이 소재는 분자 단위의 결합력이 너무 강력해서, 물리적인 힘으로는 해체할 수 없었다. 오직 특정 주파수의 에너지 신호로 분자 결합을 일시적으로 이완시키고 재조합해야만 개폐가 가능했다. 그게 이 오메가 큐브의 설계 원리였다.

“피해자의 마지막 행적은?”

“사망 추정 시각 직전까지, 박사는 이 데이터 패드에서 작업 중이었습니다. 동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원격 회의에도 참석했죠. 모두 사망 10분 전까지의 기록입니다. 그 후, 모든 통신이 끊겼습니다.”

류신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그의 눈은 방의 특정 지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한서진 박사가 앉아있던 책상 바로 위쪽의 천장 코너였다.

“감식반, 이쪽 벽면과 천장 모서리 부분을 재조사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에너지 잔류 흔적이나 미세한 물질 변형을 찾아야 해.”

감식반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류신의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새로운 스캔 장비를 들고 다가가자, 류신은 손가락으로 공중에 무언가를 그렸다.

“이 방은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던 게 아니다.” 류신의 목소리가 큐브 안을 울렸다. “적어도 살인 순간만큼은.”

하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류신 님, 모든 스캔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흔적을 찾으려면, 그 흔적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알아야지.” 류신은 천장을 가리켰다. “퀀텀 바인더는 분자 단위로 재조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방의 문은 물론, 벽과 천장 전체가 같은 소재로 되어 있어.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최고 등급의 보안을 위해….”

“그렇다면, 문과 같은 원리로 벽이나 천장 역시 일시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류신이 말을 이었다. “물론, 외부에서 문을 개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겠지. 하지만 살인자는 그 방식을 알고 있었던 거야.”

하율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설마… 벽을 통과해서…?”

“단순히 벽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다.” 류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 방은 연구 목적상, 외부와의 물질 교환이 완벽히 차단된 상태여야만 한다. 하지만… 혹시 이 퀀텀 바인더 시스템에, 외부에서 정밀하게 분자 결합을 이완시킬 수 있는, 그러나 보안 시스템에는 감지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유효한 틈을 만들 수 있는 ‘비인가 프로토콜’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율은 숨을 들이켰다. “비인가 프로토콜이요? 그런 건 설계 문서에도 없….”

“그래, 설계 문서에 없으니 찾지 못했겠지.” 류신은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 방이 만들어진 초기의 목적을 떠올려 봐. 중요한 물질을 격리하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아주 미세한 샘플만이라도 외부로 추출하거나 주입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수도 있어. 그때를 위한 비상용 ‘미세 홀딩 프로토콜’ 같은 게 있었을 가능성. 아주 짧은 시간,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하여 벽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을, 마치 물처럼 유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능 말이야.”

류신은 다시 천장의 모서리를 가리켰다. 그때였다. 감식반 요원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발견했습니다! 천장 모서리 퀀텀 바인더 표면에서 극미량의 ‘시냅스 교란 독소’ 잔류 입자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직경 2밀리미터 정도의… 한순간의 왜곡 흔적 같은 것이…!”

류신의 눈이 빛났다. “예상대로군. 2밀리미터. 그 정도면 충분하다. 아주 정교하게 조작된 소형 발사체가 독소를 주입하고, 완벽하게 밀폐된 벽을 통해 회수될 수 있는 크기야.”

“하지만 어떻게…?” 하율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리 퀀텀 바인더라도, 그런 정밀한 조작을 감지 못할 리가….”

“보안 시스템이 감지하지 못한 게 아니다. 감지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거나, 혹은 살인자가 그 감지 시스템의 맹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거지.” 류신은 한서진 박사의 시신을 다시 한번 응시했다. “한서진 박사는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저항하지 못했다. 이는 독소가 순식간에 작용했거나, 혹은 박사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공격받았다는 뜻이다. 저 천장 모서리는 박사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가장 쉬운 사각지대지.”

그의 눈빛은 마치 진실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내는 메스 같았다.

“살인자는 이 방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칼날로 한서진 박사의 심장을 꿰뚫었어.” 류신은 차갑게 선언했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그 칼날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그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지다.”

넥서스 타워 70층의 밀폐된 큐브 안, 보이지 않는 균열을 통해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밀실 살인의 트릭은 이제 막 그 베일을 벗기 시작한 참이었다. 진범이 숨어 있는 어둠 속으로, 류신은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