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27번 격리 섹터, ‘아스타르 제7 정화소’의 외곽은 예상보다 더욱 견고했다. 카엘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거대한 구조물은 마치 죽은 거인의 뼈대처럼 웅장하면서도 불길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옆에 웅크린 레나를 돌아봤다.

“감지된 경계는 예상과 동일합니다, 대장님. 주황색 등급. 감시망은 규칙적이고, 순찰 경로는… 젠장, 새로운 경로가 추가됐습니다.” 레나가 손목의 홀로패드를 재빨리 조작하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카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어느 방향이지?”

“서쪽 외벽. 5분 간격으로 병력 증강이 탐지됩니다. 아무래도 저번 43번 섹터 공습의 여파인 듯합니다.” 레나는 고개를 젓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안 그래도 악명 높은 곳인데, 더욱 빡빡해졌네요.”

“예상했던 일이다.” 카엘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우리의 목표는 그들이 모르는 심층부다. 류, 너는?”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류가 날렵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바람의 흐름, 지열 신호. 모두 양호합니다. 굴절 위장막은 완벽해요. 제국 병사들은 제 그림자조차 보지 못할 겁니다.”

“좋아. 레나는 후방 지원, 류는 선두에서 길을 뚫어라. 나는 류의 후방을 맡는다. 최대한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움직여라.” 카엘의 지시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거대한 정화소의 외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류는 작은 돌멩이 하나 놓치지 않고 밟을 자리를 계산하며 나아갔고, 레나는 끊임없이 제국의 감시망을 교란하며 경로를 업데이트했다. 카엘은 언제든 총을 꺼낼 준비를 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얇은 위장막이 그들의 몸을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제국의 기술력은 언제나 한발 앞서 있었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었다.

“왼쪽 위, 고해상도 열감지기입니다.” 레나의 경고가 귀에 꽂혔다. “3초 후 활성화됩니다!”

류는 벽에 바짝 몸을 붙이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등 뒤로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감지기가 허공을 훑고 지나갔다. 카엘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단 한 발자국만 늦었어도 발각될 뻔했다. 이런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폐쇄된 환풍구 통로에 도착했다. 녹슨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레나가 홀로패드를 문에 밀착시키자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철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안에서는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여기로 진입한다.” 카엘은 가장 먼저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섰다. 좁고 어두운 통로였다. 빛 한 줄기 없는 암흑 속에서 오직 그들의 발소리와 숨소리만이 울렸다. 이따금씩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계음이 그들의 긴장감을 더욱 조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통로 끝에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이 보였다. 류가 손을 들어 멈춤 신호를 보냈다. 그는 문에 귀를 대고 잠시 기다리더니,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안에서 움직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규칙적이면서도 둔탁한 진동음.”

카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으로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레나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안에서 펼쳐진 광경에 숨을 들이켰다.

거대한 공간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투명한 기둥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기둥 안에는 각각 사람의 형상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발가벗겨진 채, 무수한 관에 연결되어 있었다. 희미한 생체 신호만이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몸을 지탱할 힘조차 없는 듯, 그들은 마치 식물처럼 기둥 안에 박혀 있었다.

“이게… 대체…” 레나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정화’의 실체였군.” 카엘의 목소리는 분노로 낮게 깔렸다. 그들의 임무는 제국이 개발 중인 새로운 에너지원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마 그 에너지원이, 인간의 생명을 갈취하는 것이었을 줄이야.

“대장님, 저기 중앙 제어판.” 류가 손가락으로 거대한 홀로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에는 복잡한 데이터와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것들을 조작해서… 생체 에너지를 추출하고 있는 겁니다.”

“데이터를 뽑아내야 해.” 카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증거가 있다면, 제국의 만행을 전 우주에 폭로할 수 있다.”

레나는 자신의 장비를 들고 중앙 제어판으로 향했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전문가답게 콘솔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요. 매일 수백 명의 생명력이… 이 시설 하나에서… 젠장!”

그 순간이었다.
삐빅-!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어둠을 갈랐다.

“젠장, 내가 뭘 건드렸지?” 레나가 경악한 얼굴로 콘솔을 바라봤다. “경보 시스템이 연동되어 있었어! 은폐된 센서에 노출된 것 같습니다!”

“망할!” 카엘은 즉시 총을 빼 들었다. “류, 출구 확보! 레나는 데이터 전송 즉시 빠져나와!”

콰앙!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제복의 제국 충격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헬멧에 달린 조명등이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반란군이다! 사살하라!”

수십 발의 에너지탄이 허공을 갈랐다. 류는 재빨리 몸을 굴려 엄폐물 뒤로 숨었다. 카엘은 그의 뒤를 따르며 정확하게 두 명의 병사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병사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들은 맹렬하게 총격을 가하며 전진했다.

“레나, 얼마나 남았지?!” 카엘이 외쳤다.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에너지탄이 뒤편의 벽을 녹였다.

“40%… 젠장, 너무 느려요! 암호화 때문에!” 레나는 총격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녀의 손은 피아노 건반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류는 민첩하게 기둥 사이를 오가며 병사들을 교란했다. 그의 단검이 번개처럼 날아들어 병사 한 명의 목에 박혔다. 하지만 병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강력한 에너지 방어막을 두른 중장갑 병사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장님, 후퇴해야 합니다! 이대로는…!” 류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카엘은 병사들의 총격에 밀려 뒤로 물러섰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절망적인 광경을 보았다. 거대한 기계 장치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실루엣, 그리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달려드는 제국의 병사들.

“젠장, 아직은 안 돼!” 카엘은 이를 악물었다. “레나, 마지막이다! 지금 당장!”

그 순간, 거대한 홀로스크린에 ‘전송 완료’라는 메시지가 깜빡였다.

“대장님, 됐습니다! 데이터 전송 완료!” 레나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녀는 곧바로 장비를 챙겨 몸을 일으켰다.

“좋아, 이제 후퇴한다! 류, 엄호해!” 카엘이 소리쳤다. 그는 레나를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갑자기 측면에서 쏟아지는 집중 사격에 발이 묶였다. 중장갑 병사들이 그의 퇴로를 막았다.

“젠장, 이쪽이 막혔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류가 외쳤다. 그는 거대한 기둥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의 손에는 연막탄이 들려 있었다. “대장님, 레나! 먼저 가세요!”

류는 연막탄을 터뜨리며 병사들의 시야를 가렸다. 뿌연 연기 속에서 병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그 틈을 타 카엘은 레나를 끌고 옆 통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류의 등 뒤에서, 거대한 중장갑 병사 한 명이 마치 그림자처럼 연기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에너지 도끼가 섬광처럼 번뜩였다. 류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

“류!” 카엘의 절규가 정화소 안에 울려 퍼졌다.

도끼는 류의 어깨를 강타했고, 그의 몸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는 차가운 금속 바닥에 떨어지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병사들이 류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안 돼! 류!” 레나가 뒤돌아보려 했지만, 카엘이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멈춰, 레나! 지금 돌아가면 모두 죽는다! 류의 희생을 헛되이 할 셈이냐!”

카엘의 눈빛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류를 두고 갈 수 없다는 고통스러운 사실에 이를 악물었다. 레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뒤에서는 총성이 빗발쳤다.

그들은 도망쳐야 했다. 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제국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류가 잡히는 그 순간, 그들이 확보한 모든 정보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예감이 카엘의 머릿속을 스쳤다.

“젠장…!”

카엘은 레나를 끌고 좁은 통로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는 류의 비명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맹렬한 총성과, 철문이 닫히는 육중한 굉음만이 그들의 귓가를 찢을 뿐이었다.

과연 그들은 이 지옥 같은 시설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류는… 류는 어떻게 될까? 카엘은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손에 쥐어진 데이터 단말기를 꽉 쥐었다. 이것만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류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