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잿빛 골짜기의 심연

카인의 폐부는 잿빛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쇳내와 흙내, 그리고 이름 모를 축축한 악취가 뒤섞인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그의 손에 들린 곡괭이는 이미 수십 년은 족히 넘었을 낡은 광물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이곳, 잿빛 골짜기의 심장부에서, 그는 날마다 죽어갔다.

아스모데아 제국은 거대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흑요석 첨탑들이 수도의 위용을 자랑했다. 황제의 이름은 대지 위에 깔린 족쇄처럼 백성들의 삶을 짓눌렀다. 제국은 광물을 요구했고, 우리는 그 요구에 따라 땅속 깊이 파고들었다. 끝없이, 멈추지 않고.

“카인, 잠깐 쉬어가라. 네 꼴이 말이 아니다.”

늙은 광부 제이슨이 허물어진 돌벽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얼굴은 석탄 가루와 주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카인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랜턴 불빛 아래에서 겨우 주저앉았다. 희미한 불빛은 갱도 저편의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고, 그 어둠 속에서 마치 무언가가 숨 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쉬어가고 싶어도, 내일 닥쳐올 할당량을 생각하면 잠시도 눈을 붙일 수가 없네.”

카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제국은 날마다 할당량을 높였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광물을 요구했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불경죄’라는 명목으로 끌려갔다. 끌려간 이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또, 며칠 전에는 젊은 마르쿠스도 사라졌지. 밤마다 광산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중얼거리더니….”

제이슨의 목소리에 진득한 공포가 묻어났다. 어둠 속에서 광부들은 때때로 이상한 것을 보거나 들었다. 형체가 없는 그림자가 시야를 스치고, 멀리서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밤마다 꾼 꿈에 대해 중얼거렸다. 꿈속에서 모든 별이 죽고, 거대한 눈동자가 온 우주를 응시하고 있었다고. 그 꿈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하나같이 며칠 밤낮을 잠 못 이루며 떨었다.

카인도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위협을 느끼곤 했다. 특히 깊은 갱도에서 발견되는 ‘밤의 광물’ 때문이었다. 흑요석처럼 검고, 미세하게 푸른빛을 띠는 그 광물은 만질 때마다 손끝이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처럼 미약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 광물은 제국이 가장 탐내는 것이었고, 가장 많은 할당량이 매겨졌다. 그 광물을 캐낼 때마다 카인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그만 쉬었으면 다시 일해야지? 황제 폐하의 자비로운 통치가 너희를 게으름뱅이로 만들지 않도록, 나는 너희를 부지런히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비릿한 목소리에 카인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랜턴 불빛 아래, 비대한 몸집의 대장 바르데가 서 있었다. 번쩍이는 황금 제복은 잿빛 골짜기의 모든 것과 이질적이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채찍이 매달려 있었고, 콧수염을 비튼 그의 얼굴에는 탐욕과 잔인함이 번들거렸다.

“대장 바르데!”

카인과 제이슨은 황급히 일어섰다. 바르데는 힐끗 우리를 내려다보더니, 쇠약한 제이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늙은이는 쓸모가 없지. 제이슨, 너는 지난주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더군.”

“하지만 대장님! 제가 며칠 동안 열병에 시달려서…!”

제이슨이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역력했다. 끌려가는 광부들의 비명소리가 잿빛 골짜기의 오래된 동굴 속에 아직도 메아리치고 있는 듯했다.

“변명은 필요 없다. 불경한 자에게는 오직 처벌뿐! 병사들!”

바르데의 손짓 한 번에 뒤따라온 두 명의 제국 병사가 제이슨에게 달려들었다. 강철 갑옷으로 무장한 그들은 거친 손으로 제이슨을 움켜쥐었다. 늙은 광부의 몸은 깃털처럼 가볍게 들려 올라갔다.

“안 돼! 제이슨 아저씨!”

카인이 다급히 외쳤으나, 병사들은 묵묵히 제이슨을 끌고 갱도 입구 쪽으로 사라졌다. 제이슨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멀어질수록 카인의 가슴속에는 무언가가 들끓었다. 불경죄. 제국이 우리를 옭아매는 가장 잔인한 족쇄. 우리는 그저 먹고살기 위해 광물을 캤을 뿐인데, 제국은 우리의 삶마저도 재물로 요구했다.

“다음은 누구일까? 너일 수도 있고, 아니면 네 가족일 수도 있지.”

바르데는 카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시선은 카인의 눈을 꿰뚫는 듯했다. 카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죽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죽음과 공포 속에서, 카인의 마음속에 서서히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밤, 잿빛 골짜기의 작은 오두막들이 어둠에 잠겼을 때, 카인은 광부 휴게실 뒤편의 허름한 창고로 향했다. 낡은 문을 열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안에는 몇몇 광부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모두가 지쳐 보였지만, 그들의 눈에는 절망과 함께 처음 보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카인, 왔구나.”

가장 나이가 많은 광부, 한스가 침침한 랜턴 불빛 아래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피로에 절어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제이슨 아저씨가 끌려갔습니다. 오늘은 제이슨 아저씨지만, 내일은 우리 중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고요.”

카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어떤 쇳소리보다 단단했다. 다른 광부들의 시선이 카인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분노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래, 카인의 말이 맞아. 이렇게 죽어가느니, 한 번쯤은 맞서 싸워야지.”

젊은 광부 에릭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 앉은 광부, 멜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낡은 도끼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제국은 너무나 거대해. 우리는 겨우 이 작은 광산촌에 갇힌 광부들일 뿐이야. 병사들의 무기도 제대로 상대할 수 없어.”

한숨 섞인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현실이었다. 제국의 군대는 강했고, 우리의 무기는 고작 곡괭이와 삽이었다. 하지만 카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약하지만, 제국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카인이 말했다. 그는 바닥에 고여 있는 흙탕물을 발로 툭툭 찼다.

“밤의 광물. 그 검은 광물이 제국의 가장 큰 욕망입니다. 그 광물에는 분명 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광물이 나오는 갱도의 가장 깊은 곳… 저도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하지만 인간의 것이 아닌… 그런 소리요.”

모두의 얼굴에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들은 모두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껴왔다. 갱도의 깊은 곳에서 풍겨오는 기묘한 악취,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정체 모를 빛. 그것들은 분명 제국이 광물을 요구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었다.

“제국이 이 밤의 광물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제이슨 아저씨를 비롯해 사라진 광부들은 정말 ‘불경죄’로 처벌받은 걸까?”

카인의 질문은 창고 안에 무거운 침묵을 불러왔다.

“제국은 우리를 노예처럼 부립니다. 우리의 피와 땀을 짜내어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죠.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제국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 겁니다.”

카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랜턴 불빛 아래, 그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흔들렸다.

“이 잿빛 골짜기에서, 제국의 어둠에 맞서는 불꽃을 피웁시다.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불꽃일지라도, 언젠가는 제국의 거대한 어둠을 태워버릴 수 있을 겁니다.”

광부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참의 침묵 끝에, 한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늙은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좋다, 카인. 이 늙은이도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지. 이 지긋지긋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찾아보자고.”

그의 말에 다른 광부들도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였다. 절망의 그림자 속에서, 아주 작지만 확실한 반란의 불씨가 잿빛 골짜기 깊은 곳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들이 맞서 싸울 것이 단지 부패한 제국만이 아니라는 것을. 제국의 어둠 밑에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