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챕터 1: 폐허 속의 그림자**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도시의 잔해가 흉터처럼 늘어서 있었다. 녹슨 철골은 부러진 뼈대 같았고, 깨진 유리창들은 텅 빈 눈동자처럼 세상을 응시했다. 마지막 비가 내린 것이 언제인지조차 가물가물한 메마른 거리에는 먼지만이 춤을 추고, 이따금 스산한 바람이 썩어가는 악취를 실어 날랐다. 이곳은 인간의 시대가 끝난 후, 모든 것이 멈춰버린 거대한 무덤과도 같았다.

지후는 낡은 배낭을 고쳐 메고 폐허가 된 슈퍼마켓 입구에 섰다. 텅 빈 진열대와 엎어진 카트, 그리고 바닥에 말라붙은 붉은 얼룩들. 이곳은 한때 풍요로웠던 인간 문명의 씁쓸한 박물관이었다. 생존자 캠프의 식량 비축분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 이제는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바깥으로 나와야 했다. 어딘가에서 찾아낸 깡통 하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과자 부스러기라도 가져가지 않으면 오늘은 굶주린 이웃들의 원망 섞인 시선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자, 침묵만이 그를 맞았다. 으스스한 정적은 오히려 위험의 징조였다. 너무 조용한 곳은 대개 그들, 움직이는 시체들이 먹잇감을 기다리는 사냥터였다. 지후는 벽에 걸려있던 녹슨 소방도끼를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젠장, 아무것도 없잖아…”

얼마나 헤매었을까. 먼지 쌓인 선반을 뒤지고, 쓰러진 냉장고를 살폈지만 먹을 만한 것은커녕 물 한 모금도 찾을 수 없었다. 절망감이 목구멍을 조여왔다.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해가 지면 이 도시는 그들의 세상이 된다. 어둠은 그들에게는 은신처였고, 인간에게는 죽음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 안쪽, 어둠 속에 잠긴 창고에서 ‘끄으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후의 심장이 발끝까지 쿵 떨어졌다. 그들이었다. 한 마리일까, 아니면 무리일까? 도망칠까? 아니,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면…

지후는 심호흡을 하고, 도끼를 고쳐 쥐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창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은 낡은 경첩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틈새로 보이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역겨운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문이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썩어가는 살점, 찢어진 옷가지, 그리고 광기에 물든 눈. 일반적인 ‘워커’였다. 지후는 본능적으로 도끼를 휘둘렀지만, 그 워커는 예상보다 빨랐다. 지후의 팔을 잡고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들었다. 워커의 입에서 구역질 나는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크악!”

악력이 엄청났다. 워커의 손가락이 지후의 팔을 파고들었다. 이대로 물린다면 끝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워커를 밀어냈다. 도끼를 내려쳐 보았지만, 워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후의 목덜미를 노리고 고개를 숙였다. 날카로운 이빨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죽음이 코앞이었다.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렇게 끝인가.

그때였다.
갑자기, 워커가 퍽 소리와 함께 옆으로 날아갔다. 마치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벽에 부딪히며 몸이 터져 나갔다. 붉고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지후는 눈을 비비며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워커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 뇌수가 바닥에 흥건했다.

그를 구해준 건… 누구지?
지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스르르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길고 검은 그림자. 하지만 분명한 실루엣은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다만, 피부는 잿빛처럼 창백했고,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있었다. 옷은 다 헤져 너덜거렸지만, 워커들처럼 완전히 썩어 문드러지지는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와 같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단단하고,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눈이었다. 핏발 선 워커들의 눈과는 달리, 그 그림자의 눈은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듯했다. 마치… 검은 보석 같았다. 그리고 그 눈에는 광기 대신, 차가운 지성이 서려 있는 듯했다.

지후는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감. 하지만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경외감이 그의 심장을 옥죄어왔다. 저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종류의 변종인가? 아니면… 진화한 워커?

그 존재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지후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 마치 그의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지후는 도끼를 쥔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도망쳐야 했다. 이성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발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걸까.

그 존재는 지후의 어깨 너머, 방금 쓰러진 워커를 한 번 흘깃 보았다. 그리고 다시 지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지후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 존재의 손.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나 있었고, 손목에는 검고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은… 방금 워커를 날려버린 것에 비해 너무도 깔끔했다.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았다.

그 존재는 천천히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어둠 속에서 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유령 같은 움직임이었다. 지후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시선은 그 존재의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눈동자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그 존재는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 동작은 놀랍도록 인간적이었다. 광기에 찬 워커들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움직임.
그리고…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억눌린 한숨 같기도 하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 같기도 한. 폐허의 정적 속에서 그 소리는 묘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살아… 있군.”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지후는 얼어붙었다. 목소리였다. 인간의 언어였다!
쉰 목소리, 마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굳어버린 성대에서 억지로 짜내는 듯한 소리. 하지만 분명히, 인간의 언어였다. 그 존재가 인간의 말을 하다니! 이성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공포와 경외심, 그리고 이제는 경악이 뒤섞여 그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 존재는 다시 지후를 꿰뚫어 보았다. 그 검은 눈동자 속에는 미미한 슬픔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존재는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애초에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지후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그의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었다.
워커의 피가 튀어 얼룩진 벽, 그리고 아직도 꿈틀거리는 워커의 잔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방금… 뭐였지?”

지후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뇌리에는 오직 그 존재의 검은 눈동자와, 텅 빈 폐허 속을 울렸던 쉰 목소리만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살아… 있군.’
그것은 경고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확인?
지후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폐허 속에서 그를 구해준 미지의 존재가, 평범한 워커와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지후의 메마른 세상은 알 수 없는 균열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속에는 공포와 동시에, 강렬한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독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금지된 질문이 떠올랐다.
저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자신을 구해준 것인가?
그 질문은 폐허의 정적 속에서 메아리쳤다.
지후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