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6 우주정거장, 아라크네. 은빛 복도가 무중력 상태로 길게 뻗어 있었다. 유리 너머로 푸른 지구가 아득히 빛났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냉기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사건이 가져온 기묘한 정적 때문이었다.

“국장님,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수사팀장 박 경감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말은 공기 중으로 사라지지 않고, 미약하게 진동하는 무중력 복도를 맴돌았다. 앞선 그의 어깨를 밀고 가볍게 떠오른 이는 ‘케이’였다. 헐렁한 감색 점프슈트 차림의 그는 느릿하게 안경을 고쳐 쓰며 주변을 훑었다. 그의 뒤를 따라 노트북을 든 조수 지아가 유령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말도 안 된다니, 어떤 점에서요?” 케이의 목소리는 항상 무미건조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불가사의가 그에게는 그저 시시한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는 듯.

“피해자는 닥터 엘리야입니다. 제노보타니(외계 식물학)의 권위자죠. 발견 당시, 이 ‘무중력 연구실’ 안에 혼자였습니다. 모든 생체인식 잠금장치는 멀쩡했고,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연구실은 ‘양자 간섭장’으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박 경감이 연구실을 가리켰다. 투명한 강화 아크릴 너머로 보이는 연구실 내부는 정돈된 무중력 상태였다. 알록달록한 외계 식물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중앙에는 엘리야 박사의 시신이 둥실 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몸은 내부 장기가 파열된 듯 심하게 부어 있었다.

“양자 간섭장이라….” 케이가 중얼거렸다. “그게 뭔데요?”

지아가 그의 질문에 즉각 반응했다. “물리학적으로, 어떤 물리적 물체도 그 장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케이. 최소 단위의 나노봇조차도요. 일종의 ‘비물질 장벽’입니다. 순수 에너지로 이루어져서 빛은 통과하지만, 질량을 가진 것은 어떤 것도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흐음.” 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살인 무기는요?”

“없습니다. 연구실 안팎 모두 샅샅이 뒤졌지만, 그 어떤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발사된 흔적도, 내부에서 제조된 흔적도 없습니다. 모든 센서 기록에는 엘리야 박사 외의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장벽에 충격을 준 에너지파조차도요.” 박 경감의 목소리에는 좌절감이 묻어났다.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밀실 살인입니다.”

케이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는 양자 간섭장으로 둘러싸인 연구실을 잠시 응시하더니, 연구실 안으로 진입했다. 무중력 장화가 바닥에 미끄러지듯 닿았다. 그는 엘리야 박사의 시신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외계 식물들 사이를 천천히 유영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이나 벽이 아닌, 아주 작은 것들에 멈췄다.

“이 식물은… ‘아스트랄리아 켈피’로군요.” 케이의 손가락이 연보라색 잎사귀를 스쳤다. 마치 심장이 뛰듯 잎맥이 느리게 움직이는 아름다운 식물이었다. “희귀종인데, 여기 연구실에 몇 개나 있습니까?”

“저게 전부입니다.” 지아가 홀로그램 자료를 띄웠다. “닥터 엘리야가 이 식물의 특이한 ‘공명 주파수’를 연구 중이었습니다. 특정 음파에 반응하여 성장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고 하더군요.”

케이는 아스트랄리아 켈피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연구실 한쪽 벽에 설치된 원형 장치에 멈췄다. 그것은 ‘음파 공진기’였다.

“음파 공진기… 식물 생장 촉진용이라고 했죠?” 케이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연구실 내의 특정 주파수를 조절해서 식물의 성장을 돕는 장치입니다. 인체에 해로운 주파수는 출력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되어 있고요.” 박 경감이 설명했다.

케이는 음파 공진기를 빙글빙글 돌며 살펴보았다. 그 장치는 매끈한 크롬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표면에는 작은 스피커 구멍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박 경감님, 양자 간섭장은 모든 ‘물리적’ 침입을 막는다고 했습니다. ‘에너지’ 침입까지 막는다고는 안 했군요.” 케이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걸렸다.

박 경감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양자 간섭장은 빛과 같은 비질량 에너지파는 통과시킵니다. 그리고 음파는… 결국 공기의 진동, 즉 에너지 파동입니다.” 케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물론 양자 간섭장을 통과하면서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소실되겠지만, 특정한 주파수는 다릅니다.”

그는 다시 아스트랄리아 켈피를 가리켰다. “지아, 아스트랄리아 켈피의 ‘공명 주파수’ 데이터와 음파 공진기의 작동 기록을 분석해 보세요. 특히 사건 발생 시각의 기록을 자세히 보세요.”

지아는 능숙하게 노트북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케이, 믿을 수 없군요. 사건 발생 시각에 음파 공진기가 평소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로 작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파수는… 아스트랄리아 켈피의 가장 강력한 공명 주파수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보십시오, 박 경감님.” 케이가 설명했다. “엘리야 박사는 아스트랄리아 켈피의 공명 주파수가 다른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연구하지 않았던 겁니다. 살인자는 그 점을 이용했습니다. 양자 간섭장은 물리적 질량은 막지만, 특정 에너지 파동, 특히 양자 간섭장 자체와 ‘공명’하는 주파수의 에너지는 오히려 통과시켜 증폭시킵니다. 심지어 일반적인 통신망을 통한 조작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죠.”

“공진 주파수가… 증폭되었다고요?” 박 경감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네. 살인자는 연구실 외부에서, 표준 유지보수 포트의 데이터 링크를 통해 음파 공진기를 원격 조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스트랄리아 켈피에 최적화된, 그러나 인체에는 치명적인 공명 주파수를 발송한 겁니다.” 케이의 목소리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양자 간섭장은 그 주파수를 물리적으로 막는 대신, 마치 거대한 스피커처럼 증폭시켜 연구실 내부에 가득 채웠을 겁니다. 엘리야 박사의 몸속 장기들이 그 에너지 파동과 공명하여 파열된 거죠. 마치 초음파로 바위를 깨는 것처럼요.”

케이는 공중에 떠 있는 엘리야 박사의 시신을 흘깃 보았다. “아마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에 가득 찬, 자신의 연구가 불러온 죽음의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을 겁니다. 아스트랄리아 켈피는 그 주파수 속에서 가장 활발하게 자랐겠지만, 인간에게는 고통이었겠죠.”

지아가 추가 정보를 보고했다. “음파 공진기의 원격 제어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제6 우주정거장 내부의 특정 IP 주소에서 발송된 신호입니다. 살인자는 외부인이 아니라, 이 정거장 안에 있는 누군가입니다.”

박 경감의 얼굴은 경악과 전율로 얼룩졌다. “그럼, 살인 무기는 ‘소리’였던 겁니까? 그리고 밀실은… 오히려 살인자의 공범이었던 셈이고요!”

케이는 이미 흥미를 잃은 듯, 슬슬 연구실 문을 향해 유영하기 시작했다.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박 경감님. 다만 우리가 모르는 지식이 있을 뿐이죠. 특히 이런 첨단 기술이 가득한 곳에서는 말입니다.”

그는 문 밖으로 나서며 나지막이 덧붙였다. “이제 남은 건, 이 정거장 내에서 아스트랄리아 켈피의 공명 주파수를 알고 있고, 음파 공진기를 원격 조작할 기술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일뿐입니다. 의외로, 박 경감님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죠.”

케이는 무중력 복도를 따라 멀어져 갔다. 그의 뒤를 따르는 지아의 노트북 화면에는, 살인 무기가 된 ‘소리’의 주파수 그래프가 섬뜩하게 파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