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심우주의 그림자

「아스트라 호」의 함교는 심해처럼 고요했다. 광대한 암흑을 가르는 유일한 빛은 칠흑 같은 우주에 뿌려진 수억 개의 별들과, 전면 스크린에 띄워진 함선 내부 시스템 상태창의 푸른 빛뿐이었다. 규칙적인 엔진의 웅웅거림이 모든 소음을 삼키며 평화로운 일상을 연출했다.

“캡틴, 37번 섹터 순찰 이상 무. 지루할 정도로 완벽합니다.”

메인 항해사 박민준이 하품을 꾹 참으며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권태가 짙게 배어 있었다. 우주선 내에서 가장 활발한 젊은 피답지 않게 오늘은 유난히 축 늘어져 보였다.

함장 한지혁은 묵묵히 전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굳건한 눈빛 속에는 수십 년의 우주 항해 경험이 녹아 있었다. “완벽한 게 가장 위험한 법이지, 민준. 우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품고 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교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삐이익-!*

모든 스크린이 일순간 붉게 물들었다. 민준이 깜짝 놀라 의자에서 튀어 오르다시피 스캔 콘솔로 달려갔다.

“이, 이건…! 캡틴, 감지했습니다! 미확인 에너지 반응! 그것도 엄청난 규모입니다!”

“위치는?” 한지혁의 목소리는 경고음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은 섬광처럼 빛났다.

“전방 3만 킬로미터! 속도가… 거의 정지해 있습니다! 스캔 결과가… 이, 이상합니다!” 민준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수석 과학자 서유진 박사가 침착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길게 늘어뜨린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스크린에 집중했다. “민준 씨, 구체적으로 뭐가 이상하죠?”

“물질 구성이… 지구상의 어떤 원소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패턴이에요. 마치… 완전히 새로운 물질 같습니다. 인공물 같기도 하고, 자연적인 현상 같기도 합니다.” 민준은 스크린에 띄워진 알 수 없는 그래프들을 가리켰다.

“새로운 물질…?” 유진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그녀의 과학자로서의 탐구욕이 활활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함장님, 즉시 그 방향으로 항로를 틀어주십시오. 정밀 스캔을 실시해야 합니다.”

“섣불리 움직이는 건 위험합니다, 유진 박사.” 보안 팀장 강태성이 묵직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그의 단단한 체구는 그 자체로 위압감을 풍겼다. “무슨 위협이 될지 모릅니다. 우린 심우주에 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태성 팀장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한지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민준, 저 물체로 최단 시간 접근. 유진 박사, 모든 스캔 장비 가동. 강 팀장, 전 함선 비상 태세 전환. 무장은 최대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다.”

“알겠습니다, 캡틴!”
“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아스트라 호는 굉음을 내며 미지의 존재를 향해 나아갔다.

***

거대한 암흑 속에서 그것은 존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전면 스크린에 점차 형체가 또렷해졌다. 그것은 압도적인 크기의 팔면체였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흑요석 같은 표면은 주변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마치 우주의 심연이 응축되어 물질화된 것처럼, 배경의 별빛마저 왜곡시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맙소사… 저게 대체….” 민준이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블랙홀의 파편 같기도 합니다.” 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빛을 흡수하면서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빛도 반사하지 않아요. 저런 물질은… 이론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강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블랙박스라도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 같군. 아니면… 거대한 조각상인가?”

한지혁은 침묵했다. 그의 시선은 그 거대한 팔면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떤 외계 문명이 만들어낸 걸작일까, 아니면 우주의 태초부터 존재했던 미지의 현상일까? 그 무엇도 설명할 수 없었다.

“캡틴, 정밀 스캔 결과입니다!” 민준이 다급하게 외쳤다. “내부에서는… 미약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됩니다.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어요.”

“특정 주파수…?” 유진이 흥미롭게 되물었다. “그럼… 반응하는 걸지도 몰라.”

“정찰 드론을 보내죠, 캡틴. 직접 접근하는 건 위험합니다.” 강태성이 다시금 안전을 강조했다.

한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드론으로는 파악할 수 없어. 유진 박사, 그 에너지 파동을 추적해봐. 혹시 저 물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주파수일지도 모른다.”

유진은 즉시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바빴고, 눈빛은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찾았습니다, 캡틴! 이 주파수입니다! 이 패턴에 맞춰 저 물체에 송출해보겠습니다!”

“승인한다.”

유진이 엔터 키를 누르는 순간, 아스트라 호의 함체에서 미세한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특정 주파수의 에너지 파동이 거대한 팔면체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젠장…!” 민준이 좌절했다.

“아니.” 유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니요, 캡틴. 반응하고 있어요. 아주 미세하게… 표면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전면 스크린의 팔면체로 향했다. 흑요석 같던 표면에,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균열은 서서히 커지며 완벽했던 팔면체의 한 면을 분리시키기 시작했다. 거대한 문이 열리듯, 그 틈새는 점차 넓어지며 안쪽의 어둠을 드러냈다.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깜빡였다.

“진입 준비해.” 한지혁은 망설임 없이 명령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강 팀장, 유진 박사, 나. 세 명이다. 민준, 함선에서 대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캡틴! 너무 성급한 것 아닙니까? 위험해요!” 민준이 소리쳤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한지혁은 헬멧을 착용하며 냉정하게 말했다. “우린 탐사선 승무원이다. 미지의 개척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과 같아. 강 팀장, 유진 박사. 준비됐나?”

“언제든.” 강태성은 이미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결의로 가득했다.

“이런 걸 마다할 과학자가 있을까요?” 유진은 흥분으로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세 명의 승무원이 소형 셔틀을 타고 팔면체 내부로 향했다. 셔틀의 전등 불빛이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갔지만, 그 거대한 입구는 빛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내부 스캔 결과입니다, 캡틴! 공기가… 존재합니다. 지구와 유사한 조성입니다. 중력도 안정적이에요! 산소 마스크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민준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믿을 수 없군….” 한지혁은 헬멧을 벗어 던졌다. 강태성과 유진도 그의 뒤를 따랐다.

셔틀이 거대한 내부 공간에 착륙했다. 그곳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이었다.

내부는 팔면체의 외부처럼 매끄럽고 검은 재질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칠흑 같은 벽면 곳곳에는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깜빡이며 공간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묘한 금속성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꽃향기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와… 이건….” 유진은 넋을 잃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건 건축물인가요, 아니면… 유기체인가요?”

강태성은 전술 라이트를 켜서 주위를 비췄다. “지면에 발자국 같은 건 없군. 하지만… 저쪽을 봐.”

그들이 시선을 돌린 곳에는, 거대한 통로가 미궁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통로의 벽면은 계속해서 같은 문양과 빛을 발하고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혈관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중력이… 이상합니다.” 유진이 발을 떼어보더니 미끄러지듯 걸었다. “발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해요. 일정하지 않아요.”

한지혁은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조심해. 이 모든 게 미지다. 알 수 없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들이 통로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나아갔을 때였다.

벽면의 문양들이 갑자기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발밑에서,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솟아오르며 길을 막았다. 동시에, 정체불명의 나지막한 웅웅거림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마치 고대 거인의 심장 박동 같기도 했고, 저 멀리서 울리는 비명 같기도 했다.

“뭐, 뭐야…?!” 민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로 찢어지듯 울렸다. “캡틴! 내부 에너지 반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신호가 감지됩니다!”

한지혁은 손전등을 들어 막힌 길을 비췄다. 투명한 막 너머로, 방금 전까지 없었던 또 다른 문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문양은 마치 눈동자처럼 그들을 응시하는 듯했다.

“이봐, 캡틴.” 강태성이 권총을 뽑아 들며 말했다. “환영 인사가 좀 격렬한데.”

유진은 공포 속에서도 눈을 빛냈다. “이건… 경고인가요, 아니면… 시도인가요? 우리와 소통하려는 시도?”

그녀의 말에, 눈동자 문양은 더욱 선명해지더니, 그 중심에서 섬광 같은 빛을 내뿜었다. 그 빛은 짧았지만, 그들의 눈에 거대한 존재의 그림자를 각인시켰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기하학적 형태의 문이 나타나 있었다.

이곳은 미지의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막 입구에 발을 들여놓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