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047화: 흔적 없는 그림자

“젠장, 이건 말도 안 돼!”

경비대장 킬리언의 굵은 목소리가 알렉산더 경의 서재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의 얼굴은 땀과 분노, 그리고 지독한 좌절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육중한 강철 장갑을 낀 손으로 그는 굳게 닫힌 서재 문을 여러 번 내려쳤지만, 문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나는 고풍스러운 서재의 입구, 짙은 마호가니 문틀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게임 <아르카나: 그림자 저택의 비밀>의 핵심 퀘스트 중 하나인 ‘저택 살인 사건’의 현장. 알렉산더 경이라는 악명 높은 NPC가 살해당했고, 그 시신은 밀실 안에서 발견되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사건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킬리언 대장님, 진정하시죠. 문은 안에서 잠겼습니다. 부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나지막한 내 말에 킬리언 대장이 휙,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 박혔다.

“엘리엇! 자네는 이 상황이 농담 같나? 저택의 주인께서 잔인하게 살해당하셨어! 그것도 밀실 안에서! 범인은 대체 어떻게 사라졌단 말인가? 유령이라도 되는 겐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세계에는 유령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들이 많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유령이 아닐 겁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서재 문 앞에서 웅성거렸다. 유명한 스트리머인 ‘검은 늑대’가 거대한 양손 도끼를 든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완전 고전 추리 소설이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문은 안에서 잠겼고, 창문도 밖에서 부술 수 없는 구조인데.”

‘새벽의 마녀’라 불리는 마법사 플레이어가 푸른빛 수정구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마법사 길드의 정예 마법사들도 서재 내부의 마력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어요. 공간 이동이나 환영 마법의 흔적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상황은 명확했다. 밀실 살인. 그것도 물리적, 마법적 트릭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밀실. 하지만 게임 시스템이 허락하는 한, 모든 트릭에는 반드시 단서가 존재한다.

“문이라도 따야겠군.”

킬리언 대장이 무겁게 내뱉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밀실의 트릭을 깨는 데 중요한 건,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밀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하는 겁니다.”

그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퀘스트 창에는 여전히 ‘알렉산더 경 살인 사건: 밀실의 진실을 밝혀라’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늘어놓는 동안, 나는 그 소리들이 배경 소음처럼 희미하게 들리는 것을 느꼈다. 내 시선은 오직 서재 문과 그 주변의 벽면, 그리고 천장으로 향했다.

“엘리엇 님, 뭔가 알아내셨습니까?” 새벽의 마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이 저택의 다른 퀘스트들을 수행하며 나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킬리언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님, 서재의 구조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특히 창문과 벽난로에 대해서요.”

킬리언 대장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서재는 이 저택의 2층에 위치해 있다. 유일한 출입구인 저 문은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은 세 개인데, 모두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다. 밖에서 보아도 열릴 수 없는 구조이며, 그 아래에는 날카로운 철제 난간이 있어 침입은 불가능해. 그리고… 거대한 벽난로가 있지. 굴뚝은 너무 좁아서 사람이 통과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이 방에는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가 전혀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다! 그래서 이 사건이 골치 아픈 게 아닌가!” 킬리언 대장이 답답한 듯 소리쳤다.

나는 눈을 감았다. 게임 속 현실감은 완벽했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현실의 논리를 따라야 했다. 완벽한 밀실은 없다.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존재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다시 눈을 뜨고, 서재 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문의 육중한 장식, 오래된 나무의 결. 다른 플레이어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아주 사소한 것들.

이윽고, 내 시선이 문 위쪽의 문틀, 그리고 그 문틀과 벽이 만나는 아주 미세한 틈새에 닿았다. 아주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실금이 있었다. 나무가 오래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균열처럼 보였지만… 무언가 인위적인 흔적이 느껴졌다.

“킬리언 대장님.” 내가 말했다. “안에 있는 알렉산더 경의 시신은 어떤 상태였습니까? 특히 손의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킬리언 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흐음… 그래, 독특한 자세였지. 오른손은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잡고 있었고, 왼손은… 굳게 쥐어져 있었네.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는 듯한 자세였지.”

“움켜쥐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아무것도 없었다네. 허공을 쥐고 있는 듯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였다.

“제게 서재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나는 새벽의 마녀에게 물었다.

새벽의 마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허리춤에서 작은 수정구를 꺼냈다. “이건 ‘원격 시야 구슬’입니다. 잠긴 문을 통과하여 내부를 볼 수 있죠. 하지만 내부의 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충분합니다.” 나는 구슬을 받아 들고, 서재 문 상단의 미세한 틈에 구슬을 가져다 댔다. 구슬은 마치 액체처럼 틈새로 스며들더니, 이내 내부의 풍경을 내게 송신하기 시작했다.

구슬을 통해 비치는 서재는 킬리언 대장의 말대로였다. 책상에 엎드린 알렉산더 경의 시신, 등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단도가 박혀 있었다. 온통 책으로 가득한 서가, 거대한 벽난로, 굳게 닫힌 창문. 그리고 안에서 걸쇠가 걸린 문.

나는 구슬을 조작해 문 주변을 확대했다. 걸쇠는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그리고 그 옆, 벽과 문틀 사이의 아주 미세한 틈.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던 그 틈새가 구슬의 시야를 통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틈새를 통해, 아주 가느다란, 거의 실낱같은 흔적이 보였다. 마치 미세한 철사가 긁고 지나간 듯한 자국이었다.

나는 구슬을 내렸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밀실은 깨졌습니다.” 내가 선언했다.

킬리언 대장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범인은 어떻게 이 방에 들어왔습니까? 비밀 통로라도 있었습니까?” 검은 늑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비밀 통로는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이 서재에 직접 연결되는 비밀 통로는 없었습니다.”

“그럼 범인은 어떻게 들어와서, 알렉산더 경을 살해하고, 어떻게 이 문을 안에서 잠그고 사라졌단 말입니까?” 킬리언 대장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나는 킬리언 대장이 말했던 알렉산더 경의 왼손을 떠올렸다. 허공을 쥐고 있던 그 손.

“범인은 알렉산더 경을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이 방을 나가면서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킬리언 대장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안에서 잠근 문을 어떻게 밖에서…”

“아주 간단한 트릭입니다.” 나는 설명했다. “알렉산더 경은 죽기 직전, 범인의 정체를 깨달았고, 그가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에서 문을 잠그려 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그를 살해한 후, 그가 잠근 걸쇠를 역이용해 밀실을 완성했습니다.”

“역이용?”

“네. 알렉산더 경이 걸쇠를 걸 때, 범인은 문밖으로 빠져나간 뒤, 미리 준비한 아주 가늘고 유연한 도구를 문틀의 미세한 틈새로 집어넣어, 안에서 잠긴 걸쇠를 바깥에서 완전히 밀어 넣은 것입니다.”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하지만 안에서 잠긴 걸쇠를 밖에서 다시 조작하다니… 그게 가능합니까?” 새벽의 마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이곳은 게임입니다.” 나는 덧붙였다. “플레이어의 특정 능력치, 예를 들어 ‘손재주(Dexterity)’나 ‘정밀 조작(Precision Control)’ 스킬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 트릭은, 과거 현실 세계에서도 종종 사용되었던 방법 중 하나죠. 죽어가는 피해자가 문을 잠그고, 범인은 그 걸쇠를 밖에서 완전히 닫아 밀실을 완성하는 것. 알렉산더 경의 왼손이 허공을 쥐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문을 잠근 후 범인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저지하려 했음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났고, 그는 마지막 순간에 허무하게 손을 허공에 휘두른 채 죽어간 거죠.”

나는 서재 문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이 틈새에 남아있는 미세한 흔적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범인이 사용한 도구가 남긴 흔적이죠. 이제 남은 것은… 범인의 정체입니다. 그리고 그가 왜 이런 고전적인 밀실 트릭을 사용했는지, 그 의도에 대한 단서겠죠.”

모두가 침묵했다. 밀실의 트릭이 풀리자, 그제야 살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범인은 누구인가? 왜? 그리고 그 가느다란 도구를 사용해 걸쇠를 잠글 정도의 섬세한 손기술을 가진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알렉산더 경의 시신이 있는 서재 내부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단검이 꽂힌 등 뒤, 그리고 그의 시신이 엎드린 책상 위에 놓인, 반쯤 펼쳐진 책. 그 책 속에서, 나는 희미한 잉크 자국을 발견했다.

책 페이지의 구석에, 아주 작게, 한 문장이 흐릿하게 적혀 있었다.

*“차가운 강철은, 뜨거운 피를 기억한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문장은 밀실 트릭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히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었다. 살인범의 메시지인가? 아니면 알렉산더 경이 남긴 마지막 단서인가?

진실은 언제나 단 하나의 그림자를 남긴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쫓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