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피어나는 불씨

삭풍이 휘몰아치는 검은 숲 마을은 마치 세상의 끝자락에 매달린 낡은 깃발 같았다. 희뿌연 먼지가 사방을 뒤덮었고, 흙집들의 낮은 지붕 위로는 지친 겨울 햇살만이 희미하게 비쳤다. 매년 그랬듯, 아니, 매년 더욱 심해졌듯, 제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마을은 굶주림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빌어먹을, 또 왔군.”

엘라는 메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숲을 등지고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검은 제복의 무리들을 향해 날카롭게 빛났다. 그들은 아르카디아 제국의 집행관들이었다. 황금 십자가 문양이 박힌 검은 갑옷은 햇빛에 번들거렸지만,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따스한 태양조차 집어삼킬 듯했다. 마을 사람들은 마치 들쥐 떼처럼 자신의 집 안이나 헛간으로 숨어들었고, 골목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하지만 엘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낡은 창고 벽에 기댄 채, 흙먼지가 잔뜩 묻은 갈색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똑바로 그들을 노려봤다.

집행관 무리의 선두에는 거구의 사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하인츠, 검은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자로, 언제나 피 냄새를 풍기는 듯했다. 그의 얼굴에는 거친 흉터가 가득했고, 눈은 먹잇감을 탐색하는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는 마을 광장의 중앙에 섰고, 그의 뒤를 따르던 병사들은 익숙한 듯 마을 어귀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마을 이장! 어서 나와라! 황제 폐하의 명이시다!” 하인츠의 목소리는 갈라진 천둥 같았고, 텅 빈 마을에 메아리쳤다.

잠시 후, 앙상한 몸을 한 노인이 비틀거리며 한 흙집에서 나왔다. 마을의 이장인 카인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고통과 피로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는 하인츠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하인츠 집행관님, 무슨… 무슨 일로 또 이렇게 먼 길을 오셨습니까?” 카인의 목소리는 간신히 떨림을 억누르고 있었다.

하인츠는 콧방귀를 뀌며 노인의 정수리를 내려다봤다. “무슨 일이냐고? 늙은이, 네놈은 기억력마저 늙었나? 황제 폐하께서 친히 명하신 재건세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두 배가 인상되었다. 이 망할 놈의 북부 촌구석까지 폐하의 은혜로운 재건 사업이 미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카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두 배… 라뇨? 집행관님, 저희 마을은… 작년 세금도 겨우 냈습니다. 올해는 흉년이 들어 수확도 변변치 못했고,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것조차 부족합니다. 도저히…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해?” 하인츠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 황제 폐하의 명은 곧 하늘의 명이다. 네놈들이 감히 거역하겠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고, 병사 하나가 카인의 등 뒤에 숨어 있던 어린아이를 거칠게 끌어냈다. 아이는 다섯 살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겁에 질린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 아이를, 혹은 다른 아이들을 데려가면 되겠군. 아니면… 마을의 젊은이들을 끌고 가 강제 징집해도 좋다. 폐하의 광산을 캘 노예들은 언제나 부족하니까.” 하인츠의 말은 비수처럼 카인의 심장을 꿰뚫었다.

“안 됩니다! 안 돼요! 집행관님! 제발… 제발 아이들만은…” 카인은 흐느끼며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

엘라는 창고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심장은 분노로 격렬하게 고동쳤다. 재건세.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그건 단지 제국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제국은 강성했지만, 그 번영은 언제나 변방의 가난한 백성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여 이루어졌다. 그녀의 부모님도, 이웃 사람들도, 모두 제국의 탐욕에 희생당했다. 이제는 아이들까지?

그때, 엘라의 발밑에서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창고 바닥을 뚫고 나온 작은 풀뿌리들이 그녀의 발목을 감싸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땅의 속삭임 같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힘이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는 그저 어렴풋하게 존재하던 감각이, 지금 이 순간 극심한 분노와 함께 선명해지고 있었다.

“카인 이장님, 그만하십시오!” 엘라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지 않았지만, 분노와 결의가 담긴 그 목소리는 하인츠의 귓가에 선명하게 박혔다.

하인츠는 고개를 돌려 엘라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잠시 흥미롭다는 듯 번뜩였다. “오호, 쥐새끼 한 마리가 굴 밖으로 기어 나왔군. 네년은 또 뭐야? 어리석은 계집이 감히 황제 폐하의 집행관에게 대들 작정이냐?”

엘라는 하인츠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눈은 흔들림 없었다. “우리는 더 이상 줄 것이 없습니다. 재건세? 황제 폐하의 재건은 우리의 피와 살을 밟고 이루어집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삶을 짓밟고, 우리의 아이들까지 빼앗으려 합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발밑에서 풀뿌리들이 더욱 강렬하게 꿈틀거렸다. 마른 땅바닥에 금이 가더니, 틈새로 푸른 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황량한 광장에 녹색 생명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기이한 현상에 병사들과 카인 이장, 심지어 하인츠조차 잠시 숨을 멈췄다.

하인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이쿠, 마법사라도 되나 보군? 웃기지도 않는군! 이런 촌구석에서 마법이라니! 고작 풀떼기나 움직이는 수준으로 감히 내게 저항하겠다는 것이냐?”

그는 한 손으로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차가운 강철이 햇빛에 섬뜩하게 빛났다. “건방진 계집! 네년의 잘난 마법으로 이 칼날을 막을 수 있는지 보자!”

그가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엘라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의 손이 저절로 땅을 향했다. 그러자 그녀의 발밑을 휘감던 풀뿌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채찍처럼 솟아올라 하인츠의 팔목을 휘감았다. 뿌리들은 그의 검을 든 손을 단단히 묶어버렸다.

하인츠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하며 버둥거렸다. “이런… 비루한 술수가!” 그는 힘으로 풀뿌리를 끊으려 했지만, 뿌리들은 끈질기게 그의 팔을 옥죄었다.

엘라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이 서려 있었다. “우리는 죽을지언정, 우리의 아이들을 당신들의 광산에 던져 넣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들의 제국이 우리의 피를 빨아먹고 유지된다면, 그 제국은 언젠가 우리의 손으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은 잠시 얼어붙었고,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카인 이장은 눈물을 닦으며 엘라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에는 희미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어리석은 것들! 감히 반역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이냐!” 하인츠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시뻘개졌다. “네놈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이 마을은 잿더미가 될 것이고, 네년은… 네년은 제국에서 가장 잔혹한 고문을 맛보게 될 것이다!”

엘라는 하인츠의 위협에도 흔들림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표정은 더욱 굳건해졌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간 풀뿌리들은 하인츠의 검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불씨가, 어쩌면 꺼지지 않는 들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국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 마침내 작은 반항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더 이상 절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맹렬한 의지였다.

검은 숲 마을의 바람은 더 이상 메마른 절망의 소리만을 싣고 오지 않았다. 이제 그 바람 속에는, 오랜 침묵을 깨고 피어나는 작지만 강렬한 반항의 불씨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제국이라는 거대한 장작더미에 옮겨 붙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