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밤이 삼킨 낮, 검은 태양이 드리운 그림자 아래, 천하(天下)는 비틀거렸다.
수천 년을 이어온 대륙의 역사는 마치 거대한 거미줄처럼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있었고, 그 틈새로 스며든 어둠은 모든 생명의 온기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짐승들은 미쳐 날뛰었고, 들끓는 병마(病魔)는 사람들의 육신을 갉아먹었다. 강호(江湖)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오랜 대립은 의미를 잃었고, 오직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버둥만이 남았다.

희망이란 단어는 이제 고문과도 같았다. 그런 절망 속에서, 마지막 광기로 빚어낸 한 줄기 맹세가 있었다.
“천하의 모든 무림 고수들이여, 망월대(望月臺)로 모여라.”
그것은 단순히 모이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이자, 죽음으로 뛰어드는 자에게만 허락된 마지막 유언과도 같았다.

망월대.
구름 위 아득한 공중에 떠 있는, 본래라면 은은한 달빛 아래 신비로운 자태를 뽐냈을 비무대(比武臺). 그러나 지금은 검은 재앙(災殃)의 그림자에 잠식되어 본래의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하늘에는 창백한 핏빛 달이 불길하게 걸려 있었고, 그 아래 망월대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뼈대처럼 음산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려든 강호의 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망월대에 당도했다. 어떤 이는 신비로운 경공술(輕功術)로 허공을 가로질렀고, 어떤 이는 거대한 영물(靈物)을 타고 구름을 헤치며 날아왔다. 그리고 어떤 이는 그저 묵묵히, 바닥부터 이어진 아득한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아 올라섰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불안, 그리고 감출 수 없는 광기 어린 결의가 교차했다.

그들 중 한 사람, 고연(孤鳶)은 망월대의 가장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흑포(黑袍)는 밤의 어둠처럼 깊었고,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 한 점 없는 비무대 위에서 미동도 없이 어깨를 감쌌다. 그의 손에는 어떤 무기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저 굳게 쥔 주먹만이 그의 내면에 도사린 무언가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핏빛 달처럼 차갑고도 깊었다. 살았으나, 죽은 듯한 눈. 그러나 그 안에 타오르는 희미한 불꽃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냐. 천하제일 무림대회도 아니고, 이건 무슨… 망자의 축제도 아니고!”
거친 목소리가 고요를 깼다. 저 멀리, 거대한 창을 든 사내, 오뢰문의 문주이자 파쇄창(破碎槍)이라 불리는 철기봉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투덜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싸움의 흔적처럼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
“입 다물어라, 철기봉. 불길한 소리 지껄이지 말고.”
청성파의 장문인, 매화검수(梅花劍手) 임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그의 희고 곧은 검은 마치 매서운 서리발을 뿜어내는 듯했다.
“불길한 소리? 이미 세상 자체가 불길덩어리인데 더 불길할 게 무엇이냐? 저 비틀린 달을 보라지! 저게 사람 살 세상이냐!”
철기봉이 울분을 토하듯 하늘을 가리켰다. 그의 말에 누구 하나 반박할 수 없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거나, 말없이 저 검은 달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때, 망월대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제단에서 섬광이 터졌다.
콰앙!
번개 같은 빛줄기가 솟구치며 어둠을 갈랐다. 빛이 걷히자, 제단 위에는 거대한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산을 쪼갤 듯 맹렬했다.
“이 자리에 모인 강호의 영웅들이여.”
노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망월대를 울렸다.
“나는 천기문(天機門)의 마지막 수호자, 천문성(天文星)이다.”
천문성이라는 이름이 들리자, 술렁이던 무림인들 사이에서 경외와 공포가 뒤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천기문은 대륙의 운명을 예지하고 기록하는 신비로운 문파였으나, 오래전 멸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천 년 전, 우리 천기문은 거대한 재앙이 대륙을 덮칠 것을 예견했다. 그리고 그 재앙을 막을 유일한 방법 또한 알아내었지.”
노인의 시선이 한 명 한 명을 훑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고수들의 어깨가 짓눌리는 듯했다.
“그것이 바로, 운명 비무제(運命比武祭)다.”

운명 비무제. 이름만으로도 비장함이 흘러넘쳤다.
“승자는 한 명뿐이다. 그 한 명이 모든 무인들의 기(氣)를 받아, ‘천지의 심장’에 도달할 것이다. 그곳에서 재앙의 근원과 맞서 싸워, 이 흑야(黑夜)를 끝내야 한다.”
천문성의 목소리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천지의 심장이라니. 재앙의 근원과 싸워야 한다니.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하지만 명심해라.”
천문성이 엄숙하게 경고했다.
“천지의 심장은 살아있는 자들의 의지만을 받아들인다. 패배하는 자는, 그 영혼마저 소멸될 것이다. 너희의 무공이 높을수록, 그 대가는 더욱 혹독할 것이다.”

무인들의 얼굴에 전율이 흘렀다. 단순히 죽음을 넘어, 영혼의 소멸이라니. 그것은 무인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형벌이었다.
“이제, 운명 비무제의 막을 올린다.”
천문성이 손을 들어 올리자, 망월대 곳곳에서 기묘한 문양이 피어올랐다.
“첫 번째 비무자는… 사마맹의 맹주(盟主), 흑염신검(黑炎神劍) 탁무강!”
웅성거림이 극에 달했다. 사마맹은 사파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강맹한 집단이었다. 그들의 맹주, 탁무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수로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그의 상대는… 칠현문의 대장로, 무영권왕(無影拳王) 단율!”
정파의 원로 중 한 명이었다. 무영권왕이라 불리는 그는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상대를 압도하는 권법의 달인이었다.

탁무강과 단율. 두 이름이 호명되자, 망월대 한쪽에서 칠흑 같은 기운이, 다른 한쪽에서 서늘한 기운이 동시에 솟구쳤다.
고연은 그 모든 것을 말없이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갑게 빛났다. 그에게 이 비무제는 단순히 천하의 운명을 건 싸움이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을 옭아맨 과거의 어둠을 부수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두 고수가 비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탁무강은 날카로운 검은 도복을 입고 허리에 차고 있던 칠흑 같은 검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눈은 뱀처럼 냉혹하게 번뜩였다. 단율은 흰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단단한 주먹을 쥐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으나, 그 안에 담긴 결의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단율 노인장. 설마 이런 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줄은 몰랐습니다.”
탁무강이 조롱하듯 입을 열었다.
“너 같은 살수에게 내 혼을 내줄 생각은 없다.”
단율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다.
“크하하! 두고 보시지요.”
탁무강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자, 이제 죽음으로 가는 길을 열어라!”
천문성의 외침과 동시에, 망월대 전체가 붉은 섬광으로 물들었다.
두 고수의 눈에서 동시에 살기(殺氣)가 뿜어져 나왔다. 비무대의 바닥이 섬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무를 겨루는 싸움이 아니었다. 절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생명을 건 투쟁이자, 영혼마저 걸린 처절한 전쟁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