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04화: 침묵하는 그림자

지훈은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노려봤다.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넘어 있었다. 밤샘 작업 후 찾아오는 피로감보다 더 무거운 무언가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은 그의 일상을, 그리고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하아… 미쳤나 봐, 내가.”

낮게 중얼거렸지만, 침묵은 오히려 그의 말을 되돌려보내는 듯했다. 고요한 아파트 안은 바깥 세상의 소음마저 집어삼키는 듯했다. 어딘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기분.

탁.

작은 소리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강화유리 테이블 위, 어제 마시다 남긴 머그컵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확실히 움직였다. 한 치 정도.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명확한 시각적 증거였다.

지훈은 숨을 멈췄다. 혹시라도 숨소리 하나가 이 정적을 깨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자극할까 봐 두려웠다.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였다.
처음엔 사소했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서 긁는 소리가 들렸고, 리모컨이 제자리에 없었다. 그때까진 ‘피곤해서 환청이 들리나’, ‘건망증이 심해졌나’ 정도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양상은 기이해졌다. 닫아둔 베란다 문이 미세하게 열려 있거나, 욕실의 칫솔이 엉뚱한 방향으로 놓여 있는 식이었다.

그리고 어젯밤.

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자기 전, 거실 등 스위치를 끄려는 순간, 거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잡지책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누군가 손으로 밀어 떨어뜨린 것처럼. 그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잡지를 주웠다. 별생각 없이 다시 테이블 위에 놓으려는 순간, 잡지 표면에서 얼음장 같은 차가운 기운이 확 끼쳐왔다. 동시에, 등 뒤에서 싸늘한 한기가 스며드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문은 잠겨 있었고, 창문은 닫혀 있었다. 그저 혼자였다. 아니, ‘혼자’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도, 머그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지훈은 땀으로 축축한 손을 허벅지에 문질렀다. 다시 한번,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피곤해서 그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환각을 보는 거야. 밤새 일해서 잠깐 졸았던 것일 수도 있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걸어 거실 테이블로 다가갔다. 머그컵을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내용물도 없는데 유난히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마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컵처럼.
“…이건 또 뭐야.”
중얼거림과 동시에, 거실 천장의 LED 등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것처럼. 깜빡, 깜빡, 깜빡.
지훈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이번엔 착각이 아니었다. 명백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고장인가?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그는 고개를 들어 등을 응시했다. 깜빡임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마치 긴급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다급하게 빛을 토해냈다.
지훈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 빛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형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림자였다. 천장에 매달린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아니라, 등 안에서 춤추는 듯한, 검고 흐릿한 형체.

덜커덩!

그 순간, 주방에서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훈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주방은 깜깜했다. 그는 거실 불빛에 의지해 주방 쪽을 흘깃 바라봤다.
찬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안의 접시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부딪치는 소리였다. 몇 장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으… 윽.”
지훈은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눈앞의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누가 봐도 고의로 찬장 문을 열고 접시를 밀어 떨어뜨린 것 같았다.
찬장 안쪽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지훈의 눈에는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희미한, 검은 기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더 이상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고장? 착각? 스트레스? 그 어떤 합리적인 설명으로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
이건… 이건 명백했다.
폴터가이스트. 혹은 그 비슷한 무엇.

지훈은 주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이제는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적인 경고음이 뇌리를 때렸다.
그는 휴대폰을 찾아 손을 더듬었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등 뒤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휘이잉-

등 뒤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 분명히 문과 창문은 닫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 곁에 서서 지나가는 듯한 차가운 기운.
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등 뒤, 바로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온몸으로 느꼈다. 지척에 무언가가 서 있음을. 차가운 공기가 그의 뺨을 스치는 것 같았다.

“누구… 야.”
갈라지는 목소리가 겨우 튀어나왔다. 헛손질하듯 팔을 휘저었지만,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그때, 방금 전 주방에서 들렸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울림이 아파트 전체를 뒤흔들었다.

**쾅!!!!**

현관문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부딪혔다. 철제 문이 뒤틀리는 듯한 소리.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했다. 문이 부서질 것 같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안에서 밖으로,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내리친 것처럼 문짝 자체가 들썩이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콰과광! 콰앙!**

한번이 아니었다. 연이어 터지는 굉음. 마치 안에서 무언가 현관문을 부수고 나가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지훈은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도망쳐야 했다. 당장. 이 아파트에서.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가 온몸을 마비시켰다.

그때, 현관문의 굉음이 잠시 멈췄다.
침묵. 다시 찾아온 침묵은 이전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지훈은 숨소리마저 멈춘 채 바닥에 웅크렸다.
현관문 너머에서, 아니, **현관문 바로 앞에서**,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 으… 흐…**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짐승의 신음 같기도 했다.
갈라지고, 찢어지고,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낮은 울림.
그 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듯한 기묘한 바람 소리와 함께 뚜렷한 발음으로 변해갔다.

**“…나가….”**

지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그에게 직접 말을 걸고 있었다.
나가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그 경고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동시에, 문틈 사이로 핏빛 같은 붉은 섬광이 번뜩이는 것을, 지훈은 똑똑히 목격했다.

**“…이… 곳에서….”**

다음 순간, 현관문 잠금쇠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던 존재가, 이제는 문을 열고 직접 나오려는 듯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젠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그의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제야 그 사실이 드러났을 뿐.
그의 등 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차가운 기운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 04화: 침묵하는 그림자

지훈은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노려봤다.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넘어 있었다. 밤샘 작업 후 찾아오는 피로감보다 더 무거운 무언가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은 그의 일상을, 그리고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하아… 미쳤나 봐, 내가.”

낮게 중얼거렸지만, 침묵은 오히려 그의 말을 되돌려보내는 듯했다. 고요한 아파트 안은 바깥 세상의 소음마저 집어삼키는 듯했다. 어딘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기분.

탁.

작은 소리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강화유리 테이블 위, 어제 마시다 남긴 머그컵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확실히 움직였다. 한 치 정도.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명확한 시각적 증거였다.

지훈은 숨을 멈췄다. 혹시라도 숨소리 하나가 이 정적을 깨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자극할까 봐 두려웠다.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였다.
처음엔 사소했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서 긁는 소리가 들렸고, 리모컨이 제자리에 없었다. 그때까진 ‘피곤해서 환청이 들리나’, ‘건망증이 심해졌나’ 정도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양상은 기이해졌다. 닫아둔 베란다 문이 미세하게 열려 있거나, 욕실의 칫솔이 엉뚱한 방향으로 놓여 있는 식이었다.

그리고 어젯밤.

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자기 전, 거실 등 스위치를 끄려는 순간, 거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잡지책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누군가 손으로 밀어 떨어뜨린 것처럼. 그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잡지를 주웠다. 별생각 없이 다시 테이블 위에 놓으려는 순간, 잡지 표면에서 얼음장 같은 차가운 기운이 확 끼쳐왔다. 동시에, 등 뒤에서 싸늘한 한기가 스며드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문은 잠겨 있었고, 창문은 닫혀 있었다. 그저 혼자였다. 아니, ‘혼자’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도, 머그컵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지훈은 땀으로 축축한 손을 허벅지에 문질렀다. 다시 한번,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피곤해서 그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환각을 보는 거야. 밤새 일해서 잠깐 졸았던 것일 수도 있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걸어 거실 테이블로 다가갔다. 머그컵을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내용물도 없는데 유난히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마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컵처럼.
“…이건 또 뭐야.”
중얼거림과 동시에, 거실 천장의 LED 등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것처럼. 깜빡, 깜빡, 깜빡.
지훈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이번엔 착각이 아니었다. 명백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고장인가?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그는 고개를 들어 등을 응시했다. 깜빡임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마치 긴급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다급하게 빛을 토해냈다.
지훈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 빛 속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형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림자였다. 천장에 매달린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아니라, 등 안에서 춤추는 듯한, 검고 흐릿한 형체.

덜커덩!

그 순간, 주방에서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훈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주방은 깜깜했다. 그는 거실 불빛에 의지해 주방 쪽을 흘깃 바라봤다.
찬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안의 접시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부딪치는 소리였다. 몇 장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으… 윽.”
지훈은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눈앞의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누가 봐도 고의로 찬장 문을 열고 접시를 밀어 떨어뜨린 것 같았다.
찬장 안쪽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지훈의 눈에는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응시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희미한, 검은 기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더 이상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고장? 착각? 스트레스? 그 어떤 합리적인 설명으로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
이건… 이건 명백했다.
폴터가이스트. 혹은 그 비슷한 무엇.

지훈은 주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이제는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적인 경고음이 뇌리를 때렸다.
그는 휴대폰을 찾아 손을 더듬었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등 뒤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휘이잉-

등 뒤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 분명히 문과 창문은 닫혀 있었다. 마치 누군가 곁에 서서 지나가는 듯한 차가운 기운.
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등 뒤, 바로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온몸으로 느꼈다. 지척에 무언가가 서 있음을. 차가운 공기가 그의 뺨을 스치는 것 같았다.

“누구… 야.”
갈라지는 목소리가 겨우 튀어나왔다. 헛손질하듯 팔을 휘저었지만,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그때, 방금 전 주방에서 들렸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울림이 아파트 전체를 뒤흔들었다.

**쾅!!!!**

현관문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부딪혔다. 철제 문이 뒤틀리는 듯한 소리.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했다. 문이 부서질 것 같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안에서 밖으로, 마치 거대한 망치로 내리친 것처럼 문짝 자체가 들썩이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콰과광! 콰앙!**

한번이 아니었다. 연이어 터지는 굉음. 마치 안에서 무언가 현관문을 부수고 나가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지훈은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도망쳐야 했다. 당장. 이 아파트에서.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가 온몸을 마비시켰다.

그때, 현관문의 굉음이 잠시 멈췄다.
침묵. 다시 찾아온 침묵은 이전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지훈은 숨소리마저 멈춘 채 바닥에 웅크렸다.
현관문 너머에서, 아니, **현관문 바로 앞에서**,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 으… 흐…**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짐승의 신음 같기도 했다.
갈라지고, 찢어지고,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낮은 울림.
그 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듯한 기묘한 바람 소리와 함께 뚜렷한 발음으로 변해갔다.

**“…나가….”**

지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그에게 직접 말을 걸고 있었다.
나가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그 경고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동시에, 문틈 사이로 핏빛 같은 붉은 섬광이 번뜩이는 것을, 지훈은 똑똑히 목격했다.

**“…이… 곳에서….”**

다음 순간, 현관문 잠금쇠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던 존재가, 이제는 문을 열고 직접 나오려는 듯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젠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그의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제야 그 사실이 드러났을 뿐.
그의 등 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차가운 기운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