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첫 번째 챕터: 잿빛 새벽의 그림자

숨 쉬는 공기마저 무거웠다. 해가 뜨기도 전부터 회색빛 먼지가 마을을 뒤덮었다. 쾨쾨한 잿내와 눅진 흙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이안은 낡은 나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삐걱이는 소리가 작고 허름한 오두막 전체에 울렸다. 벽 틈새로 스며든 새벽 공기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매일 아침 맞이하는 풍경이었지만, 단 한 번도 익숙해진 적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벌써 일어났어?”

이안의 옆 침상에서 웅크리고 자던 미라가 비몽사몽 한 목소리로 물었다. 열 살 남짓한 작은 몸이 이불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꼼꼼히 덮어주고 나서야 이안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응. 일찍 나가봐야지. 오늘은 물이 귀한 날이야.”

미라는 잠투정하듯 눈을 비비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작고 야윈 얼굴은 늘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국이 드리운 검은 그림자는 아이들의 얼굴에서도 생기를 빼앗아갔다. 이안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까칠한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위로가 되는 동시에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밖으로 나섰을 때, 마을은 이미 어둠과 희미한 잿빛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멀리 황제의 광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하늘을 검게 물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광산 굴과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탄내. 제국은 이 작은 마을을 그들의 거대한 심장에 연결된 동맥으로 여겼다. 피처럼 귀한 광물을 빨아들이는 동맥. 그리고 그 동맥을 움직이는 건, 우리 같은 평민들의 피와 땀이었다.

등에 멘 낡은 물동이를 고쳐 메고 우물가로 향했다. 새벽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우물가는 이미 북적였다. 길게 늘어선 줄은 매일 아침의 의식과도 같았다. 모두가 묵묵히, 혹은 체념한 듯 기다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제와 다름없는 피로와 내일도 다르지 않을 절망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부터 징수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들었네.”

앞줄에 서 있던 노인이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이안의 귀에 날카로운 칼날처럼 박혔다. 이안은 숨을 들이켰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가운 냉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또?*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번개가 내리쳤다. 까마득히 오래전 잊었던, 혹은 잊으려 애썼던 기억의 파편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되살아났다.

이안은 이미 이 모든 것을 겪었다.

어느 겨울, 제국의 징수관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모든 물자와 식량을 거둬갔다. 영문도 모른 채 굶주림에 허덕이던 마을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반항하는 자들은 채찍질을 당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무자비한 칼날이 목을 갈랐다. 그때, 그의 부모님도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안은 어린 미라의 손을 잡고 눈물만 흘렸었다.

그리고 더 끔찍했던 것은, 이 모든 비극이 시작된 그날 아침 풍경이 지금과 완벽하게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잿빛 새벽, 우물가의 노인,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

*아니, 똑같지 않아.*

이안은 노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 노인도, 우물가에 늘어선 사람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한숨과 체념만 있을 뿐. 오직 이안만이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예고가 얼마나 거대한 비극의 서막이 될지를.

“두 배라니… 그럼 우린 뭘 먹고 살라는 건가?”

누군가 작게 불평했다. 그 불평은 잿빛 공기 속으로 금세 사라졌다. 아무도 나서서 제국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럴 수 없었다. 제국의 법은 칼날이었고, 그들의 삶은 이미 칼날 끝에 놓여 있었다.

“이안, 괜찮아?”

미라가 이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안은 그제야 자신이 숨을 멈추고 온몸이 굳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괜찮아.”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이안은 물동이를 내려놓고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모두가 쇠약해지고 지쳐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제국이 원하는 바였다. 꿈도, 희망도 없는 꼭두각시들.

*하지만, 이번엔 달라.*

이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통증이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과거의 기억은 너무나 생생했고, 그로 인한 후회는 뼛속까지 시렸다. 그는 단 한 번도 지난 생에서 제국에 맞서 싸워보지 못했다. 그저 끌려다니고, 빼앗기고,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미라까지.

하지만 지금, 그는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왔다. 이유도 모른 채, 마치 신이 준 마지막 기회처럼.

그렇다면,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내가 뭘 해야 할까….”

이안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우물가를 넘어, 멀리 보이는 제국의 광산과 그 너머의 제국 수도를 향하고 있었다. 저 거대한 철옹성 같은 제국에 맞서 평범한 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삶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는 미래를 알았다. 제국의 치명적인 약점도, 이 모든 부패가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도.

그 순간, 쩌렁쩌렁한 나팔 소리가 잿빛 새벽을 갈랐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흙먼지를 일으키며 제국 병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투박한 갑옷과 날카로운 창끝이 새벽 햇살에 반사되어 섬뜩하게 빛났다. 그들의 뒤에는 징수관 복장을 한 자들이 서 있었다.

우물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웅성거리던 소리도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공포가 그림자처럼 마을을 덮쳤다. 이안은 미라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의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귀를 막아, 미라.”

이안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징수관의 입에서 터져 나올 끔찍한 명령을 이미 알기에. 그리고 그는, 더 이상 그 명령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을 것이었다.

새로운 반란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 잿빛 새벽의 한가운데, 이안은 조용히 숨을 골랐다.
이번에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라.
결코 빼앗기지 않으리라.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으리라.
그리고 제국을, 산산이 부수리라.

그의 눈에,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주 작고 여린 불꽃이었지만, 이 불꽃이 끝내 제국 전체를 삼킬 거대한 화염이 될 것임을,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