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벽 속의 그림자
**등장인물:**
* **지영 (20대 후반):** 웹툰 작가를 꿈꾸는 프리랜서.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
* **수진 (20대 후반):** 지영의 친구. 현실적이고 밝은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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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장면:** 늦은 저녁, 신축 오피스텔 1404호.
**#1. (1컷)**
지영은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마지막 이사 박스를 비워내고 있다. 비어가는 박스만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그녀의 얼굴에 가득하다. 햇살이 잘 드는 남향 창문, 깔끔한 새 벽지, 모던한 주방.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지영 (내레이션):** 드디어… 내 이름으로 된 첫 보금자리. ‘블루 스카이 레지던스’ 1404호. 꿈꿔왔던 나만의 작업실이자, 안식처.
**#2. (2컷)**
박스 안에서 나온 낡은 인형 하나를 침대 맡 협탁 위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빛바랜 천 인형은 지영이 어릴 적부터 늘 함께했던 친구다.
**지영:** 자, 너도 새집 구경 좀 해봐. 어때? 마음에 들어?
**#3. (3컷)**
저녁 식사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영은 뽀송한 잠옷을 입고 침대에 앉는다. 따뜻한 차 한 잔을 홀짝이며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피곤하지만 행복한 밤.
**지영 (내레이션):**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 이젠 정말 행복한 일만 가득하겠지?
**#4. (4컷)**
지영이 협탁 위에 놓인 컵에 손을 뻗는 순간.
**<효과음: 쨍그랑!>**
컵이 갑자기 손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고, 유리 파편이 침대 주변으로 흩어진다.
**지영:** 앗!
**#5. (5컷)**
지영은 놀란 눈으로 깨진 컵을 내려다본다. 분명 제대로 잡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영:**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손질을 했나. 조심해야지.
**지영 (내레이션):** 그냥 실수였을 뿐이다. 새 집에서 일어난 첫 번째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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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장면:** 며칠 후, 지영의 오피스텔.
**#6. (1컷)**
지영은 작업실 책상에 앉아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밤샘 작업으로 눈은 충혈되어 있지만, 웹툰 마감은 코앞이다.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펜과 연필이 꽂힌 펜꽂이가 놓여 있다.
**지영:** 흐음… 이 부분은 좀 더 역동적으로…
**#7. (2컷)**
지영이 펜을 바꾸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효과음: 스르륵... 탁!>**
펜꽂이에 꽂혀 있던 잉크 펜 하나가 저절로 기울어지더니, 책상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지영:** 어? 뭐지?
**#8. (3컷)**
지영은 떨어진 펜을 주워 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방금 전까지 똑바로 꽂혀 있었는데.
**지영:** 아… 너무 오래 앉아있었나. 환기 좀 시킬까.
**#9. (4컷)**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창문을 연다. 바깥바람이 불어 들어와 답답했던 공기를 씻어주는 듯하다. 그 순간, 거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작은 유리 화병이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본다.
**<효과음: 짤랑!>**
**지영:** (눈을 비비며) 뭐야,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었나?
**#10. (5컷)**
하지만 창문 밖은 나뭇가지 하나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밤이었다. 으스스한 한기가 발끝부터 올라오는 듯한 착각에, 지영은 서둘러 창문을 닫는다.
**지영 (내레이션):**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가 화병을 건드린 느낌.
**#11. (6컷)**
다음 날 아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영은 화장대 앞에 앉는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있다. 화장품을 집어 들려는데, 어제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립스틱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뚜껑까지 열린 채로.
**지영:** 하아… 요즘 내가 왜 이래? 건망증이 심해졌나.
**#12. (7컷)**
립스틱을 주워 들려던 지영의 시선이 문득 거울에 꽂힌다. 거울 속 자신의 뒤편으로, 침대 맡 협탁 위에 놓여있던 낡은 인형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 인형의 유리 눈이 섬뜩하게 반짝인다.
**지영:** 으으…
**#13. (8컷)**
지영은 소름이 돋아 몸을 떨며 급히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인형은 그저 낡은 인형일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지영 (내레이션):** 착각이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일 뿐. 이럴 땐 친구와 수다를 떨어야 해.
**#14. (9컷)**
지영은 휴대폰을 들고 친구 수진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 중에도 시선은 계속 인형에게 향해있다.
**수진 (전화 너머):** 야, 이사 가더니 웬일이야. 잘 지내?
**지영:** 어… 뭐, 그럭저럭. 근데 요즘 좀 이상한 일들이 있어서. 자꾸 물건들이 혼자 떨어지고… 립스틱도 그렇고. 어제는 화병이 저절로 흔들리는 것도 같았어.
**수진 (전화 너머):** 피곤해서 그래! 야, 밤샘 작업 그만하고 운동이라도 좀 해. 잠꼬대 아냐?
**지영:** 그런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봐.
**#15. (10컷)**
수진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서 지영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그래, 피곤해서 그런 걸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런데 그때, 거실 벽에 걸린 가족사진 액자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지영:** 어? 아까까진 분명 똑바로 걸려 있었는데.
**#16. (11컷)**
액자를 똑바로 바로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거실의 불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효과음: 파직! 파직!>**
**지영:** 으악! 뭐야?
**#17. (12컷)**
불이 깜빡이는 순간마다, 벽지 위로 희미하고 붉은 얼룩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다. 마치 벽 속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듯한 착각. 섬뜩함에 지영은 몸을 뒤로 물러선다.
**지영 (내레이션):** 이건 착각이 아니야… 뭔가… 뭔가 잘못됐어.
**#18. (13컷)**
지영은 불안감에 휩싸여 침실로 도망치듯 들어간다. 문을 닫고 기대어선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끝이 차갑게 식어온다.
**지영:** 진정해, 지영아… 진정해…
**#19. (14컷)**
침대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런데 그때, 방문 밖에서 ‘스스스…’ 하는 아주 작고 기분 나쁜 마찰음이 들린다.
**<효과음: 스스스... 긁적...>**
마치 맨발로 마룻바닥을 질질 끌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 소리가 방문 앞까지 다가오는 듯하다.
**지영:** (몸이 굳어진다)
**#20. (15컷)**
방문 손잡이가 아주 미세하게, 천천히, 덜컹거린다.
**<효과음: 덜컹... 덜컹...>**
지영은 숨을 죽인다. 분명 문을 잠그고 들어왔는데.
**지영 (속으로):** 누구지…? 왜… 왜 저래…?
**#21. (16컷)**
손잡이가 다시 한번 힘이 실린 듯 강하게 덜컹거린다. 문이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려는 듯, 틈새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 착각.
**<효과음: 덜컹! 덜컹!>**
**지영:** (입을 틀어막는다) 흐읍!
**#22. (17컷)**
지영은 공포에 질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눈을 질끈 감고, 심장이 멎기를 바라는 듯 온몸을 웅크린다.
**지영 (속으로):** 제발… 제발 사라져…
**#23. (18컷)**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지영은 잠결에 몽롱한 의식 속에서 깨어난다. 여전히 이불 속에 숨어있지만, 방문 너머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대신, 등 뒤 벽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효과음: 크르륵... 크르륵...>**
마치 무언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을 긁어대는 듯한 소리. 소리는 점점 커지고, 더욱 선명해진다.
**지영:** (몸을 부들부들 떤다)
**#24. (19컷)**
지영은 공포에 질려 이불 밖으로 겨우 얼굴을 내밀고 벽 쪽으로 몸을 돌린다. 소리는 지영의 침대 머리맡 벽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25. (20컷)**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지만, 지영은 홀린 듯 침대에서 내려와 벽으로 다가간다. 차가운 벽에 귀를 대어본다.
**#26. (21컷)**
벽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단순한 긁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낮고, 거의 들리지 않는 속삭임. 공기처럼 희미하지만, 소름 끼치도록 또렷한 목소리.
**??? (속삭임):** “돌아와… 이곳으로… 돌아와…”
**#27. (22컷)**
지영은 소스라치게 놀라 벽에서 온몸을 떼어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지영:** (흐읍… 흐읍…)
**#28. (23컷)**
벽을 다시 바라보는 지영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까 거실에서 보았던 희미한 붉은 얼룩이, 이제는 벽지 위로 선명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피처럼, 천천히 번져가는 붉은 기운. 핏빛 자국이 점점 커지며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간다.
**#29. (24컷)**
지영은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목이 꽉 막힌 듯 컥컥거릴 뿐이다.
**<효과음: 쨍그랑! 와장창!>**
바로 그때, 거실 쪽에서 모든 유리그릇이 동시에 깨지는 듯한 굉음이 들린다.
**#30. (25컷)**
지영은 벽에 기대 주저앉으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거실 쪽을 향해 얼어붙은 시선을 던진다. 어둠 속, 거실 중앙에 놓인 테이블 위에 있던 유리 화병과 컵들이 바닥에 산산조각 나 있다.
**#31. (26컷)**
그리고 그 조각들 사이로, 검고 축축한 발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 발자국은 너무나도 기괴하여 인간의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길고 날카로운 발톱 자국이 선명한, 섬뜩한 형상의 그것.
**지영 (내레이션):** 발자국… 그건… 내 것이 아니었다.
**#32. (27컷 – 클로즈업)**
발톱 자국이 선명한 기괴한 발자국에 공포로 일그러진 지영의 눈동자가 클로즈업된다. 눈동자 속에 비친 발자국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존재의 것 같았다.
**EPISOD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