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천외천 무림대전: 성운의 춤, 기원의 속삭임

### 1장. 별의 조각 위에 선 자들

자정의 서울은 어둠을 모르고 빛났다. 지상 수백 층을 뚫고 솟아오른 마천루의 첨탑들은 별빛과 경쟁하듯 섬광을 흩뿌렸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자기부상선은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혜성처럼 매끄럽게 흘렀다. 그러나 그 휘황찬란한 문명의 한복판, 고색창연한 기와지붕 아래 자리한 낡은 도장에서는 여전히 땀과 기합이 배어나는 무심한 기운이 감돌았다.

“흐읍!”

김도준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지상보다 수백 미터 위,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훈련장을 밟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기의 파동이 홀로그램 잔디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발끝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허리를 거쳐 어깨, 팔, 주먹 끝으로 이어졌다. 그의 권법은 우주의 먼지 하나하나가 모여 별이 되듯, 미세한 기운을 모아 폭발적인 힘으로 전환하는 ‘성진권(星震拳)’이었다.

퍼억!

허공을 가른 주먹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기민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의 미세한 뒤틀림. 그것이 바로 성진권의 궁극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반복하며 마지막 일격에 혼신의 힘을 실었다. 그때였다.

“아직 멀었구나, 도준.”

나직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도준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낡은 도복을 입은 채 허공에 떠 있는 인영. 그의 스승, 현무진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미 십수 년 전, 행성간 분쟁의 한복판에서 기화하여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도준 앞에 있는 것은 스승이 남긴 고성능 인공지능이 구현한 홀로그램 잔영이었다.

“스승님. 언제나 그 말씀뿐이시군요.”

도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식 웃었다. 등에 땀이 흥건했지만, 그의 눈은 살아있는 별처럼 빛났다.

“네가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성장을 멈춘다는 뜻이다. 이 우주에는 무한한 강자들이 존재하고, 너의 나약한 기량으로는 그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홀로그램 현무진은 팔짱을 낀 채 도준을 꿰뚫어 볼 듯 응시했다.

“우주의 강자라…. 제가 은하계 최강이 되면 스승님도 인정해주시겠습니까?”

“은하계? 꼬마야, 네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은하계 따위가 아니다.”

현무진의 잔영이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저었다. 도장 밖, 거대한 서울의 야경 위로 밤하늘이 펼쳐졌다. 단순한 별빛이 아니었다. 먼 은하의 모습, 붉게 타오르는 성운, 거대한 블랙홀이 휘감는 시공간의 왜곡. 그리고 그 너머, 우주의 심연에서부터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저것이… ‘공허의 침식’인가요?”

도준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 거대한 그림자는 우주를 좀먹는 존재였다.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고, 그 어떤 존재도 막아낼 수 없다는 절망적인 재앙. 인류는 물론, 은하연합의 모든 문명 종족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미지의 존재.

“그렇다. ‘운명 관리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했지. 앞으로 100주기 내에 공허의 침식이 이 태양계마저 집어삼킬 것이라고.”

100주기. 지구의 시간으로는 고작 10년.

“그래서, 그 난리법석인 대회가 시작된 것이군요.”

도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최근 들어 우주 전역에서 퍼져나간 소문. 인류의, 나아가 우주 문명의 마지막 희망을 건 무술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천외천 무림대전’. 우주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모인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氣)를 수련하고, 파동 제어술을 익혔다. 단순한 무술 대회가 아니다. 공허의 침식을 막아낼 유일한 존재를 가려내기 위한… 인류의 최후의 도박이다.”

“제가 거기에 나가서 뭘 해야 하죠? 저보고 그 공허인지 뭔지를 막으란 말씀입니까?”

도준은 여전히 회의적인 눈빛이었다. 스승의 홀로그램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태양계가 멸망하면, 너의 가문도 사라진다. 너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도, 너를 사랑했던 모든 존재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을 막을 힘이 네게 있다고 믿는다.”

스승의 마지막 말은 언제나 그랬듯 도준의 가슴을 후벼 팠다. 가문의 유산,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어머니의 흔적. 그 모든 것이 이 우주에 존재했다. 도준에게는 공허 따위보다 더 절실한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나가지요. 그 잘난 천외천 무림대전인지 뭔지에.”

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비장한 결의가 떠올랐다.

***

거대한 함선이 차원 이동을 마치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우주적인 규모의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작은 함선들이 거대한 행렬을 이루며 떠다니는 동안, 중앙에는 짙은 보라색 성운 속에서 빛나는 거대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이… 천외천 아레나….”

도준은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푸른 가스형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인공 구조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행성처럼 보였다. 수십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었고, 그 주위를 수많은 위성 형태의 관측 플랫폼과 중계선들이 맴돌고 있었다. 은하 연합의 모든 종족들이 이 순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도준을 태운 함선은 아레나의 입구 중 한 곳으로 조용히 빨려 들어갔다. 함선 내부의 압력과 중력장이 서서히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절되는 것을 느끼며, 그는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은 그야말로 인종 전시장 같았다. 녹색 피부의 외계인, 기계로 이루어진 의체 인간, 여섯 개의 팔을 가진 타 종족 무인, 육중한 갑옷을 입은 거인족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기운을 뿜어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도준의 검은 머리카락과 동양적인 외모는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흐음… 인간족도 몇 보이긴 하는군.”

도준은 한쪽 구석에 앉아 명상에 잠긴 듯 보이는 여인을 발견했다. 차가운 얼음 결정 같은 기운이 그녀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녀의 긴 백발은 마치 서리꽃처럼 빛났고, 비취색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를 담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등에 짊어진 것은 검은색 천으로 감싼 거대한 장검이었다.

‘저 정도 기운이라면… 최소한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겠군.’

그녀를 지나쳐 시선을 옮기자, 이번에는 전신이 금속 의체로 이루어진 승려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세 개의 눈이 박혀 있었고, 합장한 손에서는 미세한 전기 스파크가 튀었다. 그의 기운은 마치 수억 볼트의 에너지가 압축된 듯, 주변 공기를 찢어버릴 것 같았다.

“이것이… 천외천 무림대전인가.”

도준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흥분과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이 일렁였다.

잠시 후, 대기실 전체에 쩌렁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참가자는 중앙 아레나로 집결하라!”

일제히 움직이는 수많은 강자들. 그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며 도준은 아레나의 거대한 문을 통과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원형 경기장의 바닥은 은하수를 통째로 박아 넣은 듯한 영롱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수십만, 수백만에 달하는 관중석은 이미 각 종족의 외계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의 환호와 함성은 거대한 장벽처럼 도준을 압도했다.

중앙 무대에는 육중한 갑옷을 입은 심판관이 서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홀로그램으로 된 거대한 은하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그 한 귀퉁이가 검은색으로 서서히 잠식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공허의 침식이었다.

“참가자 여러분, 그리고 은하 연합의 모든 존재들이여!”

심판관의 목소리가 아레나를 가득 채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인류와 우주 문명의 마지막 희망을 찾을 것이다! 공허의 침식은 우리를 위협하고, 우리의 존재를 소멸시키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웅장한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도준은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수많은 강자들을 훑어보았다. 각자의 기운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에너지는 아레나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종족과 문명을 대표하는 최강의 존재들이었다.

“천외천 무림대전의 첫 번째 예선은, ‘기원(起源)의 시험’이다!”

심판관의 말과 함께 아레나의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은하 지도가 서서히 갈라지며 수백 개의 작은 격리된 경기장으로 변모했다. 각 경기장 위로 영롱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각 참가자는 자신의 기원, 즉 자신의 기(氣)를 최대로 발현하여, 저 기둥을 무너뜨려야 한다! 가장 강력한 파동을 일으킨 자들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것이다!”

주변의 강자들이 일제히 자신의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공기가 진동하고, 바닥이 울렸다. 어떤 이는 육체적인 힘으로, 어떤 이는 정신적인 파동으로, 어떤 이는 알 수 없는 마법 같은 힘으로 빛의 기둥을 향해 기운을 쏟아냈다.

도준은 자신의 눈앞에 솟아오른 빛의 기둥을 응시했다. 은하의 별빛을 담고 있는 듯한 기둥은 마치 그를 비웃는 듯 굳건히 서 있었다.

‘이것이… 천하의 운명을 건 싸움인가? 웃기는군. 내 운명도 건져내기 바쁜데.’

도준은 성진권의 자세를 취했다. 그의 심장이 고동치고, 온몸의 기혈이 들끓었다. 미세한 기운이 손끝에서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주먹이 빛의 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아레나 전체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도준의 첫 번째 싸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