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아틀라스 호의 잔해

아틀라스 호는 검은 심연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수십억 년 된 별들의 잔광마저 희미해진, 존재의 가장자리를 스치는 듯한 어둠 속에서, 함선은 느릿한 춤을 추듯 나아갔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항해는 승무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벼려 놓았고, 동시에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오직 광막한 우주만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

“선장님, 에너지 서지 감지되었습니다.”

일등 항해사이자 과학 장교인 김민준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조종실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약하나마 흥분감이 실려 있었다.

“서지? 어떤 종류지?”

선장 이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피로에 절어 있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광활한 공허 속에서 ‘에너지 서지’라는 말은 대개 고장이나 이상 현상을 의미했다.

“불규칙적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어떤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력파도 함께 감지됩니다.”

민준의 말이 이어지자 조종실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중력파는 거대한 질량체가 급격하게 변동할 때 발생한다. 항해 경로 근처에 그런 거대 질량체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

“지영, 경로 다시 확인해.” 선우가 공학 장교 박지영에게 지시했다.

“이미 확인 중입니다, 선장님.” 지영은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홀로그램 화면을 빠르게 조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춤추듯 움직였다. “이상하네요. 이 근방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텅 비어 있는 영역이에요.”

“하지만 중력파는 확실해.” 민준이 덧붙였다. “게다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다가온다고?” 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 리가. 이 속도라면 최소한 몇 주는 더 걸릴 텐데.”

“아뇨, 물리적인 이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치 공간 자체의 왜곡으로 인한… 존재감 같은 느낌입니다.” 민준의 목소리에 더 이상 흥분은 없었다. 대신 불안감이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때, 함선의 전면 센서가 일제히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빨간 불빛이 조종실을 섬뜩하게 비췄다.

“이게 무슨…!” 박지영이 경악했다. 홀로그램 화면에 불가능한 형체가 떠올랐다.

그것은 별빛조차 삼켜버린 듯한, 검은 우주에 구멍을 뚫은 듯한 불가능한 형체였다. 거대한, 기이한 건축물 같기도 했고, 살아있는 유기체 같기도 했다. 매끄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각이 동시에 존재하며, 빛을 흡수하는 듯하면서도 어슴푸레한 빛을 내뿜는 모순덩어리였다. 색깔은 끊임없이 변했지만, 어떤 색깔도 확실히 정의할 수 없었다. 마치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스펙트럼 너머의 존재를 강제로 눈앞에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젠장.” 보안 및 전술 장교인 최은서가 권총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났다. “저게 대체… 뭐야?”

“선장님, 저건… 지도에 없습니다. 저희 센서에 감지된 적도 없어요.”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갑자기 나타난 겁니다.”

갑자기, 불가능한 형체로부터 희미한 맥동이 시작되었다. 함선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것은 어떤 소리도 아니었지만, 승무원들의 뼛속까지 울리는 듯한 불쾌한 진동이었다.

“함장님, 저것으로부터 알 수 없는 파장이 감지됩니다. 저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영이 다급하게 외쳤다. 모니터 몇 대가 지지직거리며 일순간 꺼졌다.

선우는 망연자실하게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그는 수십 년간 우주를 항해했지만,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우주선 아틀라스 호는 인류가 심우주 탐사를 위해 만든 가장 정교한 기계였지만, 지금 그 앞에 놓인 존재는 모든 과학적 상식을 조롱하는 듯했다.

“접근 속도를 늦춰, 지영. 최대 출력으로 후진.” 선우가 명령했다.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동요가 서려 있었다.

“이미 시도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선장님! 추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마치… 마치 무언가가 저희를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 지영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민준은 홀로그램 화면에 손을 뻗었다. 그의 눈은 그 불가능한 형체에 완전히 사로잡힌 듯했다. “경이롭습니다… 이 형태는… 기존의 기하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이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조합입니다. 이건… 이건 인류가 꿈꾸던 위대한 발견입니다!”

“위험해, 민준! 제정신이 아니야!” 은서가 소리쳤다. 그녀는 민준의 행동에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다.

형체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아니, 아틀라스 호가 그 불가능한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함선 내부의 조명이 깜빡거리고, 알 수 없는 속삭임이 환청처럼 귀를 때렸다. 그것은 어떤 언어도 아니었지만, 동시에 모든 언어를 담고 있는 듯했다. 고통, 절규, 광기,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굶주림.

“후퇴! 전 함선 비상 상황! 주 추진기 최대 출력! 보조 추진기도 가동해! 어서!” 선우가 절규하듯 명령했다.

지영은 필사적으로 조작 패널을 두드렸다. 그녀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다. “안 돼요! 움직이지 않습니다! 함선 제어권이… 상실되고 있어요!”

그 순간, 거대한 형체로부터 무언가가 뻗어 나왔다. 그것은 물리적인 촉수도, 빛의 줄기도 아니었다. 마치 어둠 그 자체가 응축되어 아틀라스 호의 선체를 휘감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승무원들의 머릿속에 파고드는 이미지가 있었다.

민준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야에 비친 것은 별들의 탄생과 소멸, 수십억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압축된 거대한 우주의 그림이었다. 그 속에는 모든 지식이, 모든 존재의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그의 뇌는 타오르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너무나 거대한 진실 앞에서 그의 이성은 한낱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내렸다. 그는 웃기 시작했다. 낮은 웃음소리에서 시작해, 점차 광기 어린 절규로 변해갔다. “봤어… 다 봤어… 우리는 그저 먼지…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영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 그녀의 존재가, 그녀의 의식이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녹아내리는 듯했다. 마치 자신이 우주 전체의 먼지 한 톨보다도 하찮은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단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비현실적인 공포가 번뜩였다.

은서는 비명을 삼켰다. 그녀의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암흑 속에서 고통받는 무수한 존재들의 형상이 아른거렸다. 그들의 비명은 소리 없는 소리로 그녀의 영혼을 찢어 놓았다. 피와 살이 뒤섞인 환영, 영원히 계속되는 고문. 그녀는 본능적으로 무기를 겨누었지만, 누구를 향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비틀거렸다.

선우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의 정신 속으로 밀려들어온 것은 이미지도, 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의미의 ‘절대적인 공포’ 그 자체였다. 인류의 모든 역사가, 모든 과학이, 모든 믿음이 한낱 부질없는 장난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감. 자신들이 마주한 것이 단순히 ‘외계 유물’이 아니라, 이 우주를 형성한 근원적인 악의, 혹은 무관심한 공허 그 자체라는 이해가 그의 뇌를 꿰뚫었다.

그 순간, 아틀라스 호의 시스템이 마지막 힘을 짜내듯이 재부팅되었다. 지영의 필사적인 조작, 혹은 알 수 없는 행운이었다. 함선은 간신히, 아주 간신히 그 기괴한 존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주선은 휘청거렸고, 선체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떨어져… 떨어져라!” 선우가 이성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

아틀라스 호는 간신히 형체로부터 멀어졌다. 그것은 더 이상 함선을 끌어당기지 않았다. 마치 흥미를 잃은 듯, 혹은 이미 필요한 것을 얻은 듯.

한참을 더 도망친 후에야, 함선은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던 엔진 소리를 겨우 잠재우고 멈춰 섰다. 조종실은 침묵에 잠겼다.

민준은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범벅되어 있었지만, 입가에는 기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봤어… 이제 봤어… 그 모든 것을… 그 지식을… 아하하하하…”

지영은 자신의 자리에 웅크린 채 몸을 떨었다. 그녀의 눈은 공허했고,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듯했다.

은서는 권총을 든 채 조종실의 어두운 구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고, 입술은 알 수 없는 주문을 읊조리는 듯 미세하게 움직였다.

선우는 자신의 자리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제 그의 눈에는 이전의 피로 대신, 무언가 깊고 어두운 절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항해 기록 삭제해.” 선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영! 항해 기록 삭제하라고! 당장!” 선우가 소리쳤다.

간신히 고개를 든 지영의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선장님…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망할 것을 다시 찾아내서는 안 돼.” 선우는 홀로그램을 응시했다. 그 불가능한 형체는 여전히 먼 거리에서, 검은 우주에 구멍을 뚫은 듯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록하지 마. 아무것도 찾지 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

그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들은 살아남았다. 육체적으로는. 하지만 그들이 보았고, 느꼈고, 깨달은 것이 그들의 영혼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이선우 선장은 알았다. 그들은 그 심연 속에서 단순한 외계 유물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심연 그 자체의 눈을 똑바로 마주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눈은, 그들의 영혼 속에 영원히 박혀 버렸다.
아틀라스 호는, 더 이상 예전의 아틀라스 호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