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312화: 단혼진의 그림자

운천문(雲天門)의 새벽은 늘 고요했다. 구름 봉우리 위에 세워진 선궁(仙宮)들은 아침 안개 속에 잠겨, 마치 신선들이 속세를 잊고 수련하는 영롱한 세계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 평화는 한순간에 산산이 조각났다.

“아악! 살인이다! 살인이야!”

가늘고도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안개를 뚫고 울려 퍼졌다. 소리의 진원은 문파의 가장 깊숙한 곳, 외부인의 출입은 물론이고 문파 내부의 수련자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금지된 구역이었다. 그곳은 바로 운천문 최고의 진법(陣法) 대가이자, 까다로운 성격으로 악명 높은 목노인(木老人)의 수련실이 자리한 공중 누각이었다.

운천문 문주(門主)를 비롯한 고위급 장로들과 호위 무사들이 삽시간에 목노인의 누각으로 달려왔다. 누각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현수교에는 두 명의 호위 무사가 굳건히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와 혼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일이냐! 목노인은 어디 계시느냐!” 문주가 채찍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비명을 질렀던 젊은 제자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떨리는 손가락으로 누각 안쪽을 가리켰다. “문주님… 목노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수련실 안에서…”

“수련실? 단혼진(斷魂陣)이 쳐져 있지 않았느냐!” 한 장로가 외쳤다.

목노인의 수련실은 세상의 모든 기운과 접촉을 끊어버리는 ‘단혼진’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이는 목노인만이 자신의 영력(靈力)으로 열 수 있는 강력한 방어 진법이었다. 단혼진이 활성화되면 바늘구멍 하나도 통과할 수 없었고, 외부의 그 어떤 공격이나 내부의 기운 유출조차 막아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살인이라니?

“그렇습니다! 분명 단혼진은 완벽하게 쳐져 있었습니다! 제가 아침 차를 올리러 갔을 때도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으셔서… 문주님의 허락을 받고 가까스로 진법을 약화시켜 문을 열었는데…” 젊은 제자는 숨을 헐떡였다. “목노인께서… 그 안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문주가 직접 수련실로 들어섰다. 방 안은 깨끗했고, 아무런 흐트러짐도 없었다. 마치 목노인이 평소처럼 좌정하고 있었던 듯,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방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기대어 앉은 목노인의 모습은 달랐다. 그의 눈은 크게 뜨여 있었고, 얼굴에는 고통보다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의아함과 깊은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얼어붙어 있었다. 외상(外傷)은 전혀 없었다. 마치 기공 주화입마(走火入魔), 즉 내상으로 자신의 영력이 폭주하여 죽음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목노인은 운천문에서도 손꼽히는 고경(高境)의 수련자. 그가 갑작스러운 주화입마로 허무하게 죽을 리 없었다.

“이건… 말이 안 돼. 단혼진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밖에서 침입할 수도, 안에서 나갈 수도 없었을 텐데… 누가 목노인을 죽였다는 말인가?” 한 장로가 중얼거렸다.

그때, 침묵을 깬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봐서는 침입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사라짐이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하군요.”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알 수 없는 한 젊은이가 서 있었다. 스무 살 남짓한 얼굴에 허름한 도포를 걸쳤지만, 그의 눈빛은 억겁의 세월을 담은 듯 깊고도 명료했다. 운천문 최고의 지혜를 가진 자, ‘청명대사(靑冥大師)’였다. 그는 평소 속세를 떠나 은거하며 문파의 큰일에만 조언을 해주는 신비로운 인물이었다.

문주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청명대사님, 어찌 이리….”

청명대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련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벽에 걸린 옥검(玉劍), 책상 위의 펼쳐진 진법 서적, 그리고 깨끗한 바닥까지. 그의 시선은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목노인의 시신에 닿았다.

청명대사는 시신에 손을 대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의 눈길이 목노인의 떨어진 손가락 끝에 닿았다. 그곳에는 조각난 옥패(玉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짧은 통신용으로 사용되는 작은 옥패였다. 깨진 파편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이 옥패는… 무엇입니까?” 청명대사가 물었다.

“목노인께서 급한 통신을 할 때 사용하시던 것입니다.” 젊은 제자가 대답했다.

청명대사는 옥패 조각들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특히 그는 수련실의 출입문을 주시했다. 단혼진의 잔흔이 여전히 문 주변에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미약하게 남아 있는 영력의 흐름을 감지했다.

“…이상하군.” 청명대사의 입에서 나지막한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문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청명대사는 눈을 뜨고 문주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단혼진은 목노인 본인의 영력으로만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진법이 완전히 활성화되면 내외부의 모든 기운을 차단하여 일체의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단혼진의 불변의 원리였다.

“하지만 이 방 안에는… 목노인의 영력 외에 다른 기운의 잔흔이 남아 있습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분명히 이 방 안에 낯선 기운이 존재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청명대사의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그 무게는 더욱 무거웠다.

장로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단혼진은…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외부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습니다. 진법은 완벽했습니다. 누구도 강제로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었을 겁니다.” 청명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방 안의 낯선 기운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단혼진이 완벽히 작동하는 상태에서, 그 기운의 주인은 어떻게 이 방을 떠났을까요?”

그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다시금 혼란이 찾아왔다. 분명 모순이었다.

청명대사는 손가락으로 깨진 옥패를 가리켰다.

“목노인은 죽기 직전, 이 옥패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요? 그는 주화입마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 외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을 가한 자는… 완벽하게 봉인된 이 단혼진을 유유히 통과하여 도망쳤습니다.”

그의 말에 장로 하나가 이의를 제기했다. “말도 안 됩니다! 청명대사님. 단혼진은 목노인의 영력에 반응합니다. 다른 이가 그의 영력을 모방할 수는 없습니다! 설령 모방한다 해도, 그 정교한 진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청명대사는 조용히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냉철함이 배어 있었다.

“보통의 수련자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기운을 빌려 쓰는 것을 넘어, 상대의 영혼과 기운을 잠식하여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끔찍한 수련법도 존재합니다. 목노인께서는 죽음의 순간, 진법을 통해 자신을 지키려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적은… 그가 가장 신뢰했던 방어막을 역이용했습니다.”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상대의 영력 자체를 빼앗아 진법을 조작했다는 뜻인가?

청명대사는 다시 문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범인은… 이 단혼진을 열고 나갔습니다. 목노인의 영력을 사용해서 말이지요. 마치 목노인 자신이 문을 열고 닫은 것처럼. 하지만 죽은 자는 문을 열 수 없으니, 누군가 그의 영력을 훔쳐 사용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의 시선이 장로들을 향했다.

“진정 문제는… 누가 감히, 그리고 어떤 수단으로, 운천문 최고의 진법 대가인 목노인의 영력을 훔쳐 진법을 조작하고, 완벽한 밀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살인은 단순히 목노인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운천문의 모든 진법과 방어막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입니다.”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이 말은 곧, 운천문 내의 모든 곳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목노인의 영력을 강탈했던 것일까? 이 미스터리는 이제 시작이었다.

청명대사는 깨진 옥패의 마지막 파편을 주워 들었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스쳤다.

“이 옥패는… 범인의 정체를 말해줄 수도 있겠군요. 마지막 순간, 목노인이 누구의 이름을 새기려 했을까요?”

수련실 안에 다시금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고요했던 운천문에 드리워진 것은 이제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파고드는 섬뜩한 의문과, 모두를 겨누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