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틈새

“하준! 전방 7시 방향, 에너지 파동 감지. 출력 800메가와트 이상. 일반 훈련 구역에서 감지될 수 없는 수치야!”

마장병 ‘흐트리움’의 콕핏 안, 서윤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찢고 들어왔다. 검은색과 은색이 어우러진 흐트리움의 강화 유리 헬멧 안에서, 강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종석 앞의 홀로그램 패널에는 훈련 구역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아르카나 마법학원 지하 30층, ‘심층 훈련 구역’. 5세대 룬 아머의 성능 시험 겸, 실전 대응 훈련을 위한 최심부였다.

“800메가와트? 서윤, 오류 아닐까? 이 구역은 최대 500메가와트 마력장이 한계인데.” 하준의 룬 아머 ‘아수라’의 팔뚝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거대한 검은색 갑주, 등 뒤에는 접힌 날개가 달린 아수라는 그 위용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했다.

“오류일 리 없어. 내 아머 ‘프레비타스’는 최신 마력 감지 모듈을 탑재하고 있잖아. 게다가…… 출력원이 지하 30층보다 더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어. 지도에 없는 미지의 구역이다.”

서윤의 프레비타스는 하얀색과 금색이 조화를 이룬 유려한 디자인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프레비타스의 센서는 아르카나 학원에서도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했다.

“미지의 구역이라고?” 민준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의 룬 아머 ‘브리간드’는 투박하지만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붉은색 육중한 갑주였다. “이봐, 하준! 이거 완전 특종 아니야? 우리가 학원 지하의 미발견 유적이라도 찾아내는 거 아니냐고!”

“민준, 헛소리 말고 집중해.” 서윤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학원 지하에 미발견 구역이 있다는 건 전례 없는 일이야. 게다가 이 정도의 마력 파동이라면…… 단순한 유적과는 거리가 멀어.”

하준은 홀로그램 지도를 확대했다. 서윤의 센서가 지목한 지점은 현재 위치에서 약 500미터 아래, 학원의 최심부 마력로와도 동떨어진 곳이었다. 훈련 구역의 단단한 강화 암반층을 뚫고 내려가야 할 깊이였다.

“젠장, 탐사해 볼 가치는 충분해.” 하준은 결론을 내렸다. 그의 전투 마법사로서의 본능이 이끌렸다. 미지의 위협이든, 대단한 발견이든, 그는 늘 그 중심에 서 있기를 원했다. “브리간드, 전방 100미터 지점까지 선행해. 프레비타스, 파동의 변동 폭을 계속 주시하고. 아수라, 내가 앞장선다.”

하준은 아수라의 마력 코어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육중한 아머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강화된 팔뚝에서 솟아난 에너지 블레이드가 주변의 암반을 녹이기 시작했다. ‘부우웅-’ 진동이 콕핏 전체를 뒤흔들었다.

“강제로 파고들겠다는 거야? 하준, 이건 무모해!” 서윤의 목소리가 경고했지만, 이미 늦었다. 하준의 눈에는 오직 미지의 심연으로 향하는 길만이 보였다.

20분 후, 그들은 거대한 지하 공동에 도착했다. 하준의 아수라가 암반을 뚫고 나타나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 숨을 삼켰다.

그곳은 자연적인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 혹은 적어도 인공적인 힘으로 변형된 공간이었다. 천장과 벽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자들 사이사이에서 희미한 보라색 빛이 깜빡였다. 빛은 마력이 아닌, 그보다 더 원시적이고 불길한 힘을 품고 있는 듯했다. 공기는 축축하고 무거웠으며, 쇠 썩는 냄새와 알 수 없는 역겨운 비린내가 뒤섞여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이게 뭐야……?” 민준이 주눅 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브리간드는 강력한 무기였지만, 이런 음산한 분위기 앞에서는 한낱 고철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젠장, 이 지점에선 모든 통신이 두절돼.” 서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학원 본부와의 연결이 끊겼어. 긴급 탈출 포탈도 작동 불능이야.”

하준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아수라의 내부 센서가 비정상적인 마력 파동을 계속 감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서윤이 처음 감지했던 800메가와트의 파동과는 달랐다. 훨씬 더 거대하고, 불규칙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이봐, 저기…….” 민준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하준과 서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공동의 가장 깊숙한 곳, 마치 거대한 입처럼 벌어진 어둠 속에서, 거대한 기둥들이 솟아 있었다. 그것들은 단순한 바위 기둥이 아니었다. 뼈와 살, 그리고 기이한 금속이 뒤섞인 듯한 형체였다. 표면에는 징그러운 촉수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서 썩어가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시체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피부는 검게 변색되어 있었고, 눈동자는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학원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건 금기야.” 서윤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떨렸다.

그때, 공동 전체가 흔들렸다. 쿵, 쿵, 쿵.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지하 전체를 뒤흔들었다. 보라색 빛이 더욱 강렬하게 깜빡였다.

“이게 뭐야?” 민준이 비명을 질렀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거대한 촉수들이 지하 공동의 기둥들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뼈와 살, 그리고 검은 핏줄이 뒤섞인 듯한 끔찍한 형상이었다. 수십 개의 촉수가 동시에 움직이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방어 태세! 브리간드, 화력 지원!” 하준이 외쳤다. 아수라의 마력 코어가 맹렬하게 타올랐다. 등 뒤의 날개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콰앙!’

첫 번째 촉수가 아수라의 방어막에 부딪혔다. 방어막이 파르르 떨렸지만 버텨냈다. 그러나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콕핏 내부의 하준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젠장, 너무 단단해!” 민준이 외쳤다. 그의 브리간드에서 발사된 플라스마 캐논이 촉수에 명중했지만, 촉수는 잠시 움찔할 뿐, 이내 재생하며 다시 달려들었다.

“이건 그냥 촉수가 아니야! 마력이 응축된 생명체다!” 서윤이 분석했다. 프레비타스의 손목에서 푸른색 마력 사슬이 뻗어 나와 촉수 하나를 휘감았다. 서윤은 사슬에 마력을 흘려보내 촉수를 얼어붙게 만들려 했지만, 촉수의 표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마력을 역류시켰다.

“으윽!” 서윤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제 마력이 흡수되고 있어!”

이런 식으로는 답이 없었다. 촉수들은 점점 더 많아졌고, 공동의 심연에서 더 크고 끔찍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형태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기어 나왔다. 그것은 여러 개의 눈을 가진, 뼈와 살이 뒤섞인 거대한 덩어리였다. 그 덩어리에서 뻗어 나온 촉수들이 동굴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야……!?” 민준이 공포에 질려 외쳤다. 그의 브리간드는 이미 수십 개의 촉수에 둘러싸여 있었다. 플라스마 캐논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지만, 압도적인 숫자에 밀리고 있었다.

“하준! 민준이 위험해!” 서윤이 소리쳤다.

하준은 이를 악물었다. 아수라의 오른쪽 어깨에서 거대한 룬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전방으로 돌진했다. 룬 블레이드가 촉수들을 난자했다. 끔찍한 비명 소리가 그의 콕핏 안까지 파고들었다. 그것은 괴물의 비명 소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영혼들이 고통받는 듯한 울부짖음 같았다.

하준은 민준의 브리간드 쪽으로 향하는 촉수들을 베어 넘기며 나아갔다. 간신히 민준에게 다다랐을 때, 민준의 브리간드 한쪽 팔이 이미 촉수에 의해 부서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하준! 저… 저기…….” 민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거대한 덩어리를 가리켰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혹은 살아있었던 모든 것을 집어삼킨 존재였다. 거대한 덩어리의 중앙에는 핏줄처럼 꿈틀거리는 심장이 박동하고 있었고, 그 심장 주변에는 수많은 인간의 얼굴들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채 박혀 있었다. 그 얼굴들은 모두 공포에 질린 채, 무언가에 붙잡혀 영원히 고통받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이 학원 지하에 숨겨진 금기였다. 마법의 힘으로 봉인되어야 했던, 혹은 영원히 잊혀져야 했던 끔찍한 존재.

하준의 뇌리에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 이 괴물은 단순히 존재할 뿐 아니라, 학원 전체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학원의 마력 시스템과 연결되어, 마력을 공급받으며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 전체가 위험해……!” 하준이 이를 악물었다.

그때, 거대한 덩어리 중앙의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박동했다. 그와 동시에 공동 전체에 울려 퍼지는, 수천 개의 목소리가 뒤섞인 듯한 비명 소리가 하준의 영혼을 꿰뚫는 듯했다. 비명은 절규였고, 고통이었으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어두운 욕망의 울부짖음이었다.

“도망쳐, 하준! 여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서윤의 목소리가 절박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하준은 움직일 수 없었다. 거대한 덩어리에서 뻗어 나온 촉수 하나가 이미 그의 아수라의 몸체를 휘감고 있었다. 아머의 외장이 삐걱이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콕핏 내부의 경고등이 붉은색으로 번쩍였다. 마력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이게…… 대체……”

하준의 눈앞에, 거대한 덩어리의 가장 큰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심연이었고, 그 안에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집어삼키려는 순수한 악의가 가득했다. 그의 룬 아머는 무력하게 붙잡혔고, 그의 의식은 점차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이곳은 아르카나 마법학원의 어둠 속 심연이었다. 그리고 그 심연의 주인은, 이제 막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