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열 속의 힘
### 1화. 녹슨 심장 속 이물질
강진우는 오늘따라 유난히 칼날이 무뎌진 플라즈마 커터의 손잡이를 꾹 쥐었다. 끽, 끽. 낡은 장비에서 새어 나오는 마찰음은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고, 스캔 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잔해들의 먼지 낀 실루엣만큼이나 지루한 일상이었다. 이곳은 신서울 7구역, 일명 ‘녹슨 혈관’이라 불리는 곳. 수십 년 전, 혹은 어쩌면 수백 년 전의 대격변 이후 버려진 구시대의 잔해들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거대한 산업용 로봇 팔이 낡은 철골 구조물을 들어 올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던져 놓았다. 굉음과 함께 묵은 먼지가 솟구쳤다. 강진우는 익숙하게 스캔 글라스의 필터를 조절하며 로봇이 가져온 잔해들을 훑었다. 대부분은 이미 분류 시스템을 한 번 거쳐 온 것들이라 특별한 가치는 없었다. 그의 임무는 그 속에서 혹시라도 놓쳤을 법한 고대 기술의 흔적이나 재활용 가치가 높은 희귀 합금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개는 쓸모없는 쇳덩이나 폐회로 기판들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작업은 이미 중반을 넘어섰고, 그의 육체와 정신은 모두 피로에 절어 있었다. 차라리 잠시 눈을 붙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 저녁 식사로 고작 합성 단백질 덩어리나 씹게 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금속 덩어리, 빛바랜 회로 기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복합 재료들 사이에서 강진우의 시선이 문득 한 곳에 멈췄다. 그의 스캔 글라스가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보통의 고철이라면 진동 없이 차가운 푸른색을 띠어야 할 에너지가, 희미하게 떨리는 붉은색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약했지만, 끈질기게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빛이었다.
“뭐지, 이건?”
강진우는 호기심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플라즈마 커터를 조작했다. 능숙하게 날카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며 낡은 금속 덩어리를 썰어냈다.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고, 이내 그 빛이 사라진 자리에 거대한 잔해 덩어리 한가운데 박혀 있던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돌멩이 같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 하지만 돌멩이치고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젯빛보다 더 짙은 검은색. 흉터 하나 없이 매끄러운 표면. 그리고 그 위에 아주 미세하게 새겨진, 기하학적이면서도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문양들. 일반적인 고대 문명에서 발견되는 문자와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가 돌의 표면을 기어 다니는 듯한 환각마저 느껴졌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그것을 만졌다.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은 금속의 냉기와는 달랐다. 흡수하는 듯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종류의 냉기였다. 손가락 끝으로 표면을 더듬자, 매끄러운 감촉 아래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것을 쥐자, 손바닥 안에서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웅— 하는 소리 없는 진동이 뼈를 타고 올라와 온몸을 울렸다. 동시에 어둠침침한 작업장의 조명들이 일제히 깜빡였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고 멈추는 것처럼. 강진우는 반사적으로 손을 놓으려 했지만, 이내 묘한 끌림에 붙잡혔다. 마치 이 돌멩이가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그 검은 돌을 응시했다. 빛이 돌의 표면에서 미약하게 일렁였다. 착각인가? 아니, 분명히 그의 눈은 아주 짧은 순간, 돌멩이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하지만 훨씬 더 선명하게. 그의 귀에 닿지 않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뇌 속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젠장, 이게 대체….”
강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많은 고대 유물과 폐기물 사이에서 일했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단순한 구시대의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존재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다른 종류의 발견이라는 것을. 만약 이 사실을 회사에 보고한다면? 아마 곧바로 압수될 터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평범한 고철 작업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이 비밀스러운 돌멩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상부의 끝없는 심문 대상이 될지도 몰랐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이 돌멩이의 가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강진우를 더 자극한 것은 미지의 존재가 불러일으키는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마치 닫힌 문 너머에 숨겨진 비밀을 기어이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유혹처럼.
그는 결심했다. 이 미지의 조각을 당분간 자신만의 것으로 남겨두기로. 강진우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주변의 작업 로봇들은 각자의 임무에 열중하고 있었고, 다른 인부들은 저 멀리에서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이상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는 능숙하게 작업복 주머니 안쪽에 숨겨진 비밀 주머니에 돌멩이를 넣었다. 주머니 속에서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했다.
퇴근 시간은 아직 멀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작업장을 벗어나 있었다. 그는 이 돌멩이가 어떤 의미를 지닐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뒤바꿀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것은 그저 돌멩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의 규칙을 벗어난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이제 강진우의 주머니 속에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