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은 심연이었다. 무한하고, 침묵하며, 태고적부터 변함없는 우주의 자궁. 혜성호는 그 어둠을 가르고 미지의 항로를 나아가고 있었다. 인류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아니, 인류의 상상력조차 미치지 못했던 심우주.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수백 년을 달려야 하는 이 고독한 공간에서, 혜성호 승무원들은 인류 문명의 첨단을 짊어진 개척자들이었다.

함장 이지영은 고요히 함교의 전면 홀로그램 스크린을 응시했다. 수억 개의 별들이 점으로 박힌 검은 비단 같은 우주가 그녀의 눈동자에 담겼다.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풍경.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늘 인류의 나약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꼈다. 혜성호가 이토록 멀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나약함을 극복하려는 인류의 끈질긴 의지 덕분이었다.

“함장님, 장거리 스캔에 특이 신호 감지되었습니다.”

정적을 깬 건 과학 장교 최민준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약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민준은 평소에도 새로운 발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달랐다.

“특이 신호?” 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종류의 신호지?”

“지금까지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패턴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인공적인 것 같긴 한데, 저희가 아는 어떤 문명의 것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패턴이… 불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동시에 비정형적입니다.” 민준의 손이 홀로그램 키보드 위에서 춤추듯 움직였다. 스크린 한쪽에 복잡한 그래프와 수식들이 번개처럼 튀어 올랐다가 사라졌다.

부함장 박선우는 즉시 자신의 콘솔로 이동해 민준의 데이터를 교차 확인했다. 선우는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살짝 경계심 어린 빛이 스쳤다. “민준의 보고가 맞습니다, 함장님. 신호는 분명 존재하며, 지금까지 감지된 어떤 것과도 다릅니다. 거리는… 현 속도로 약 32시간 내 접근 가능합니다.”

“32시간이라….” 지영은 의자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혜성호는 은하계의 가장자리, ‘태초의 바다’라고 불리는 미지의 영역을 탐사 중이었다. 이곳에서 인공적인 신호라니. 그것도 인류의 기술로는 해독 불가능한 패턴을 가진.

“전 대원 비상 대기 상태로 전환. 에너지 실드 전개 준비. 무장 시스템은 대기 모드 유지. 선우, 즉시 신호원 방향으로 항로 변경해.” 지영의 명령은 단호했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선우가 즉시 조작에 들어갔다. 혜성호의 거대한 선체가 미약하게 진동하며, 거대한 추진기가 방향을 틀었다. 혜성호는 이제 미지의 존재를 향해 나아갔다.

***

혜성호가 신호원에 가까워질수록, 민준의 분석 그래프는 더욱 복잡해지고, 동시에 더욱 명확해졌다.

“함장님, 신호는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각적으로도 감지될 정도의 거리입니다.” 민준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각적으로 감지된다고? 홀로그램 스크린에 띄워봐.”

스크린이 깜빡이더니, 심우주의 어둠 속에 혜성호보다 훨씬 거대한 그림자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암석 덩어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은 암석이 아니었다.

“이게… 대체….” 엔지니어 김하늘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우주를 통틀어 가장 견고하고 효율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천재였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완벽한 정육면체였다. 거대한,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크기의 정육면체. 표면은 검은색, 그러나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주위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그 어떤 반사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인 검정. 마치 우주의 가장 깊은 공허를 잘라내어 빚어낸 듯한 물질이었다. 혜성호의 강력한 스포트라이트조차 그 표면 위에서는 맥없이 소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측정 불가… 모든 스캔이 막힙니다. 물질 구성도, 내부 구조도… 심지어 에너지 반응조차 표면에서 모두 흡수해버립니다. 하지만 분명히 신호는 계속해서 방출되고 있습니다.” 민준의 목소리는 경외와 혼란으로 뒤섞여 있었다.

의무 장교 정수아는 스크린 속 구조물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콘솔을 확인했다. “대원들의 생체 신호에 이상 없습니다. 다만… 경미한 스트레스 반응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영은 거대한 정육면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경미한 스트레스라…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군.” 그녀는 피식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것은… 분명 인공 구조물이다. 하지만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함장님, 혜성호의 자가 방어 시스템이 주변 시공간 왜곡을 감지했습니다.” 선우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아주 미세하지만, 저 구조물 근처에서 시공간이 불안정합니다. 너무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만. 현재 위치에서 정지.” 지영이 명령했다. 혜성호의 추진기가 멈추고, 거대한 함선은 정지된 채 검은 정육면체를 응시했다. 마치 우주에 박힌 거대한 눈동자처럼.

“민준, 탐사정 발사 준비해. 원격 조종으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킨다.”

“위험합니다, 함장님!” 하늘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저건 저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탐사정이 근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하늘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함장님. 신호를 분석하는 데 좀 더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선우가 동의했다.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다. 저것이 여기서 얼마나 오래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우연이 아닐 수도 있어.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정보를 얻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민준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탐사정 발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탐사정 ‘까마귀 1호’, 발사 준비 완료.”

“발사.”

작은 탐사정, ‘까마귀 1호’가 혜성호의 격납고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혜성호의 스포트라이트에 비친 탐사정은 거대한 정육면체 앞에서는 작은 먼지처럼 보였다. 까마귀 1호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꾸준히 정육면체를 향해 전진했다.

혜성호 함교의 모든 시선은 탐사정의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탐사정이 구조물에 100미터, 50미터, 10미터…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까마귀 1호가 정육면체에 닿기 직전,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검은 정육면체의 표면이, 마치 물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검정 속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그 균열들이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빠르게 확장되어 갔다. 그리고 이윽고, 육면체의 한 면이, 마치 거대한 꽃잎이 피어나듯,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우주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던 정육면체의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그 어떤 별빛도, 은하의 광채도 담을 수 없는, 더욱 깊고 무한한 ‘공허’ 그 자체였다. 그 공허 속에는 수억 개의 별조차 점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그러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듯했다.

“함장님! 시공간 왜곡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통신 두절!” 선우의 경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혜성호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모든 계기판의 경고등이 미친 듯이 깜빡였다.

스크린 속, 까마귀 1호는 거대한 공허의 입구 앞에서 마치 유령선처럼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허 속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같은 촉수들이 까마귀 1호를 감싸 안았다. 아무런 소리도, 충격도 없이, 탐사정은 순식간에 공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통신 복구 중… 통신 복구 불가능합니다! 까마귀 1호 소실되었습니다!” 민준의 얼굴은 공포로 질려 있었다.

함교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영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스크린을 노려보았다. 거대한 정육면체의 입구는 이제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안의 심연은 혜성호를 향해 무한한 유혹을 던지는 듯했다. 아니, 유혹이 아니었다.

그것은 흡수였다.

혜성호의 선체가 미약하게,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공허를 향해 끌려가기 시작했다.

“젠장…! 전원, 비상 탈출 준비!” 지영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에는 최후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여전히 거대한 공허의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인류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이 만남이 모든 것의 시작이거나, 혹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불길한 예감만이, 그녀의 심장을 잠식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