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시간의 균열

강민준은 낡은 야전 삽을 쥔 손에 땀이 흥건했다. 깊은 산골짜기, 인적 드문 곳에 숨겨진 폐사지, ‘무명암’이라 불리는 이곳은 학계에서조차 미지의 공간으로 치부되는 곳이었다. 잡목과 넝쿨이 뒤엉킨 돌무더기 아래, 어제 우연히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희미한 비석 조각 하나. 단순한 기와 조각이나 석불 잔해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문신처럼 섬세하게 새겨진, 그러나 그 어떤 역사서에도 기록되지 않은 기묘한 문양. 그것은 민준의 심장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울렸다.

그는 사흘 밤낮을 이곳에서 보냈다.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음습한 골짜기, 낡은 텐트 안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한 가지 목표에 매달렸다. ‘진실을 밝혀내야 해.’ 아무도 믿지 않았던,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치부되던 고대의 흔적. 그의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는 믿었다. 대학원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그의 꿈,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젠장, 이 정도면 나왔어야 하는데….”

투박한 삽날이 흙을 가르며 뿌리를 끊어냈다. 끈적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벌써 몇 시간째,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점차 희망이 사그라지고, 체념의 그림자가 그를 덮쳐오는 듯했다. 어쩌면 그는 그저 헛된 환상에 매달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삽날이 묵직한 무언가에 ‘쾅!’ 하고 부딪혔다.
“크윽!”
날카로운 충격에 손목이 저릿했다. 낡은 돌덩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흙을 걷어내자 드러난 것은 매끄러운 금속 질감의 직사각형 석판. 표면에는 어제 보았던 기묘한 문양들이 더욱 선명하게,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새겨져 있었다. 잿빛 금속은 오랜 세월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전혀 녹슬거나 부식되지 않은 듯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건… 학계에 보고하면 난리가 날 대발견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석판을 쓸었다. 차가운 금속은 묘한 온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전율이 타고 올라왔다. 문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순간, 석판에서 엄청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눈을 뜰 수 없는 백색 섬광. 강렬한 에너지 파동이 온몸을 감쌌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과 함께, 주변의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숲의 냄새, 흙의 감촉, 바람 소리…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무시무시한 진동만이 그를 휘감았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아득함과 공포가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는 비명을 질렀지만, 그 소리조차 진동 속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의식이 아득해졌다.

***

눈을 떴을 때, 그는 익숙한 산림이 아닌 낯선 풍경 속에 서 있었다.
“콜록, 콜록… 컥!”
폐 속으로 들어온 공기는 습하고 무거웠다. 빽빽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들, 그의 키를 훨씬 넘는 풀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하늘은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그의 기억 속 황혼과는 어딘가 다른, 더욱 원시적이고 불길한 색깔이었다.
“이, 이게… 뭐야?”
목소리가 갈라졌다. 방금까지 손에 쥐고 있던 삽은 온데간데없고, 손바닥에는 아까 만졌던 석판의 문양이 마치 낙인처럼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뒤바뀐 듯한 끔찍한 이질감이 그를 덮쳤다.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공기의 냄새, 풀들의 질감, 바람 소리마저도 그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원시적인 생명력이 넘실거리는, 미지의 세계.

그때였다. 숲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덤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존재들이었다. 허름한 가죽옷을 입고, 뼈로 만든 장신구를 걸친 사람들. 그들은 그가 알던 역사서 속 그림이나 기록과는 확연히 달랐다. 얼굴에는 강렬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눈빛은 날카롭고 야성적이었다. 원시적이면서도 기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살아있는 고대인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뾰족한 돌창과 활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바닥의 흙을 살피던 한 남자가 손가락으로 흙을 가리키며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크르르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그 소리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 뒤편, 짙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거대한 형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거대한 송곳니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늑대와 호랑이를 합쳐 놓은 듯한 맹수. 털은 검고 윤이 났으며, 눈은 섬뜩한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민준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저런 짐승은… 멸종된 지 수천 년이 넘은 게 아니었던가? 이곳은 대체 어디며, 자신은 언제로 온 것인가?

고대인들과 맹수의 대치. 사냥의 긴장감이 주변 공기를 짓눌렀다. 풀벌레 소리마저 멎은 듯한 적막감 속에서, 한 고대인이 맹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저 단순한 외침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마치 거대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공기가 진동하고, 그의 손에서 푸른 빛이 피어올랐다. 희미하게 빛나던 푸른색은 순식간에 강렬한 푸른색 구체가 되어 그의 손바닥 위에서 회전했다.
“뭐…?”
민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법? 그는 지금, 마법이 존재하는 시대에 떨어진 건가?

푸른 빛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맹수를 향해 날아갔다. 거대한 맹수는 온몸을 강타당한 듯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크아아악!” 고대인들은 환호했다. 승리의 외침이 숲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민준은 경악에 질려 몸을 떨었다. 저들이 ‘마법’이라 부르는 힘… 아까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석판의 문양과 어딘가 닮아 있었다. 손바닥에 새겨진 희미한 문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피가 끓는 듯한 뜨거움이었다. 석판의 힘이 자신에게도 전이된 것인가?

고대인들이 쓰러진 맹수를 향해 다가갔다. 흥분에 찬 그들의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때, 그들 중 가장 키가 크고 덩치 좋은 한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는 듯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숲을 훑더니, 정확히 민준이 숨어 있는 덤불 쪽으로 향했다.
‘들켰나?’
민준의 심장이 발이 묶인 듯 얼어붙었다. 덤불은 너무 얇았고, 그는 완벽하게 몸을 숨기지 못했다. 발각될 수밖에 없었다.
고대인은 천천히 민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계심과 함께, 낯선 것을 발견한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손에 든 창의 끝이 민준을 향했다. 민준은 몸을 웅크렸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에 땀이 다시 흥건해졌다.

“거기… 누구인가?”
낮고 굵은 목소리가 덤불 너머에서 들려왔다.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억양과 분위기만으로도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민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미지의 시대에서, 이 낯선 존재들에게… 과연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고대의 힘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경고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의 표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