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심연의 메아리**
무한의 어둠 속을 표류하는 거대한 그림자, *헬리아스*는 별들의 차가운 바다를 가로지르는 한 마리의 고래 같았다. 칠흑 같은 우주 속에서 점점이 박힌 먼 별들은 무심하게 빛나고 있었고, 함선 내부를 채운 생명 유지 장치의 낮은 웅웅거림만이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소리였다. 목적지?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먼 심연을 탐사하는 것이 임무의 전부였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브릿지의 지루한 정적을 깨트린 것은 항해사 세라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선장님, 감지됐습니다! 전례 없는 에너지 패턴입니다!”
함장 리암은 깊은 생각에 잠겨 반쯤 감겨 있던 눈꺼풀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숙련된 탐사 대원 특유의 침착함이 그의 얼굴에 서려 있었지만, 세라의 목소리에 담긴 미세한 떨림은 그마저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례가 없다고? 자세히 보고해.”
“네, 선장님! 심우주 탐사 이래 이런 수치는 처음입니다. 모든 스펙트럼에서 미확인 에너지원이 포착되었습니다. 출처는… 약 3광초 거리의 미확인 물체로 추정됩니다.” 세라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항성 지도 위를 빠르게 스치며 새로운 붉은 점 하나를 그려냈다. 그 점은 마치 먹물을 떨어뜨린 듯 주변의 별빛을 희미하게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켄 기술 담당이 끙, 하는 낮은 신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3광초? 순식간이군. 그만큼 탐지하기 어려웠다는 뜻인가요? 뭘까요, 선장님?” 그의 눈은 이미 메인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켄, 함선 상태 점검. 세라, 그 물체에 최단거리로 접근해. 속도는 최대한 안전하게. 박사님, 분석 준비하십시오.” 리암의 지시는 간결하고 정확했다. 함교는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 잠들어 있던 괴수가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헬리아스*는 거대한 몸을 틀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수십 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우주선 엔진의 낮은 진동과 대원들의 긴장된 숨소리로 간신히 메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메인 뷰스크린에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우주의 티끌처럼 보였지만, 점차 뚜렷해지며 그 불쾌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켄의 낮은 욕설이 함교에 울려 퍼졌다.
화면에 떠오른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거대한, 흡사 검은 흑요석으로 깎아낸 듯한 다면체였다. 하지만 그 표면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면과 면의 경계가 물결처럼 일렁였고, 모서리는 비틀린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기하학의 법칙을 조롱하는 형태였다. 빛을 반사하기는커녕, 마치 모든 빛을 흡수하는 진정한 블랙홀처럼 보였다. 그 존재 자체로 주변의 별빛을 흐트러뜨리고 왜곡시키는 듯했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한 번에 담아낼 수 없는, 비현실적인 형태.
“박사님, 분석 결과는 어떻습니까?” 리암이 박사에게 물었다. 박사, 즉 박선우 박사는 이미 홀로그램 데이터를 허공에 띄워놓고 손가락을 휘젓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경이로움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선장님… 이런 물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어떤 원소, 어떤 알려진 복합체에도 부합하지 않아요.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 물체는… 미세하게 공명하고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처럼, 혹은… 무언가를 ‘호출’하는 것처럼요.” 박사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고 불안해졌다. “그리고 에너지 스펙트럼이… 계속 변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요.”
리암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기체? 저런 불가능한 형태를 가진 것이?”
“추정컨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유기체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 이 유물의 존재 자체는 우주의 근본적인 법칙에 대한 모독입니다.” 박사는 흥분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드론을 출격시켜. 근접 촬영과 표본 채취,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리암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미지의 존재 앞에서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반응은 탐구였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일지라도.
소형 탐사 드론 한 대가 *헬리아스*의 격납고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드론의 전방 카메라가 메인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했다. 검은 다면체는 드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 표면의 뒤틀림은 더욱 격렬해지는 것 같았다.
드론이 유물에 접근하자, 갑자기 메인 스크린에 노이즈가 폭발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드론의 데이터 링크가 불안정합니다, 선장님!” 세라가 다급하게 외쳤다. “외부 카메라가… 신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내려, 당장 회수해!” 리암이 명령했다. 불길한 예감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낮고 음산한, 마치 거대한 장기가 꿈틀거리는 듯한 진동이 *헬리아스* 전체를 뒤흔들었다. 함선 내부의 조명이 깜빡이며 위태롭게 흔들렸다. 쨍한 오존 냄새와 함께, 수억 년 된 먼지 냄새 같은, 형언할 수 없는 퀴퀴한 악취가 함교를 가득 채웠다.
“모두 괜찮나?!” 리암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진동에 묻혀 희미하게 들렸다.
박선우 박사는 이를 악물고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선장님… 드론이… 드론이 유물의 표면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녹아들고 있어요!”
메인 스크린 속 드론의 실루엣이 흔들리더니, 마치 설탕이 물에 녹듯 흐물흐물해졌다. 드론의 견고한 금속 외피가 고무 찰흙처럼 늘어지고 비틀리더니, 결국 유물의 검은 표면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드론이 사라지자, 그 거대한 다면체는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가 다시 원래의 불가능한 형태로 수축했다. 마치 드론의 존재를 게걸스럽게 삼킨 것처럼.
리암의 뇌리에 차가운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형태 없는 생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개념, 별보다도 더 오래되고 우주보다 더 광활한 심연 속에서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차가운 의식이었다. 그의 손이 본능적으로 관자놀이로 향했다. 두통이 아니었다. 존재론적인 공포가 그의 정신을 꿰뚫는 듯했다.
“선장님? 괜찮으세요?” 세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리암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주 화면의 유물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검은 덩어리에서, 마치 고동치는 심장처럼 미약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별들의 빛을 삼키는 듯한, 영원의 어둠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알 수 없는 존재를 향해 끊임없이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헬리아스*의 모든 통신망에서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수많은 언어가 뒤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도, 기계의 언어도 아니었다. 수많은 존재들의 절규와 탄식, 그리고 광기가 뒤섞인, 잊혀진 심연의 메아리였다.
*그것은 깨어났다.*
*그것은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부름에, 무언가가 답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