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무도회 – 제117화: 피어나는 매화, 휘몰아치는 폭풍**
철강 같은 주먹이 굉음을 내며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무림인들이 숨을 죽였다. 천하제일무도회, 결승 진출을 가리는 사강전(四强戰)의 열기가 거대한 비무장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했다.
“크아악! 다시 한 번! 매화문의 전설, 매화 아가씨의 ‘매화비영보(梅花飛影步)’가 작렬합니다! 물 흐르듯 유려하면서도 칼날처럼 예리한 저 움직임을 보십시오! 진혁 도전자,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우렁찬 중계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비무장 한가운데, 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상대는 서릿발 같은 냉기를 뿜어내는 ‘매화’라 불리는 여인이었다. 겉보기엔 가녀린 선녀 같았으나,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풍(掌風)은 바위를 종잇장처럼 찢을 위력을 담고 있었다.
“흡!”
매화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진혁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듯 아름다웠지만, 그 움직임 속에 담긴 속도는 눈으로 좇기조차 버거웠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매화의 잔상들이 진혁의 주변을 맴돌았다.
‘젠장, 저 속도에 저 위력이라니!’
진혁은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기운을 끌어모아 방어 태세를 취했다. 그의 온몸에 흐르는 내공(內功)이 단단한 갑옷처럼 느껴졌지만, 매화의 공격은 그 갑옷의 틈새를 기어이 찾아내 깊숙이 파고들었다.
팟! 파팟!
날카로운 손날이 스쳐 지나가며 진혁의 팔뚝을 스쳤다.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아픔과 동시에, 온몸에 냉기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외상이 아니었다. 매화의 장법(掌法)에는 내공을 얼어붙게 만드는 듯한 차가운 기운이 실려 있었다.
“크윽…!”
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주특기인 묵직하고 강렬한 권법(拳法)은 매화의 신묘한 움직임 앞에서는 무력했다. 공격을 뻗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다른 곳으로 사라져 있었고, 진혁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맹렬한 반격을 가해왔다.
“매화낙(梅花落)!”
매화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울렸다. 그녀의 두 손이 마치 춤을 추듯 공중에서 휘돌았다. 수십, 수백 개의 매화가 피어나는 듯한 환영이 진혁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그것은 환영이 아니었다. 한 줄기, 한 줄기 모두 진정한 살의(殺意)를 담은 장풍이었다.
콰아앙! 콰쾅!
마치 수천 개의 칼날이 동시에 쏟아지는 듯한 충격이 진혁의 전신을 강타했다. 그는 방어할 틈도 없이 연속된 공격에 휘말렸고, 결국 균형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입에서 피가 울컥 솟구쳤다.
“진혁 도전자! 위험합니다! 매화 아가씨의 궁극기! ‘매화천봉(梅花千鋒)’이 터졌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것인가요?!”
중계진의 절규가 경기장을 메웠다. 관객들의 탄성과 함께 수많은 시선이 진혁에게로 향했다. 한 번 더 당했다간 정말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터였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절대로!’
진혁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는 피 맺힌 시선으로 매화를 노려보았다. 매화는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로 진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진혁을 이미 죽은 자처럼 여기는 듯했다.
진혁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의 권법은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고난 속에서 깨달은, 굳건한 의지와 인내로 다져진 무공이었다.
‘어디든 빈틈이 있을 거야. 아무리 완벽한 무공이라도, 사람이 하는 이상 빈틈은 존재해!’
매화의 움직임은 유려하고 빈틈이 없어 보였지만, 진혁은 필사의 집중력으로 그녀의 패턴을 읽어내려 애썼다. 그녀의 ‘매화비영보’는 마치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자유로웠지만, 자세히 보면 일정한 흐름과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 흐름의 끝, 기세가 바뀌는 찰나. 아주 짧은, 한순간의 빈틈!
매화는 다시 한 번 움직였다. 그녀의 발끝이 지면을 스치자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매화비영보’가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진혁은 온몸의 근육을 최대로 이완했다.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그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했다.
그녀가 진혁의 오른쪽으로 파고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장법이 진혁의 옆구리를 노릴 것이다. 매화의 공격은 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었으니까.
‘지금이다…!’
진혁은 매화가 예상했던 움직임을 보이는 바로 그 찰나, 온몸의 기력을 한 점에 모았다. 허리를 비틀고, 왼팔을 뒤로 뺀 뒤, 마치 벼락이 치듯 오른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의 주먹은 거대한 바위가 굴러가는 듯한 묵직한 기세로 허공을 갈랐다.
“파천일격(破天一擊)!”
그것은 진혁이 모든 것을 걸고 던지는 필사의 반격이었다. 그의 주먹 끝에서는 강렬한 내공이 용오름치듯 휘몰아쳤다. 그 주먹은 매화가 다음 공격을 준비하며 자세를 잡는, 아주 짧은 ‘빈틈’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매화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진혁이 자신의 움직임을 완전히 읽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두 사람의 공격이 허공에서 격돌하는 순간, 거대한 충격파가 비무장을 뒤흔들었다. 콰아아앙! 폭풍 같은 충격음과 함께 비무장 바닥의 단단한 석판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관중석의 무림인들은 저절로 눈을 감았고, 중계진의 목소리마저 일순간 끊겼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시야를 가렸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진혁의 주먹은 매화의 가슴팍에 아슬아슬하게 닿기 직전 멈춰 있었다. 그의 눈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매화의 손날은 진혁의 목덜미를 스치기 직전, 아주 간발의 차이로 멈춰 서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서로를 꿰뚫어 볼 듯 응시했다. 이어진 정적 속에서, 승패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일격으로 천하제일무도회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리라는 사실이었다.
다음 장에서, 천하의 운명을 가를 이 격전의 결과가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