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피와 흙의 맹세

용두령의 밤은 핏빛 노을과 화약 연기로 물들어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이어진 좁은 길목, 그곳을 사수하려는 자들과 짓밟으려는 자들의 처절한 아우성이 메아리쳤다. 황룡 제국의 검은 깃발이 바람에 찢길 듯 휘날리는 아래, 갑옷을 두른 제국 병사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에 맞서는 건 낡은 철갑과 가죽옷, 심지어는 날이 무딘 낫과 괭이를 든 백성들, 들불단의 전사들이었다.

“막아라! 악착같이 막아내라!”

강무진은 피투성이 손으로 바위를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얼굴은 흙먼지와 땀, 그리고 마른 피로 범벅되어 있었지만, 두 눈만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이미 열 번이 넘는 제국의 돌파 시도를 막아냈지만, 들불단의 사상자는 늘어만 갔다. 병력이 한정된 산골짜기에서, 이들을 뒤로 물릴 곳은 더 이상 없었다. 이곳 용두령이 뚫리면, 제국군은 저 아래 평야의 무방비한 마을들을 덮칠 터였다.

철컹, 쨍그랑!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제국군 정예병들이 다시금 길목을 돌파하려 했다. 그들의 창끝은 들불단의 전열을 찢어발기며 깊숙이 파고들었다.

“대장! 왼쪽! 왼쪽이 뚫립니다!”

새파랗게 질린 소월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월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제국군 병사의 발목을 베어 넘어뜨리고는, 쓰러진 병사의 목덜미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갈랐다. 그녀의 검은 이미 수없이 많은 피를 머금고 있었다.

강무진은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했다. 열 명 남짓한 제국군 특수 병사들이 귀신같이 진형을 뚫고 들어와, 후방의 보급로를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순식간에 진형이 두 동강 날 판이었다.

“소월아, 동생들을 이끌고 좌측을 막아! 내가 앞을 맡겠다!”

강무진은 명령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제국군 장교에게서 빼앗은 묵직한 대검이었다. 한때는 농사꾼의 손이었던 그의 손은 이제 굳은살과 상처로 뒤덮여 강철처럼 단단했다. 그가 휘두르는 대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수많은 백성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들끓는 분노가 담긴 칼이었다.

콰앙!

강무진의 대검이 휘둘러지자, 선두에 서 있던 제국군 병사 세 명이 동시에 튕겨져 나갔다. 단순한 힘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는 수년간의 고된 농사일로 다져진 강인한 육체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비록 정식 무공을 익히지는 못했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짐승 같은 본능과 끈질긴 생명력이 담겨 있었다.

“어리석은 반란군 놈들! 발악은 여기까지다! 황룡의 위엄 앞에 무릎 꿇어라!”

제국군 선봉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고함쳤다. 그는 번쩍이는 투구를 쓰고 어깨에는 용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청룡도가 들려 있었다.

“무릎 꿇을 것은 너희들이다! 백성의 피로 물든 제국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강무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기백은 산을 울렸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제국군 선봉장을 향해 돌진했다. 대검과 청룡도가 격렬하게 부딪혔다.

캉! 캉! 캉!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무진의 검은 투박했지만 맹렬했고, 제국군 선봉장의 청룡도는 노련하고 정교했다. 힘과 기교의 싸움. 제국군 선봉장이 청룡도를 휘둘러 강무진의 대검을 위로 쳐 올리며 빈틈을 노렸다. 그의 눈에는 승리의 확신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강무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투박한 발이 빠르게 움직이며 선봉장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대검을 아래로 내리찍는 것이 아니라, 몸을 틀어 상대의 옆구리를 향해 어깨를 부딪쳤다. 농사꾼들이 쟁기를 돌리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쓰는 익숙한 몸놀림이었다.

퍽!

예상치 못한 공격에 선봉장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강무진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검을 낮게 휘둘렀다.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선봉장의 목을 보호하던 투구 끈이 끊어지고, 목덜미에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크윽…! 이 천한…!”

선봉장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절망감이 가득했다. 천한 농사꾼에게 당했다는 치욕감.

강무진은 쓰러진 선봉장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대검을 거두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감정의 동요 없이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승리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선봉장을 잃은 제국군은 잠시 전열이 흐트러졌지만, 그들의 숫자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뒤이어 나타난 제국군 지휘관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군 돌격! 저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쓸어버려라! 용두령을 넘어 평야를 피로 물들여라!”

강무진은 뒤를 돌아봤다. 그의 동지들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채,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싸우고 있었다. 낡은 방패는 깨져나가고, 투박한 무기들은 날이 부러지거나 뭉개지고 있었다.

“대장… 더 이상은… 힘듭니다….”

소월이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다가왔다. 그녀의 어깨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고, 숨소리는 몹시 가빴다. 그녀의 눈에는 절망이 비쳤지만, 결코 포기하려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저 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무진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평야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그들이 지켜야 할 가족들이, 그들의 소박한 삶의 터전이 있었다. 이대로 물러서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소월아.”

강무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들어라. 저들이 우리를 천한 백성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갈 자들이다. 흙이 곧 우리의 뿌리다. 뿌리가 뽑히면 그 나무는 죽는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들불단 전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명령한다. 그대들 중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 자들은 지금 당장 후방으로 물러나라. 남아 있는 자들은… 나와 함께 최후의 일격을 준비할 것이다.”

그의 말에 동요가 일었다. 몇몇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몇몇은 이미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이곳 용두령은 우리 백성의 심장과 같다. 심장을 내주면 우리는 죽는다.” 강무진은 대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빗물처럼 쏟아지는 화살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우리의 피가 이 흙에 스며들지언정, 저들의 발이 우리의 땅을 짓밟게 할 수는 없다! 들불처럼 일어나 모든 것을 태울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 지쳐 있던 들불단 전사들의 눈에 다시금 투지가 타올랐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한 맹수처럼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래…! 죽더라도 한 놈이라도 더 잡고 가자!”
“개죽음은 없다! 백성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굳은 결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월은 눈물을 글썽이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비장함으로 가득했다.

“대장… 저는 마지막까지 대장과 함께하겠습니다.”

강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비장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좋다. 제국군에게 보여주자. 천한 백성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그의 말과 함께, 제국군의 거대한 물결이 다시금 용두령을 향해 밀려들었다. 강무진은 대검을 고쳐 잡았다. 그의 등 뒤로, 죽음을 각오한 들불단의 전사들이 마지막 힘을 모아 함성을 내질렀다.

“들불! 들불! 들불!”

그들의 함성은 피와 흙으로 뒤덮인 용두령의 밤을 찢어발기며, 거대한 황룡 제국의 심장을 향해 뻗어 나가는 한 줄기 불씨가 되었다. 과연 이 불씨는 꺼지지 않고 거대한 들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잿더미가 되어 역사 속에 묻힐까. 그들의 운명은, 이제 칼날 위에서 결정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