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심해의 유혹, 아니면 고장 난 심장 박동?

“젠장. 또 젠장.”

김도진 함장은 미간을 짚으며 제 심장 박동 수를 확인했다. 정상. 너무나도 정상적이라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은 심장이 최소한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미쳐 날뛰어 줘야 하는 상황 아닌가? 이토록 미지의 흥분에 휩싸여 있는데, 고작 72bpm이라니. 기계가 고장 난 게 분명했다.

함교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심우주는 언제나처럼 검고, 고요하고, 압도적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이 망망대해를 떠다니며 발견한 것이라곤, 이름 모를 성운 조각 몇 개와 우주선 먼지뿐이었다. 오늘은 또 그 지루한 ‘미지의 에너지원 탐사’ 보고서에 쓸 한 줄짜리 문장을 고민해야 할 차례였다. 그의 삶은 규율과 데이터, 그리고 반복되는 우주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함장님, 우주복 점검 완료했습니다. 외부 활동 준비 끝!”
씩씩한 목소리의 최아람 통신장교가 거수경례를 붙였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마치 우주선 안의 작은 태양 같았다. 그 뒤로는 이준호 기관장이 렌치 한 묶음을 흔들며 씨익 웃고 있었다. 잔머리와 기술력으로 똘똘 뭉친 그의 엔지니어링 실력은 언제나 최고였지만, 가끔은 너무 자유분방해서 문제였다.

“아니, 탐사팀. 대체 오늘은 또 뭘 찾으려고요? 어제는 우주 오징어 흉내 낸 암석 조각이었고, 그저께는 100만 년 된 우주 먼지 덩어리였잖습니까?”

박서연 부함장 겸 과학장교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이 홀로그램 패드를 빠르게 넘기며 데이터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은테 안경 너머로 비치는 그녀의 눈빛은 차갑도록 이성적이었다. 이성적. 김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박서연에게 ‘이성적’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완벽하게 어울렸다. 가끔은 그게 좀… 짜증이 날 정도로. 김도진은 그녀의 무미건조한 표정 아래 숨겨진 그 무언가를 엿보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젠장,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음? 잠깐만요.”
갑자기 아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통신 콘솔에서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함교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고조됐다.

“함장님! 미지의 에너지 파장 감지!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패턴입니다!”
드디어 뭔가 흥미로운 게 나타난 건가? 김도진의 심장이 아주 미미하게, 진짜 미미하게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좌표 찍어. 서연 부함장, 분석해봐.”
“네. 예상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원이네요. 게다가… 불규칙적입니다.” 서연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자연 현상 같지는 않아요.”
“인공물… 이란 말인가?” 준호가 렌치를 내려놓고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다.
“아니, 이렇게 외딴 곳에? 설마 또 유령 함선 같은 건 아니겠지?” 도진은 흥분보다는 의심이 앞섰다. “안전 프로토콜 준수하며 접근한다. 속도 최저로.”

별의 노래호는 조심스럽게 그 미지의 존재에 다가갔다. 외부 모니터에 점점 윤곽이 드러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기하학적 형태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와… 이건 또 뭐야?” 아람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별빛이 가득했다.
“크기는 우리 함선보다 세 배 정도. 재질은… 분석 불가. 빛을 흡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연의 목소리에 드물게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도 호기심의 불꽃이 일렁였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예술품 같았다. 검은 우주 속에서 푸른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오묘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듯한 환영을 보였다. 보는 이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마력을 가진 듯했다.
“정지! 더 이상 접근하지 마!” 도진의 지시에 함선이 멈췄다.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몰라. 함부로 건드려선 안 돼.”
“함장님, 그런데… 이 구조물에서 이상한 진동이 감지됩니다.” 아람이 말했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요. 저주파 진동인데, 굉장히… 매혹적이에요.”
“매혹적이라니? 서연 부함장, 진동 분석 결과는?”
서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홀로그램 패드를 넘기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에 미묘한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이상해요… 이 진동 패턴… 뇌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정확히는… 감정을… 고조시키는… 으읍!”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교 전체에 나직하지만 강렬한,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종이 심장 깊은 곳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어… 어라?” 준호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렌치를 꽉 쥐었다. 그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어색한 미소로 변했다.
“함장님… 갑자기… 제 심장이 막… 쿵쾅거려요.” 아람은 두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다들 제자리를 지켜! 정신 차려!” 도진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자신 역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휩싸였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너무나도 강렬한… 어딘가 간질거리는, 답답하고도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이었다.
“아람! 준호! 무슨 헛소리들이야!” 서연이 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훨씬 높았고, 귀 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은 홀로그램 패드를 쥐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다른 곳으로 향하는 듯했다.

그때였다. 준호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두 손으로 렌치를 공손히 받쳐 들고 아람에게 외쳤다.
“아람 씨!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처음부터 아람 씨를! 당신의 그 빛나는 미소를, 어떤 기계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눈을… 당신의 그 쾌활한 목소리에… 사랑했습니다! 제 부품 같은 메마른 삶에 당신은 윤활유 같은 존재였어요!”
“뭐, 뭐라고요?!” 아람의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졌다. 동시에 그녀의 눈빛은 이미 준호에게로 향하며 꿈결 같은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준호 씨… 저도… 저도 사실… 당신의 그 든든한 등짝과, 기계를 만질 때마다 섹시하게 땀 흘리는 당신을… 당신을… 으아아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달려들어 얼싸안으려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멈칫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함교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로맨스 드라마에 김도진 함장은 아연실색했다.

도진은 혼란에 빠졌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 제정신인가, 다들?
“야! 두 사람 다 제정신이야?! 당장 떨어져! 지금 긴급 상황이라고!”
그가 소리치자, 서연이 휙 돌아서 그를 노려봤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다.
“김도진 함장! 당신이나 제정신 차려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분석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 이 바보 같은 상황에서… 당신은 왜 그렇게…!”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흐느낌처럼 변하더니, 이내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왜 그렇게 멋있어 보이는 거죠? 나는 분명 당신의 그 고지식함과 융통성 없는 태도가 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당장 당신에게 달려가서… 당신의 품에 안기고 싶어 죽겠는데! 왜 이 망할 홀로그램 패드는 내 말을 듣지 않는 거죠?!”
서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홀로그램 패드를 마구 내리쳤다. 그 모습은 평소의 냉철한 부함장과는 백만 광년 떨어진 모습이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어린아이 같았다.

도진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박서연 부함장이 지금… 자신에게… 고백을? 그것도 울면서? 그의 심장이 통제 불능으로 날뛰었다. 쿵, 쿵, 쿵. 귓가에 자신의 심장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서연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이 감정은… 대체 뭐지?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불경하다 생각했을 그 감정이 지금, 통제 불능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젠장, 박서연. 너의 그 냉정한 눈빛 뒤에 이런 순진한 얼굴이 숨어 있었다니…!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너의 그 이성적인 가면 너머를 보고 싶어 했는지…!’

그 순간, 함선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외부 모니터에 나타난 유물은 더욱 강렬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함선 시스템은 마구잡이로 경고음을 울렸다.
“함장님! 에너지 파장이 제어 불능 상태입니다! 함선 전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요!” 아람이 울면서 외쳤다. 준호는 그녀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기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김도진! 당장 함선 제어권을 내놔요! 이대로는 위험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지금 이성적으로… 흐읍!” 서연은 울먹이며 패드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그녀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준호! 아람! 당장 함선 시스템 복구해! 서연 부함장! 제정신 차려요!”
도진은 소리쳤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박서연… 사랑해…? 아니,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냐!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로맨틱한 순간에…!’
콰아아앙!
함선이 다시 한 번 격렬하게 흔들리자, 함교의 모든 화면이 일제히 꺼졌다. 암흑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직 미지의 유물이 뿜어내는 기이한 진동과, 승무원들의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고백들뿐이었다.

“나는! 함장님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지휘관으로! 존경하고 있었어요! 아니! 사랑합니다! 히끅!” 아람의 울먹이는 고백.
“서연 부함장님! 저 준호는! 당신이 그 딱딱한 안경을 벗고 머리를 풀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사…사랑해요! 나의 지적인 여신님!” 준호의 우렁찬 외침.
“김도진! 이 바보! 왜 이제야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거야! 왜!” 서연의 절규. 그 울음소리에는 기어이 터져버린 마음의 봇물이 담겨 있었다.

김도진 함장은 암흑 속에서 비틀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온통 붉어진 서연의 얼굴과, 그녀의 눈물, 그리고 그녀의 고백만이 가득했다.
‘젠장! 이게 뭐야! 우주선이 폭발하기 직전인데, 온 사방에서 사랑 고백이라니!’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심우주의 끝에서, 그들은 미지의 유물 앞에서 생존의 위협과 함께, 통제 불능의 로맨스 폭탄에 휘말리고 말았다.

과연, 그들은 이 미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 고백들을 과연, ‘사고’로 치부할 수 있을까?
유물의 진동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심장 박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