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27화: 망천혈(忘川血)의 서약

숨 막히는 고통이 전신을 후려쳤다.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듯한 격통 속에서, 청명은 흐려지는 시야를 억지로 부여잡았다.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검붉은 기운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뜨거운 쇳물을 들이부은 듯한 감각. 그의 이마에는 핏방울 맺힌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입술은 이미 터져 피딱지가 앉았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망천혈(忘川血)’. 망각의 피가 흐르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처럼, 이곳은 영원히 잊혀야 할 것 같은 고통과 절망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현무암 절벽은 칠흑 같은 어둠을 뿜어냈고, 바닥에는 이름 모를 생명체의 뼈가 쌓여 있었다. 이 모든 음습함 속에서도 가장 독특한 것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기이한 붉은 안개였다. 영력을 흡수하는 동시에 정신을 파고드는 이 안개는 평범한 수련자라면 단 한 식경(息頃)도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릴 위험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청명에게는 이 모든 것이 오히려 삶의 이유였다.

*크아아악!*

억눌렀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검붉은 기운이 그의 내단(內丹)을 미친 듯이 휘감으며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흑룡파천공(黑龍破天功). 사문(師門)의 기록에서도 ‘단 한 번의 수련으로도 심마에 빠져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그 금지된 무공. 운류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때, 차가운 강물 속에서 그의 손에 우연히 쥐어졌던 비급이었다.

그때 그의 단전은 찢겨 있었고, 영맥은 끊어져 있었다. 그 누구도 다시는 수련의 길을 걸을 수 없다고 단언했던 처참한 상태. 하지만 그의 심장 깊은 곳에 응어리진 복수심은 기어이 그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냈다. 흑룡파천공은 그의 파괴된 몸을 불태우고, 새로운 생명력과 함께 저주의 힘을 불어넣었다.

“운류… 이 개자식…!”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쉰 듯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뼈저린 증오가 담겨 있었다. 운류. 그의 오랜 벗이자 사형제. 함께 검을 겨누고, 술잔을 나누며, 미래를 약속했던 유일한 존재. 그가 청명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짓밟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명예로운 사문은 하룻밤 사이에 피로 물들었고, 존경했던 스승의 시신은 불에 타 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그 누구보다 믿었던 운류의 싸늘한 미소가 있었다.

*콰르릉!*

갑작스러운 진동에 망천혈 전체가 흔들렸다. 천 년 묵은 현무암 절벽이 비명을 지르며 작은 파편들이 떨어져 내렸다. 청명의 몸에 둘러쳐진 검은 기운이 더욱 맹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그의 분노에 화답이라도 하듯.

‘아직 멀었어. 이 정도로는… 어림없어.’

청명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운류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사문의 보물이었던 ‘청운검(靑雲劍)’을 빼앗아 들고, 자신을 향해 섬뜩한 웃음을 짓던 그 얼굴. 그 기억은 그를 다시 한번 불타오르게 했다.

그 순간, 그의 단전에 깃들어 있던 검은 기운이 폭주하듯 솟구쳐 올랐다. 끊어졌던 영맥들이 고통스럽게 재건되고, 찢어졌던 내단이 검은 기운으로 새롭게 응축되기 시작했다. 흑룡파천공은 기존의 선도(仙道)와는 전혀 다른, 파괴와 혼돈을 기반으로 하는 무공이었다. 고통을 양분 삼아 강해지고, 증오를 연료 삼아 피어나는 마도(魔道)에 가까운 힘. 하지만 청명에게는 오직 이 길만이 살 길이자, 복수의 길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통증이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뇌수가 녹아내리는 듯한 아픔 속에서 그의 의식은 점차 희미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운류의 비웃음, 스승의 피, 사문의 잿더미… 그 모든 것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흡!”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영력을 끌어모았다. 망천혈의 독기마저도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흑룡파천공의 일부가 되었다. 그의 몸 주변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격렬하게 휘몰아쳤고, 소용돌이 속에서 희미하게 비늘이 돋아나는 검은 용의 형상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청명의 단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색이지만, 그 어떤 빛보다 강렬하고 집요한 광채였다. 그의 육체는 다시 한번 경락이 뚫리고, 영맥이 확장되며, 전신에 새로운 기운이 돌았다. 그의 얼굴을 뒤덮었던 핏방울과 상처들은 눈에 띄게 아물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붉은 안개로 가득했던 망천혈의 풍경이 그의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심연과 같았지만, 그 속에는 타오르는 불꽃 같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전의 부드럽고 온화했던 선인의 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그의 몸에서는 차갑고 묵직한, 그리고 압도적인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마치 심연에서 기어 나온 거대한 존재처럼.

“성공했군.”

그의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낮고 위엄이 서렸다. 흑룡파천공 삼단(三段). 폐인이 되었던 몸을 이끌고, 죽음을 불사하며 연마한 결과였다. 이 힘은 그가 운류에게 당했던 그 어떤 고통보다도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은 주변의 독한 안개를 밀어내며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의 발걸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힘을 얻었지만, 그의 마음속 복수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졌다.

망천혈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청명의 귀에 섬뜩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 흐흐흐… 이 새로운 힘, 만족스러운가, 청명?

낮고 굵직한, 하지만 어딘가 비릿한 그 목소리. 그것은 바로 흑룡파천공에 깃든 심마(心魔)의 목소리였다. 청명은 미동도 없이 답했다.

“만족스럽다. 나의 복수를 이루기에 충분한 힘이니.”

— 어리석은 인간. 복수가 끝이 아니다. 이 힘은 더 큰 파괴를 원한다. 네가 짓밟았던 모든 것을 되갚아주어라. 고통을 느끼게 하고, 절망에 빠뜨려라. 네놈의 심장이 증오로 가득 찰 때, 비로소 진정한 흑룡의 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심마의 유혹은 달콤하고도 위험했다. 하지만 청명은 이미 그 모든 것을 각오한 자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 깃든 마의 기운을 잠시 응시했다.

“그럴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되갚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는 네놈마저도 나의 의지 아래 꿇릴 것이다.”

심마는 잠시 침묵했다. 이 인간의 끝없는 증오와 강인한 의지에 놀란 듯했다.

청명은 망천혈의 어둠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희미하고 탁하게 느껴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영력이 흐르는 실타래 하나하나, 생명의 기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망천혈의 어둠을 벗어나자, 저 멀리 익숙한 산봉우리들이 보였다. 그중 가장 높이 솟아오른 봉우리, 바로 자신의 사문이 있었던 ‘청운산(靑雲山)’이었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을 그곳.

“운류. 네놈이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처럼, 나 또한 네놈의 모든 것을 짓밟아줄 것이다.”

차가운 맹세가 그의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거대한 용의 형상을 띠는 듯했다. 망천혈에서 피어난 새로운 흑룡이, 세상에 복수의 불길을 지피기 위해 다시금 날아오르고 있었다.

천하에 피바람이 불어닥칠 전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벗에게 배신당한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심이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