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흐려지는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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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 **컷 1:** (넓은 앵글) 해 질 녘, 도시의 빌딩 숲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있다. 고층 오피스텔 창밖 풍경.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이 석양을 받아 빛나고 있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그 옆으로 휴대폰 화면이 반짝인다.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이다.
* **유진 (내레이션):** 익숙한 도시의 풍경. 퇴근 후, 나만의 공간. 오늘 하루도 무사히 흘러갔다는 안도감. 이 평범함이 좋았다. 적어도, 그 전까진.
* **컷 2:** (현관 내부) 유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깔끔하게 정리된 오피스텔 내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현관 신발장 거울에 비친 유진의 피곤해 보이는 얼굴. 어깨에 멘 가방을 벗어 의자에 걸고, 지친 한숨을 내쉰다.
* **유진 (내레이션):** 10층. 채광 좋고, 번잡하지 않고. 완벽했다. 이사 온 지 반 년. 작은 소란조차 없던 곳이었다.
**[장면 2]**
* **컷 3:** (거실) 유진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다. 피곤한 듯 눈을 깜빡이며 스크롤을 내린다. 테이블 위 리모컨이 아주 미세하게, 마치 누가 건드린 듯 스르륵 움직이는 듯하다. 유진은 눈치채지 못하고 휴대폰에 집중한다.
* **유진 (내레이션):** 이상한 일은 늘 사소하게 시작된다. 마치 내 시선을 피해 숨바꼭질하듯이.
* **컷 4:** (주방) 유진이 주방에서 컵에 물을 따르고 있다. 물이 컵에 가득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식기 건조대에 놓인 숟가락 하나가 ‘짤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소리는 적막한 주방에 크게 울린다.
* **유진 (놀라서, 독백):** …?
* **컷 5:** (유진 클로즈업) 유진이 떨어진 숟가락을 주우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특별히 흔들린 것도, 건드린 것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숟가락이 떨어질 만한 요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유진 (혼잣말, 작게):** 헛것을 봤나? 아님, 지쳤나…
**[장면 3]**
* **컷 6:** (침실) 밤. 유진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들려 한다. 방은 어둡고, 창밖 네온사인 불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온다. 모든 것이 고요하다.
* **컷 7:** (클로즈업) 침대 옆 협탁의 스탠드. 스위치가 저절로 ‘딸깍’ 소리를 내며 켜진다. 갑작스러운 불빛이 어두운 방을 환하게 비춘다.
* **유진 (눈을 번쩍 뜨며, 놀람):** ……?
* **컷 8:** (유진 시점) 유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쳐다본다. 불은 여전히 환하게 켜져 있다. 유진이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누르자, ‘딸깍’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진다. 다시 방은 어둠에 잠긴다. 유진의 얼굴에 미묘한 불안감이 스친다.
* **유진 (내레이션):** 낡은 건가? 고장 났나?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 고층 오피스텔에?
**[장면 4]**
* **컷 9:** (다음 날 아침, 화장대) 유진이 출근 준비를 한다.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려던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립스틱이 스르륵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유진의 표정에 짜증이 스친다.
* **유진 (내레이션, 인상 찌푸리며):** 또…?
* **컷 10:** (주방) 유진이 립스틱을 줍다가 문득 주방 쪽을 돌아본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여있던 과일 바구니가 바닥에 쓰러져 있고, 빨간 사과 하나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다. 멀쩡히 놓여있던 바구니가 갑자기 넘어진 상황.
* **유진 (경악, 크게):** 이건… 분명 똑바로 놨는데!
* **컷 11:** (유진 클로즈업) 유진이 주저앉아 굴러다니는 사과를 주워 담는다.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
* **유진 (내레이션):** 착각이라고, 피곤해서라고 애써 외면했던 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것은 명백히… 내 의지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존재가 느껴졌다.
**[장면 5]**
* **컷 12:** (카페) 점심시간. 유진이 지아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유진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함께 깊은 걱정이 가득하다. 지아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표정이다.
* **유진:** 진짜야, 지아. 농담 아니야. 어제는 스탠드가 저절로 켜지고, 오늘은 과일 바구니가 넘어졌다니까?
* **지아:** (웃으며, 농담조로) 야, 너 야근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냐? 과로로 환각이라도 보는 거 아니야? 아니면… 혹시 유튜버가 몰래카메라 설치한 거 아니야? 너 요즘 인테리어 좋다고 자랑했잖아.
* **컷 13:** (유진 클로즈업) 유진의 얼굴에 짜증 섞인 표정이 역력하다.
* **유진:** (짜증 섞인 목소리) 장난치지 마. 나 지금 너무 무섭단 말이야. 진심으로.
* **컷 14:** (지아 클로즈업) 지아가 유진의 표정을 보고는 진지해진다.
* **지아:** (진지해지며) 음… 혹시 요즘 이사철이라 건물 전체가 좀 흔들리는 거 아니야? 아님, 너네 집 터가 좀… 쎄다던가? 지반이 안 좋아서?
* **유진 (어이없어하며):** 터? 무슨 조선시대 얘기도 아니고! 10층 오피스텔에 무슨 터가 세.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잖아, 과학적으로!
**[장면 6]**
* **컷 15:** (유진의 현관) 그날 밤. 유진이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는 거실 쪽에서 난 듯하다. 유진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 **유진 (겁에 질려, 작게):** 또… 또 시작이야?
* **컷 16:** (거실) 거실로 들어서자,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다.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액자 속 사진은 유진의 가족사진이다. 액자는 대각선으로 깨져 있다.
* **유진 (비명):** 꺄악!
* **컷 17:** (유진 시점) 유진이 뒷걸음질 친다. 온몸이 굳어버린 듯하다. 그때, 닫혀있던 안방 문이 ‘삐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린다. 문틈 사이로 짙은 어둠이 스며 나온다.
* **유진 (내레이션):**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건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 공간에 침범해왔다.
* **컷 18:** (안방 문 안쪽) 안방 문 안, 깊은 어둠 속. 벽면에 설치된 평범한 붙박이 옷장 문이 살짝 열려 있다. 그 틈새로 아주 희미한, 퀴퀴하고 오래된 나무 냄새, 흙먼지 냄새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아주 잠깐, 어둠 속 옷장 안쪽에서 뭔가가 ‘휙’ 하고 지나가는 그림자를 유진이 본다.
* **컷 19:** (유진의 눈 클로즈업) 유진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에 질려 확장된다. 동공이 흔들리며 초점을 잃는 듯하다.
**[장면 7]**
* **컷 20:** (유진 전신) 유진이 공포에 질린 채 꼼짝도 못 하고 안방 문을 노려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
* **컷 21:** (옷장 안쪽 클로즈업) 옷장 안. 깊은 어둠 속, 언뜻 보기엔 평범한 옷장. 하지만 그 안쪽 벽면에, 아주 희미하게, 현대 건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나무와 쇠로 된 문양의 자물쇠 흔적 같은 것이 보인다. (아주 잠깐, 공간이 왜곡된 시간처럼 흔들리는 효과, 흐릿하게 과거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이는 듯한 연출)
* **컷 22:** (유진 귓가) 유진의 귓가에 낡은 나무가 마찰하는 듯한 ‘끼이익… 찌직…’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아주 오래된 문이 억지로, 천천히 열리는 소리처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소리.
* **유진 (내레이션, 떨리는 목소리):**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이 모든 기이한 현상들의 중심에… 저 옷장이 있다는 기분 나쁜 확신이 들었다. 온몸의 감각이 저 옷장을 가리켰다.
**[장면 8]**
* **컷 23:** (유진 손) 유진이 손을 덜덜 떨며 휴대폰을 꺼내든다. 지아에게 전화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탕!’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화면이 깨진다. 유진은 비명을 삼키고 숨을 헐떡인다.
* **컷 24:** (옷장과 유진) 그때, 옷장 안쪽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듯, 공간이 일렁이며 차가운 바람이 ‘훅’ 하고 유진을 향해 불어닥친다. 유진의 머리카락이 세차게 흩날린다. 바람에서 이상한 흙먼지와 오래된 종이 냄새, 그리고 어렴풋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 현대 아파트에서는 절대 맡을 수 없는 냄새.
* **컷 25:** (유진 클로즈업) 그리고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흐느낌’이 들려온다. ‘흑…흑…’ 마치 깊은 슬픔에 잠긴 듯한 흐느낌. 유진의 얼굴은 극도의 공포와 혼란에 빠져 일그러진다. 눈물이 맺힌 듯, 동공은 완전히 풀려 있다.
* **유진 (내레이션):** (숨 막히는 공포) 이 공간은… 더 이상 내가 알던 내 집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곳은…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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