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피의 심연, 제23화: 그림자의 발자국**

지하 깊은 곳, 공기마저 날카로운 비명처럼 찢어지는 ‘심연의 균열’ 던전 제7구역. 강태인의 발걸음은 핏자국처럼 어둠 속에 스며들었다. 거대한 해골 석상들이 뼈대를 드러낸 채 으스스한 미소를 띠고 늘어서 있는 길을 지나, 끈적이는 거미줄이 천장을 뒤덮은 통로를 따라 그는 나아갔다. 수천 개의 눈동자가 번뜩이는 것 같은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그의 시선은 오직 한 곳에 박혀 있었다. 최민준. 그 이름 석 자가 피를 토하듯 그의 심장을 짓눌렀다.

“크아아악!”

갑자기 날카로운 괴성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태인의 등 뒤를 덮쳤다. 육중한 발톱이 공기를 찢고 내려찍는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지만, 태인은 이미 반응한 뒤였다. 그의 몸은 그림자처럼 미끄러지듯 옆으로 비켜섰고, 손에 들린 검은 칼날이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촤악!

악독한 냄새를 풍기는 괴물의 팔이 허공에 튕겨 오르며 끈적한 피를 뿌렸다. 팔이 잘려나간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것은 썩어가는 살점과 부서진 뼈로 이루어진, 눈동자 없는 거인. 이 던전의 하급 관리자인 ‘부패한 골렘’이었다.

“더러운 것들.”

태인의 목소리는 얼음장 같았다. 망설임 없이 그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검은 아우라가 그의 손끝에서부터 솟아나오더니, 거대한 낫의 형상으로 변해 그의 손에 들렸다. 일반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이 낫은 그의 능력, ‘어둠의 심장’을 통해 구현된, 그의 분노 그 자체였다.

휘두르는 족족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기세로, 태인은 낫을 휘둘렀다. 부패한 골렘은 감히 막을 생각도 못 하고 뒤로 주춤거렸다. 태인의 눈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이 있었다. 이 골렘의 뒤에 숨어있는, 민준이 파놓았을 함정들.

“하찮은 잔챙이들이.”

투박한 낫이 거인의 몸통을 가르자, 썩은 살점과 뼈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골렘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태인의 숨결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의 등 뒤로, 방금 쓰러뜨린 괴물의 잔해가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의 시선은 다시 앞을 향했다. 이곳은 민준이 이끄는 ‘황금 십자군’ 길드의 거점 중 하나였다. 태인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뒤, 민준은 이곳을 발판 삼아 승승장구했다. 이 던전의 보스를 공략하고, 막대한 자원과 명성을 얻어 지금은 이 도시에서 손꼽히는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태인이 처절하게 죽음의 문턱을 헤맬 때, 그 자식은 차가운 술잔을 기울이며 비웃었겠지.

“벌써 7구역까지 침투한 건가. 예상보다 빠르군.”

차가운 음성이 태인의 귓가를 스쳤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민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사내. 깔끔하게 정돈된 금발 머리,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 입술.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차갑고 오만했다. 최민준이었다. 그의 뒤로는 십여 명의 정예 대원들이 팽팽한 활시위처럼 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민준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이 깃들어 있었다.

“강태인. 아직도 살아있었을 줄이야. 정말 질긴 목숨이군. 아니, 이쯤 되면 집념이라고 해야 하나?” 민준은 조롱하듯 웃었다. “그날, 나는 네가 정말로 죽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심연의 나락’에 떨어진 자가 살아서 돌아온 건 네가 처음일걸? 정말 놀랍군. 하지만, 그걸로 뭘 어쩌겠다는 거지? 이 던전까지 와서, 나를 죽이겠다고?”

“죽인다? 아니. 그딴 시시한 말로 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을 리 없지.” 태인의 목소리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는, 너의 모든 것을 잃게 될 거다. 내가 겪었던 지옥을, 너도 맛보게 될 거야.”

민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지옥이라… 글쎄,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천국에 있는데 말이야. 네 덕분에 말이야, 태인아. 네가 그 빌어먹을 ‘어둠의 심장’을 얻는 바람에, 나는 살 수 있었지. 네가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우린 모두 죽었을 거야. 너도 알잖아? 그때의 보스는… 우리 둘로는 감당이 안 됐어.”

“내가 시간을 벌었다고? 네가 도망칠 시간을 벌었다고 말해라, 최민준!” 태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날의 악몽이 뇌리를 스쳤다. 심연의 나락. 최강의 던전으로 불리던 그곳에서, 그들은 전멸 직전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에게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었다.

*회상 시작*

“태인아, 들어봐. 이 방법밖에 없어. 네가 저 괴물의 시선을 끌어주면, 내가 ‘성유물’을 사용해서 길을 열게. 그러면 우리는 살 수 있어!” 민준의 얼굴은 절박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너밖에 할 수 없어. 네가 어둠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저 괴물에게 더 저항할 수 있을 거야!”

태인은 망설였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민준의 눈빛은 너무나 절실했고, 그들의 동료들은 이미 절반 이상이 쓰러져 있었다.

“믿는다, 민준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자.”

태인은 거대한 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의 어둠 속성 능력이 괴물의 시선을 끌었고, 그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리고 멀리서, 민준이 성유물을 사용하여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다. 살 수 있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민준은 태인이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균열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외쳤다.

“미안하다, 태인아! 이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그 말과 함께 균열은 닫혔고, 태인은 고립되었다. 거대한 괴물이 덮쳐왔고, 그는 심연의 나락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 죽음 직전, 그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어둠의 심장’ 능력이 각성하기 전까지는.

*회상 끝*

“우릴 살렸다고? 헛소리 집어치워! 넌 날 버리고 도망쳤어! 내 능력을 미끼 삼아, 네가 살 길을 열었을 뿐이라고!” 태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갈라졌다. 그의 몸에서 검은 아우라가 더욱 짙게 피어올랐다. 주변의 어둠이 그의 분노에 공명하는 듯 떨렸다.

“그럼 어쩌라는 건데? 감상적으로 굴지 마, 태인아. 던전 탐험은 냉혹한 거야.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어. 그리고 그때는, 네가 적임자였다는 것뿐이야. 게다가, 덕분에 너는 ‘어둠의 심장’을 각성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지.” 민준은 태연하게 말했다. “자, 여기 오기까지 네가 뭘 어떻게 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네 세상이 아닐 거야.”

민준이 손을 들어 올리자, 뒤에 서 있던 대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들의 무기에서는 섬광이 번쩍이며 주변을 밝혔다. 이곳의 어둠과는 대조적인, 밝고 선명한 빛이었다.

“7구역의 수호대원들이다.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태인아. 네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그저 혼자일 뿐. 여기는 우리의 영역이다.” 민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의 눈빛은 태인을 향해 경멸을 담고 있었다. “이제 이 지겨운 복수극은 끝내도록 하지. 어둠의 심장을 가진 너를 길드원으로 받아줄까도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됐어. 여기서 널 죽이고, 네 능력을 내가 가져가야겠어.”

“능력을 가져가? 개소리 집어치워라.” 태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날 내가 너를 믿었던 게, 내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 그 실수를 바로잡는 건, 오직 너의 피로만 가능하다.”

태인의 오른손에 들린 검은 칼날에서 심연의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왼손의 낫은 더욱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의 전신에서 분노와 살기가 뒤섞인 검은 아우라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덤벼라, 최민준. 네가 만든 지옥이, 이제 너의 무덤이 될 테니까.”

강태인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민준의 대원들은 경악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던전의 심연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이미 그림자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다음 순간, 가장 가까이 있던 대원 한 명의 심장에서 검은 칼날이 솟아났다. 피 한 방울 튀기지 않고, 그의 몸은 모래성처럼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멈춰라! 이 미친 자식!” 민준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졌다. 분노와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는 태인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태인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눈에, 오직 민준만이 목표로 남아 있었다. 이 빌어먹을 복수극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