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복도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몰랐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
제라스 마법 학원의 지하 5층. 금지된 구역의 입구를 간신히 통과한 시아는 손에 든 마력등의 희미한 빛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겼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성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풍겨오는 시큼한 혈향 같은 것이 뒤섞여 정신을 어지럽혔다. 벽은 붉고 검은 이끼로 뒤덮여 있었고, 바닥의 축축한 흙은 발자국을 남기기 십상이었다.
저 멀리서 규칙적인 진동음이 들려왔다. 단순한 기계음이라기엔 너무나도 생명력 있는,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둔탁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얇은 막을 찢고 새어 나오는 듯한 기이한 속삭임이 귓가를 스쳤다. 착각일까? 아니, 분명히 들었다. 여러 개의 목소리가 뒤엉켜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희미하고 절박한 소리.
시아는 숨을 죽이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양쪽으로는 굳게 잠긴 철문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 위에는 먼지 쌓인 마법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인 봉인 문양과는 달랐다. 강력한 저주와 억압의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문득 한 철문 앞에 멈춰 섰다. 다른 문들과는 달리, 이 문에는 낡고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마치 안에서 무언가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했던 것처럼. 시아는 손끝으로 그 흔적을 쓸어보았다. 차가운 금속 너머로, 미약한 마력의 잔류가 느껴졌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생명체의 마력.
그 순간, 시아가 든 마력등의 불꽃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주변의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듯했다. 멀리서 들려오던 진동음이 한층 더 커졌다. 쿵, 쿵, 쿵…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벽에 기대어 있던 시아의 손이 미끄러지며, 낡은 돌멩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작게 ‘툭’ 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멈췄다. 진동음도, 속삭임도,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마저. 마치 시간이 멎은 듯한 절대적인 정적. 시아는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름 끼치는 확신이 그녀를 덮쳤다.
도망쳐야 해. 본능이 미친 듯이 경고했다. 하지만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미지의 공포가 그녀를 옭아맸다. 그녀는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만 했다. 그 끔찍한 소문들이, 지난밤 카인이 흘렸던 조각난 정보들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했다.
정적은 길지 않았다. 이내 진동음이 다시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훨씬 더 가까이서 들려왔다. 시아는 정신을 차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철문을 노려보았다. 문에 새겨진 봉인 문양 중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붉은빛을 띠며 깜빡였다. 그녀는 주저 없이 손을 뻗어 문에 난 작은 틈새를 찾아 비집어 보았다.
안쪽은 어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내 틈새 사이로 보이는 공간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수십 개의 유리관이 거대한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각 유리관 안에는 끈적한 액체가 가득했고, 그 안에서 푸른빛을 내는 무언가가 희미하게 떠 있었다. 그것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하지만 분명히 마력을 품고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유리관들 모두, 굵은 마력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디로? 거대한 중앙 기둥으로. 기둥의 맨 위에서는 푸른 마력이 뿜어져 나와 천장의 알 수 없는 문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흡수 장치였다. 생명체로부터 마력을 뽑아내어, 어딘가로 전송하는.
시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때, 가장 가까운 유리관 안에서, 푸른빛 속을 떠다니던 것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형태는 인간 같지 않았지만, 그 안에 갇힌 존재가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미세한 파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텔레파시처럼 그녀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아우성.
*…꺼내 줘…*
*…고통스러워…*
*…살려 줘…*
그 소리에 시아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때였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가오는 발소리. 시아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몸이 얼어붙었다. 들키면 끝이다. 학원 규율 위반은 차치하고라도, 이 끔찍한 진실을 목격한 대가는 분명 목숨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여 어두운 그림자 속에 숨었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 어둠 속에서 마력등을 켜두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시아는 재빨리 마력등을 끄고 품속에 감췄다. 완벽한 어둠. 숨을 죽였다.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했다.
발소리의 주인은 시아가 숨은 곳을 지나쳐, 조금 전 그녀가 들여다보았던 철문 앞으로 멈춰 섰다. 섬뜩한 정적. 이윽고, 희미한 마법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그 안으로 발소리가 사라졌다.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
시아는 한참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둠 속에서 겨우 문을 더듬어 찾아냈다. 닫히긴 했지만, 잠겨 있지는 않았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숨을 헐떡이며 지하 복도를 가로질러 달렸다. 머릿속에는 유리관 속에서 고통받던 존재들의 모습과 절규가 메아리쳤다. 제라스 학원 지하에는, 단순히 금지된 마법 실험이 아닌, 생명을 유린하는 끔찍한 금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금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시아는 간신히 비상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섰다. 맑은 공기가 폐부로 들어오자, 그제야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거대한 진실의 무게가 그녀를 짓눌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이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등 뒤에서, 제라스 학원의 웅장한 첨탑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림자 속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환상이 스쳐 지나갔다.
지하에서 들려오던 진동음이, 여전히 그녀의 귓가에서 울리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