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현우는 불길한 예감이 들 때마다 꼭 어깨가 욱신거렸다. 오늘은 유독 그 느낌이 강했다. 방금 전까지 멀쩡히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열쇠 꾸러미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쨍, 하는 금속음이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갈랐다.

“젠장, 또야?”

나지막이 중얼거렸지만,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지 한 달째. 처음에는 건조하고 조용한 이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도시의 소음과 단절된, 오롯이 자신만의 안식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부터 기묘한 일들이 시작됐다.

처음엔 사소했다. 분명히 잠그고 나왔던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다거나, 냉장고 문이 희미하게 벌어져 있는 식이었다. 처음엔 건망증이 심해졌나 했다. 야근에 시달리다 보니 피로가 누적된 탓이겠거니,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빈도가 점점 잦아졌고, 이제는 대담해지기까지 했다.

지난 수요일에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욕실 거울에 뿌옇게 김이 서린 채로 손가락으로 길게 그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긁고 간 것처럼.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현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욕실 안을 다시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흔적은 이내 사라졌다.

“이건 아니지…”

현우는 식탁 아래 떨어진 열쇠를 줍지 않고, 그대로 선 채로 거실을 둘러보았다. 30평대 오피스텔. 높은 층수 덕분에 시야는 탁 트여 있었다. 창밖으로는 빌딩 숲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고, 그 너머로 희미하게 동이 트기 시작하는지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들고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현우의 불안감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고층 건물 안, 텅 빈 공간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어쩐지 등을 돌려 주방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뒤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마치 누군가 등 뒤에 서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을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

결국 한참을 망설이다가, 뻣뻣한 몸을 돌려 주방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냉장고, 가스레인지, 싱크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하지만 싱크대 한가운데 놓여있는 스테인리스 컵이 보였다. 현우는 분명히 어제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컵을 컵걸이에 걸어두었었다. 그런데 왜 지금 저 컵은 싱크대 위에 놓여있는 걸까.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때였다.

*딸깍.*

현관문 도어락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

몸이 굳었다. 손끝이 저릿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새벽 2시 17분. 아무도 올 리 없는 시간. 누군가 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현관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잠금쇠가 풀렸을 뿐, 문 자체는 열리지 않았다.

“누구야?”

목소리가 쥐어짜듯 나왔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현관문 너머에서 무언가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손톱으로 나무 문을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

현우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뭘 준비해야 할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온몸의 피가 식어가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긁히는 소리는 점점 더 강해졌다. 이젠 문이 쿵, 쿵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마치 문 너머의 존재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는 것처럼. 현우는 휴대폰을 찾아 손을 더듬었다. 주머니에 있었다. 지훈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지금 당장.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긁히는 소리가 뚝 끊겼다.

정적.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벽한 고요. 그 고요가 오히려 현우를 더 옥죄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이내, 정적을 깬 것은 현관문 너머가 아니었다.

*와장창!*

거실 한가운데 놓여있던 유리 테이블 위 꽃병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대로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물이 흥건하게 퍼졌다.

현우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차마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눈을 크게 뜰 뿐이었다. 꽃병이 깨진 자리에, 차가운 공기가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바람이 지나가듯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

마치 누군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 듯이 생생했다. 분명히 들었다. ‘나가’라고.

현우는 정신없이 휴대폰을 쥐고 현관 쪽으로 달려갔다. 문고리를 잡으려 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문이 덜컥, 하고 스스로 열렸다.

복도는 어둡고 고요했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현우는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 대신, 열린 현관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섬뜩한 감각과 함께, 열린 문틈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자신의 아파트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방금 깨진 꽃병의 파편들 위로,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스르륵, 하고 기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악!”

현우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문을 쾅 닫았다. 잠금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잠금쇠가 철컥철컥, 격렬하게 움직였다. 이중 잠금까지 걸고 나서야 겨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문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눈앞이 아찔했다.

“미쳤어… 이건 말도 안 돼…”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 꿈일까? 아니, 너무나 생생했다. 현실이었다. 누군가의 장난? CCTV를 돌려봐도 아무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령?

그 순간, 거실에서 다시 한번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거실 장식장에 놓여있던 작은 도자기 인형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현우가 기대고 있던 현관문이 안쪽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아니,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무언가 거대한 힘으로 문을 부수려는 것처럼.

현우는 이제 확신했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 아파트 안에,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

문은 계속해서 격렬하게 울렸다. 현우는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젠장, 젠장, 젠장…”

그는 이를 악물었다. 대체 무엇이, 왜,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이 아파트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광기의 시작일까.

쿵, 쿵, 쿵!

문이 한 번 더 크게 울렸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뚝 끊겼다. 대신, 닫힌 현관문 너머, 자신의 아파트 안쪽에서, 기분 나쁜 정적이 흘러나왔다.

현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고요했다. 너무나 고요해서 오히려 더욱 불안했다.

그는 문에 기대어 있던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숨을 참고, 다시 한번 현관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아주 미세하게, 붉은 액체가 스며 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피처럼, 끈적하고 어두운 붉은색.

그리고 그 붉은 액체 위로, 스르륵, 하고 기어가는 듯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렸다.

현우는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단어로 가득 찼다.

‘탈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상 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 끝, 희미한 비상등 불빛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거기, 서…!”

아파트 안쪽에서, 찢어질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