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잿더미 속, 고대의 맥동

어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빛은 사치였다. 찢겨진 도시의 심장부, 한때 휘황찬란했던 백화점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피비린내가 섞인 공기, 언제나 지독하게 달라붙는 이 기분 나쁜 악취가 이제는 우리의 두 번째 피부 같았다.

“지훈 오빠, 이쪽은 아무것도 없어요. 전부 텅 비었네요.”

하준의 목소리가 텅 빈 매장 안을 울렸다. 스무 살 초반의 어린 친구는 언제나 긍정적인 기운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텅 빈 선반과 찢겨진 마네킹의 앙상한 팔다리 앞에서 그조차도 기운이 빠지는 듯했다.

“하준아, 다치지 않게 조심해. 섣부르게 움직이지 말고.”

우리 무리의 실질적인 리더, 수진 누나가 차분하게 지시했다. 군인 출신인 그녀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였다. 꼼꼼하고 침착하며,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있었다. 나는 묵묵히 그녀의 등 뒤를 따르며 주변을 경계했다. 내 낡은 소총은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였지만, 총알은 갈수록 귀해지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식량과 의약품. 특히 항생제가 절실했다. 하준의 팔에 생긴 작은 상처가 며칠째 아물지 않고 있었다. 이곳 백화점은 꽤 오랫동안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은 듯했지만, 그만큼 위험했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거기, 옷장 쪽 확인해봐. 박스 같은 거 있을지도 몰라.”

수진 누나가 손전등을 들어 한때 여성복 코너였을 법한 곳을 비췄다. 찢겨진 옷가지들이 뒹구는 사이, 쓰러진 진열대 너머로 어슴푸레한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총을 들었다.

“움직인다.”

내 낮은 경고음에 수진 누나와 하준이 즉시 경직됐다.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의 형체가 드러났다.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핏기 없는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나는 ‘그들’. 흔히 좀비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우리는 ‘망자’라고 불렀다.

두 마리… 세 마리…

망자들은 느릿느릿 걸어 나오며 쉰 목소리로 신음했다. 백화점의 밀폐된 공간은 이 소음을 증폭시켜 마치 수십 마리가 포효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손전등을 망자의 머리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경쾌한 총성이 어둠을 찢고 첫 번째 망자의 머리를 산산조각 냈다. 하지만 동시에, 총성은 다른 망자들을 깨우는 비명이기도 했다.

“젠장, 윗층에서 내려와요!” 하준의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들자, 위층에서 난간을 넘어 쿵쿵대며 떨어지는 망자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도망쳐!” 수진 누나가 소리쳤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가장 어두운 곳으로 내달렸다. 굉음과 신음소리가 좁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망자들의 숫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폐쇄된 직원용 통로를 통해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옥이라도 기어들어가야 했다.

“여긴… 어디지?”

계단을 한참 내려왔을까. 콘크리트 바닥이 흙길로 변하고, 주변의 벽이 거친 돌덩이로 바뀌었다. 손전등 빛이 닿는 곳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석벽과 낯선 문양이 새겨진 조각상들이었다. 흡사 오래된 유적지 같았다. 백화점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봐, 이건 분명히 지상에 있어야 할 유물이 아니야. 지질도가 완전히 달라.” 수진 누나가 벽에 손을 짚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미묘한 호기심이 스쳐 지나갔다.

“오빠, 저기 좀 봐!”

하준이 가리킨 곳에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우리의 발소리를 들은 건지, 망자들의 신음소리가 저 멀리 위쪽에서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우리는 빛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작은 통로 끝, 둥근 형태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 중앙에는 기이한 형태의 제단이 서 있었다. 제단 위에는 거대한 돌이 놓여 있었는데, 그 돌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희미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돌 주변의 석벽에는 난해한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자들이 뿜어내는 빛은 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게 뭐야…?” 하준이 숨을 들이켰다.

“고대의 유적 같아. 하지만… 이런 게 도심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니.” 수진 누나의 눈빛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동시에 나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홀린 듯 돌에 시선을 빼앗겼다. 푸른빛은 마치 나를 부르는 듯 희미하게 깜빡이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쿵, 쿵.

심장이 불규칙하게 울렸다. 마치 이 돌과 내 심장이 같은 박자로 뛰는 것 같았다. 망자들의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한 발짝, 한 발짝 제단으로 다가섰다. 수진 누나가 내 어깨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내 손은 돌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온기, 그러나 동시에 강렬하고 압도적인 힘이 손끝을 통해 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몸 안의 모든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고, 머릿속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 있고,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빛나는 손짓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푸른빛이 있었다.

내 눈앞에 일어난 현상에 하준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현실 감각은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

푸른빛이 내 손을 타고 뻗어나가더니, 내 몸을 감쌌다. 섬광처럼 빛나는 빛은 순식간에 주변을 집어삼켰고, 나는 그 빛의 한가운데서 존재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느꼈다.

“크아아아악!”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제단 주변의 석벽에 새겨진 문양들을 활성화시켰다. 잊혀졌던 고대의 문자들이 푸른빛을 띠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팔을 뻗어 나를 향해 달려드는 망자들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줄기는 망자들을 정확히 가격했다. 꿰뚫는 대신, 그들을 짓눌렀다. 쩌적, 쩌적. 마치 돌덩이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망자들의 육신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하며 부스러져 내렸다. 고작 몇 초 만에,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정적.

내 몸을 휘감았던 푸른빛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손에 남아있는 찌릿한 감각과 심장이 터질 듯한 고동만이 내가 겪은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 지훈 오빠?” 하준의 목소리는 공포와 경외심이 뒤섞여 있었다. 수진 누나는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문과 함께 깊은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달라졌다. 내 안에서, 새로운 힘이 깨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힘의 일부가, 내 존재의 일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망자들의 신음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미지 앞에서 떨고 있었다. 이 힘은 무엇이며, 왜 내게 나타난 것인가? 이 힘으로 우리는 이 지옥 같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혹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까?

내 안에서 맥동하는 고대의 힘이 속삭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이 잿더미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