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쉬지 않고 심장을 짓누르는 듯했다. 지상에서 수 마일 깊이, 빛 한 줄기조차 용납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는 낡은 엘리베이터는 삐걱거리는 금속음과 역한 기계 기름 냄새만을 토해냈다.
“이봐, 세라. 대체 얼마나 더 내려가야 바닥이 보일 것 같아? 내 낡은 고글도 이젠 의미가 없어. 아예 시커먼데.”
카인은 고글을 이마 위로 밀어 올리며 투덜거렸다. 거친 광산 작업복 위로 각종 도구와 장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그의 손에 들린 증기 동력식 탐사 랜턴만이 간신히 앞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뒤편, 정교한 황동 부품이 박힌 가죽 조끼를 입은 세라가 휴대용 에테르 스캐너를 응시하며 냉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계산상으로는 아직 200피트 정도 더 남았어. 그리고 카인, 네 고글은 이럴 때를 대비해 야간 투시 기능을 내장했잖아. 왜 사용하지 않는 거지?”
“흥, 그건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박물관에서 훔쳐… 아니, 기증받은 거라 영 익숙지가 않아서 말이야. 게다가 그 특유의 녹색 시야가 별로거든.”
카인의 대답에 세라는 한숨을 쉬었다. 이 고집불통의 발명가이자 유물 사냥꾼은 언제나 그랬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세상 모든 규칙을 비웃는 듯한 자유분방함이 문제였다. 이번 탐사도 마찬가지였다. 폐허가 된 옛 광산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고대 문명의 흔적은 세라의 학자적 호기심을, 그리고 카인의 모험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쿵-! 덜커덩!’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크게 흔들렸다. 낡은 쇠사슬이 비명을 지르며 늘어났다. 카인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자 세라가 그의 팔을 잡아주며 다급히 외쳤다.
“비상! 충격 완화 장치가… 망가진 것 같아! 바닥까지 남은 거리는 50피트! 충돌까지 10초!”
“젠장!”
카인은 번개 같은 속도로 허리춤에 매달린 증기 동력식 갈고리총을 뽑아 들었다. ‘쉬이익-’ 하는 압축 증기 소리와 함께 갈고리가 튀어나가 엘리베이터 천장에 박혔다. 그는 능숙하게 밧줄을 움켜쥐고 세라의 허리에 묶인 비상용 안전 벨트를 자신의 것과 연결했다.
“세라, 내가 신호하면 뛰어내려!”
“뭐… 뭐라고? 이 높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 추락하는 엘리베이터보다 네 다리가 빠를 거야!”
초읽기가 시작됐다. 8, 7, 6…
지하 심연의 습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눈을 감았다 뜨자 이미 바닥이 코앞이었다. 거대한 암석 바닥에 엘리베이터가 부딪히기 직전, 카인이 소리쳤다.
“지금이야!”
그의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밧줄에 매달린 채 엘리베이터 밖으로 몸을 던졌다. ‘콰앙-!’ 굉음과 함께 낡은 강철 구조물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 충격으로 거대한 먼지 구름이 솟아올랐고, 주위는 다시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크으… 살아있나? 세라?”
먼지를 털어내며 카인이 랜턴을 켰다. 빛이 닿은 곳은 엘리베이터 추락 지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거대한 동굴의 입구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맙소사… 카인, 저길 봐!”
세라의 목소리에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랜턴 불빛이 닿는 곳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황동과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얽히고설켜 있었고, 그 사이를 수없이 많은 파이프와 밸브, 압력계들이 메우고 있었다. 잊혀진 문명의 거대한 심장이 잠들어 있는 듯했다.
“이건… 우리가 알던 지하 광산이 아니야. 이건… 도시야. 아니, 기계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의 심장부야!”
카인의 목소리도 떨렸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었다. 수천 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고대 기계 문명의 경이로운 증거였다. 거대한 원형 홀의 천장에는 태양계의 행성들을 모방한 듯한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문자들이 새겨진 거대한 석판들이 놓여 있었다.
“저 문양들… 이건 내가 알던 그 어떤 고대 문자 체계와도 달라. 하지만… 이 기계 장치들은 뭔가 익숙한 듯해.”
세라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 내디뎠다. 그녀의 에테르 스캐너가 ‘삐빅-’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대량의 미확인 에너지 신호가 감지돼. 지금까지 측정된 어떤 에너지원보다 강력해. 마치… 이 전체 구조물을 움직이는 심장과도 같아.”
그때였다. 둥근 홀의 가장자리에서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압도적인 열기와 습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젠장, 환기 시스템인가? 아니면… 방어 시스템?”
카인이 랜턴을 비추자, 증기 뒤편으로 거대한 기둥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한 기둥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톱니바퀴들의 집합체였다. 황동과 강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중심부에 있는 알 수 없는 문양에 에너지를 주입하는 듯했다.
“이봐, 저 중앙을 봐! 빛나고 있어!”
세라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홀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장치가 있었다. 그 장치는 마치 거대한 시계처럼 보였지만, 시계바늘 대신 정체불명의 빛의 줄기들이 복잡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서, 푸른색의 섬광이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팟- 팟- 팟-’.
“이건… 에테르 코어? 하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건 처음 봐. 이 정도 출력이라면 도시 하나를 움직이고도 남을 거야!”
세라는 흥분과 경외심이 뒤섞인 표정으로 외쳤다. 그녀는 스캐너를 들고 조심스럽게 코어에 다가갔다. 카인도 긴장한 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코어에 가까이 다가가자, 바닥의 석판에 새겨진 문자들이 푸른빛을 띠며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마치 심장의 박동처럼 코어의 빛과 동기화되어 ‘팟- 팟-’ 하고 깜빡였다.
“이봐, 세라. 뭔가 이상해… 이 빛들, 마치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지 않아?”
카인이 손을 뻗어 한 석판을 만지려 했다. 하지만 세라가 그의 손을 탁, 하고 쳤다.
“기다려, 카인! 이건 단순한 기계가 아니야. 어쩌면… 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성체일지도 몰라. 이 문양들은 경고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접근 방식에 대한 안내일 수도 있어.”
그녀는 에테르 스캐너를 석판에 가져다 댔다. 스캐너 화면에 복잡한 파형과 함께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게… 해독 중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어. 잠시만…!”
세라가 집중하는 사이, 홀의 가장자리에서 증기가 더욱 격렬하게 분출되기 시작했다. 기계 팔들이 ‘윙- 윙-’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회전했고, 푸른빛의 코어는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쿵-! 쿵-! 쿵-!’
갑자기 홀 전체가 거대한 심장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천장의 행성 모형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바닥의 석판들은 빛을 내뿜으며 솟아올랐다.
“세라! 뭔가 시작되는 것 같아! 이게 우리가 찾던 고대의 비밀인 건가?”
카인이 흥분 반, 경계심 반의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이건… 재가동이야! 이 거대한 지하 문명이 다시 깨어나고 있어! 하지만 무엇을 위한 재가동이지? 그리고 이 엄청난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 거지?”
세라의 스캐너에서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홀의 중앙에 서 있는 그들을 향해, 거대한 기계 팔들이 서서히 움직여오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을 새로운 심장의 박동에 맞춰 춤추게 하려는 것처럼. 혹은… 그들을 압도하려는 것처럼.
두 사람의 얼굴에 경악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스쳤다.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미지의 존재가 눈을 뜨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마주하게 될 것은 인류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파멸의 시작일까? 거대한 기계 문명의 심장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