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강철군림

## 제1장: 강철의 전장, 천무대회

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계는 다시 한번 강철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강철과 기(氣)’의 시대였다. 고대의 무림 고수들이 익혔던 내공심법과 경공술은 이제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거대한 갑옷, ‘강갑(强甲)’을 통해 그 위용을 수백 배로 증폭시켰다. 이 강갑은 단순한 방어구가 아니었다. 사용자의 기를 증폭시키고, 움직임을 강화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파괴적인 무공을 현현시키는, 살아있는 육체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모든 것이 집중되는 거대한 격전의 장이 열렸다.

“천무대회!”

광활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전광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거대한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인공 태양이 빚어낸 오렌지빛 노을 아래, 수십만 명의 관중들이 환호성으로 아레나를 가득 채웠다. 경기장은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케 했으나, 그 규모와 기술력은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거대한 중앙 무대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어떠한 충격에도 끄떡없을 듯 보였고, 그 주위를 둘러싼 관중석은 수백 층에 달했다. 공중에는 홀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정보와 실시간 격투 영상이 투사되고 있었다.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건 대결. 바로 ‘천무대회’였다.

수십 년 전, 알 수 없는 균열이 하늘에 드리워지고 그 균열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심연의 존재’들은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기존의 과학 기술로는 막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때, 잠들어 있던 고대의 무학들이 다시 깨어났고, 과학 기술과 융합되어 강갑이라는 최종 병기로 진화했다. 그리고 천무대회는 그 강갑을 가장 효율적으로 다루는 ‘천하제일 무사’를 가려, 그에게 심연의 균열을 봉인할 비법이 담긴 ‘천무령(天武令)’을 수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대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무림의 정점들! 그들의 강갑과 무공이 펼쳐질 강철의 연무는 과연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중계진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지만, 대기실에서 류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자신의 강갑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강갑은 다른 참가자들의 화려하고 거대한 강갑과는 사뭇 달랐다. 투박하고 검은색을 띠고 있었으며,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다. 마치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흑영갑(黑影甲)’. 일개 도장의 사범이었던 그의 조부가 물려준 강갑이었다.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강갑들처럼 화려한 에너지 방출 장치나 다중 센서가 달려있지는 않았지만, 류진은 이 흑영갑이 세상의 어떤 강갑보다 강력하다고 믿었다. 흑영갑은 류진의 기와 가장 완벽하게 공명했고, 그의 몸처럼 움직였다.

“후우…”

깊은 숨을 내쉬며 류진은 눈을 감았다. 귓가에는 조부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진아, 강갑은 그저 도구일 뿐. 중요한 건 갑옷 안에 담긴 네 마음과 기(氣)다. 무(武)의 본질을 잊지 마라.”*

그의 무공은 ‘천산비영무(天山飛影武)’였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경공과 검법 위주의 유파로, 겉보기에는 화려함이 없었으나 그 안에는 날카로운 기세와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품고 있었다. 강갑 시대에 접어들며 많은 무학들이 사라지거나 변질되었지만, 류진의 가문은 묵묵히 그들의 전통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제, 류진은 그 전통을 강갑 위에 구현해야 했다.

“다음 경기! 제1조 네 번째 경기입니다! 동방무림의 샛별, 류진 선수와 북방 전선의 맹장, 철웅 선수!”

류진의 번호가 호명되자, 그의 가슴이 미약하게 요동쳤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흑영갑의 관절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저마다 특유의 마찰음을 냈다. 다른 대기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몇몇은 비웃는 듯했고, 몇몇은 무관심했다. 흑영갑의 낡은 외형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통로를 걸어 경기장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점점 더 커졌다. 드디어 경기장 중앙, 류진이 입장하는 순간, 수많은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와아아아-!”

함성 속에서 류진은 아레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상대를 응시했다. 철웅. 그의 강갑은 ‘철벽갑(鐵壁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대하고 육중했다. 어깨에는 거대한 강철 포신이 달려 있었고, 팔뚝에는 강화된 충격 흡수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요새 같았다. 철웅은 북방 전선에서 심연의 존재들과 수없이 싸워온 베테랑으로, 그의 별명은 ‘불곰’이었다. 그의 강갑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흐음, 흑영갑이라니. 저런 낡은 모델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용하군.” 철웅의 강갑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그의 음성이 낮게 울렸다.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내 철벽갑의 주먹을 맛보고 나면, 네놈의 낡은 갑옷은 고철 덩어리가 될 테니.”

류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흑영갑의 내부 시스템을 가동시키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흑영갑의 가슴 부위에 새겨진 고대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철웅이 먼저 움직였다. 육중한 몸체와는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땅을 박차고 류진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오른팔에 장착된 거대한 건틀릿에서 파란색 에너지가 서리며 류진의 머리를 향해 붕괴 직전의 파괴력을 품은 주먹을 날렸다. ‘강철 붕권(鋼鐵崩拳)!’. 대기를 찢는 듯한 바람 소리가 류진의 흑영갑을 강타하기 직전이었다.

류진은 몸을 뒤로 젖히며 주먹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철벽갑의 주먹은 류진이 서 있던 바닥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며 깊숙이 박혔다.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어서 철웅은 방향을 바꿔 다시 한번 류진의 옆구리를 향해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 ‘강철 회전각(鋼鐵回轉脚)!’.

류진은 경공술을 응용한 기동을 선보였다. 흑영갑의 부스터는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다리 관절에 흐르는 기를 이용해 철웅의 강철 회전각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가 춤을 추는 듯 예측 불가능하고 유연했다.

“쳇! 잔재주만 늘었군!” 철웅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육중한 강갑을 이용한 무식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데 익숙했다. 류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를 만나자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류진은 철웅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철벽갑의 거대한 몸체 뒤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그의 등 뒤로 접근했다. 흑영갑의 팔에 장착된 숨겨진 검날이 번뜩였다. ‘비영도(飛影刀)’. 류진의 조부가 흑영갑에 숨겨둔 비기였다. 검날에 류진의 기가 흐르자, 푸른색 섬광이 일렁였다.

“비영삼검!”

세 번의 섬광이 동시에 철웅의 강갑 등짝을 스쳐 지나갔다. 챙! 챙! 챙! 금속이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철벽갑의 등짝에 깊은 흠집이 생겼지만, 두꺼운 장갑은 류진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냈다.

“이게 끝이냐! 고작 이런 공격으로 날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철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양팔을 크게 휘둘러 류진을 날려버리려 했다. 류진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철웅은 그 기세로 몸을 돌려 강갑 어깨에 장착된 포신을 류진에게 겨냥했다.

위이잉—! 에너지 충전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푸른색 에너지가 포신 끝에 모여들었다. ‘강철 파동포(鋼鐵波動砲)!’

류진의 강갑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렸다. 저 공격은 정면으로 맞으면 흑영갑도 버티기 힘들 터였다. 류진은 빠르게 판단했다. 피하는 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그는 흑영갑의 다리 관절에 모든 기를 집중했다. 흑영갑의 발바닥에 장착된 미세한 추진기가 순간적으로 작동하며 땅을 박차 올랐다. 류진의 몸은 마치 검은색 혜성처럼 공중으로 솟구쳤다.

“어디로 도망가려는 거냐!” 철웅은 공중으로 날아오른 류진을 향해 파동포를 발사했다. 거대한 에너지 구체가 류진을 쫓아 아레나를 가로질렀다.

류진은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파동포를 피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회피가 아니었다. 흑영갑의 가슴에 새겨진 문양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류진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푸른색의 칼날을 형성했다. ‘천산신검(天山神劍)’. 천산비영무의 정수가 담긴, 기를 검으로 응집시키는 비기였다.

“감히 하늘에서 나를 공격하겠다고? 웃기는군!” 철웅은 비웃었지만, 그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 류진의 강갑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류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마치 운석처럼 엄청난 속도로 철웅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흑영갑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색 기운이 길게 꼬리를 그리며 아래로 쇄도했다. ‘비영낙성(飛影落星)!’ 천산비영무의 가장 강력한 하강 공격이었다.

“말도 안 돼!” 철웅은 뒤늦게 방어 태세를 취하려 했지만, 류진의 속도는 이미 예측 범위를 넘어섰다. 철벽갑의 머리 위로 류진의 천산신검이 정확히 꽂혔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푸른색 섬광이 아레나를 뒤덮었다. 연기가 걷히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철벽갑은 머리 부분이 깊게 찌그러지고 균열이 생겼으며, 온몸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류진의 흑영갑은 철벽갑의 머리 위에 한 발로 서 있었다. 흑영갑의 푸른 기운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크윽… 이럴 수가…” 철웅의 강갑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의 강갑 시스템은 이미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경기 종료! 승자, 류진 선수!”

심판의 선언이 울리자,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수십만 관중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이내 거대한 폭발처럼 환호성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낡은 흑영갑을 입은 무명에 가까운 류진이, 북방 전선의 맹장 철웅을 압도적으로 쓰러뜨린 것이다.

류진은 철벽갑 위에서 내려와 흑영갑의 시스템을 해제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것일 뿐이었다. 이 거대한 강철의 전장에서, 그는 인류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대결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그의 앞에는 아직 수많은 강자들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강철의 시대에 무(武)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한 사내의 첫 번째 발자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