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그림자

퀴퀴한 커피 향과 며칠째 빨지 않은 옷가지 냄새가 좁고 스산한 아파트 공기를 짓눌렀다. 김민준은 거뭇하게 자란 턱수염 위로 손을 쓸어 올렸다. 한때 통통했던 뺨을 덮고 있던 살들은 모두 사라지고, 앙상하게 드러난 턱선이 마치 조각처럼 날카로웠다. 창문은 얼룩덜룩 먼지로 뒤덮여 희미한 바깥 풍경을 겨우 내비쳤다. 시야에 들어온 하늘은 잿빛으로 칙칙했고, 그의 현재 삶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손에 들린, 군데군데 이가 나간 머그컵을 든 채 민준은 노트북의 검은 화면을 멍하니 응시했다. 화면 속에 비친 자신은 퀭한 눈빛에 창백한 얼굴을 한, 흡사 유령 같았다. *김민준.* 그 이름이 그렇게나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 이름은 5년 전, 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바보 같은 청년에게나 어울릴 법한 것이었다.

“민준아, 우리 같이 하면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너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내 추진력이 더해지면, 분명 세상을 뒤흔들 수 있을 거야!”

그 목소리. 이현우.
따뜻하고, 열정적이며, 한없이 신뢰를 담고 있던 그 목소리. 그의 눈빛은 언제나 빛으로 가득했고, 그 빛은 민준의 불안한 영혼을 잠재우는 유일한 주문이었다. 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적인 기술을 꿈꿨고, 밤낮없이 매달렸다.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굳건한 유대감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둘만의 아지트에서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머지않아 세상의 중심에 설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민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은 정말 뒤흔들렸다. 다만, 그 주역은 이현우 한 명뿐이었고, 민준은 잿더미 속에 파묻힌 채 홀로 남겨졌을 뿐이었다.

‘삐비빅.’
노트북 화면이 어둠을 걷어내며 밝아졌다. 익명으로 설정된 메일함에 새 메시지가 깜빡였다. 발신인은 알 수 없음. 제목은 단 한 단어였다.

[초대]

호기심보다는 이미 깊게 가라앉은 체념이 먼저였지만, 그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클릭했다. 링크는 화려한 뉴스 기사로 이어졌다. 정면에 커다랗게 박힌 사진 속 남자는 활짝 웃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수트를 입고, 수많은 기자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연단에 선 남자.

이현우.
그의 뒤편으로는 거대한 기업의 로고가 빛나고 있었다. [미래 기술의 선두주자, 에테르 테크놀로지, 창립 5주년 기념 성과 발표!]
기사 내용은 현우가 이끄는 ‘에테르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단 5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그 핵심 기술이 바로 ‘신경망 인터페이스’라는 것이었다.

민준의 심장이 차가운 얼음 송곳으로 꿰뚫리는 듯했다. 신경망 인터페이스. 그것은 자신의 아이디어였고, 자신의 설계였으며, 자신의 피와 땀이었다. 현우와 함께라면 세상에 빛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순수하고 바보 같은 꿈이었다. 그 꿈을 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강탈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포장해 세상에 내놓았다.

“하… 하하하…”
메마른 웃음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찢어지는 비명에 가까웠다. 그의 시선은 사진 속 현우의 미소에 고정되었다. 겉으로는 더없이 선량하고 온화해 보이는 그 미소 뒤에 감춰진 섬뜩한 야수성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너무 늦게 이해한 대가로 민준은 모든 것을 잃었다.

5년 전의 그날 밤, 현우는 술에 취한 민준의 손을 잡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처럼 속삭였다.
“민준아, 우리가 성공하면… 너는 연구에만 몰두해. 난 네가 세상의 온갖 잡음에 시달리지 않도록 모든 걸 처리할게. 넌 그저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주면 돼.”

그 말이 얼마나 달콤하고 치명적인 독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민준은 현우의 말에 따라 모든 지분과 경영권을 그에게 맡겼다. 오직 연구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순진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준은 배신당했다. 특허는 현우의 이름으로 넘어갔고, 민준은 회사에서 쫓겨났으며, 그의 이름은 ‘기술 탈취를 시도한 사기꾼’으로 낙인찍혔다. 현우는 철저했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모든 인맥을 차단했고, 증거는 조작되었으며, 민준의 항변은 허공에 흩어지는 먼지에 불과했다.

“친구? 하…”
친구라는 단어가 그의 혀끝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듯했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눈은 충혈되어 붉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폐인이 따로 없었다. 한때 번뜩이던 천재의 눈빛은 사라지고, 오직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처와 분노만이 가득했다.
민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마음속 상처가 훨씬 깊고 거대했으니까.

“이현우… 네가 지어 올린 그 성, 내가 기어이 무너뜨려 줄게.”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강철처럼 단단했다. 복수심은 그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연료였다. 5년 동안 잠들어 있던 증오가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올랐다.

민준은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았다. 더 이상 주저함은 없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죽은 듯 살던 5년 동안,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사회에서 사라진 척하면서, 그는 그림자 속에서 다른 형태로 생존해왔다.
법률, 회계, 정보 분석, 해킹… 세상의 모든 어둠 속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이현우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을 밟아버렸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그 짓밟힌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그가 찾아낸 오래된 데이터 파일 하나. 5년 전, 현우가 회사 내부 시스템을 해킹하여 민준의 연구 자료와 특허권을 가로채고, 그를 도리어 범죄자로 몰았던 그 증거의 흔적. 현우는 완벽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민준은 이미 오래전에 그의 꼬리를 잡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힘이 없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달랐다. 잃을 것이 없는 자의 광기와 지독한 인내심으로 무장한 민준에게 현우가 놓친 작은 흔적은, 거대한 산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약점이 될 터였다.

그는 조용히 암호화된 파일을 열었다. 수많은 코드와 데이터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속에서 민준은 이현우의 완벽한 가면 아래 숨겨진 추악한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은 틈을 발견했다. 아주 미세한 균열이었지만, 민준에게는 충분했다. 바위를 부수는 데는 작은 균열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는 새로운, 완벽하게 익명화된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한 단체를 검색했다.
[진실을 추구하는 시민 연대]

현우는 언론을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 능했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돈과 명예로 매수되지 않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숨어 움직이며, 강자들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특화된 단체였다. 민준은 이곳에 작은 불씨를 던질 생각이었다. 이 불씨가 어떤 거대한 불길로 번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리라.

메일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민준은 화면 속 현우의 오만한 미소를 다시 보았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 거야, 이현우.”

그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과거의 순진했던 민준의 미소가 아니었다. 지옥에서 기어 나온 그림자의 웃음이었다.

‘딸깍.’

메일이 전송되었다.
작고 조용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불씨는, 머지않아 이현우의 거대한 성을 송두리째 태워버릴 맹렬한 불길이 될 것이었다.
민준은 거친 숨을 내쉬며 창밖을 보았다. 이제 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도시의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복수는,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