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EPISODE 1: 옅은 달빛 아래, 숨결 같은 만남 (Under Faint Moonlight, A Breath-like Encounter)

**캐릭터:**
* **김현우 (Kim Hyun-woo)**: 20대 중반의 청년. 고서점 겸 카페 ‘책과 향기’를 운영하며 작가를 꿈꾼다.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현실 너머의 아름다움을 갈망한다.
* **이서아 (Lee Seo-ah)**: 겉모습은 20대 후반의 고아하고 신비로운 여인. 인간 세상에 스며들어 살아가는 구미호. 세월의 무게와 숨겨진 고독을 품고 있다.

**SCENE 1**

**INT. 책과 향기 (BOOKS AND SCENT) – 밤**

**[화면 전환: 어둠이 깔린 서울의 복잡한 도심 풍경에서 시작. 빌딩들의 네온사인과 차량 불빛이 꼬리처럼 이어진다. 카메라가 한적한 골목 안쪽으로 서서히 ZOOM IN하면, 오래된 간판이 인상적인 작은 서점 겸 카페 ‘책과 향기’가 보인다.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이 아늑함을 더한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린다.]**

(BGM: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서점 문에 걸린 작은 종이 딸랑인다. 마른 천으로 카운터를 닦던 **김현우 (M 20대 중반)** 가 고개를 든다. 그의 눈은 피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하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멀리, 비에 젖은 도시 너머를 향한다.

**현우**
(내레이션)
이곳은 나의 작은 우주다. 낡은 책들의 냄새와 커피 향이 뒤섞여, 시간마저도 느리게 흐르는 공간. 바깥세상이 아무리 빠르고 격정적으로 변해도, 이곳만은 늘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적어도,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현우, 젖은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습기를 지우고 밖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 스쳐 가는 옅은 그림자. 쓸쓸함.]**

(SFX: 빗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

**현우**
(작게 한숨 쉬며)
오늘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실내로 향한다. 고서들이 가득한 책장, 편안한 의자들. 모든 것이 익숙하고, 동시에 너무나 평범하다. 현우는 카운터 뒤에 놓인 낡은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응시한다. 켜져 있는 것은 그가 쓰고 있는 소설의 초고.]**

**현우**
(내레이션)
나는 특별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내 삶은 언제나 평범했고, 내 상상력은 그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존재할까?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망설인다. 스크린에는 ‘프롤로그’라는 단어 아래,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 그의 눈이 책장 구석에 꽂힌 낡은 민담집에 닿는다.]**

**SCENE 2**

**INT. 책과 향기 – 밤 (같은 시간, 잠시 후)**

(BGM: 아까보다 조금 더 신비롭고 고요한 선율로 바뀐다.)

**[문 위의 종이 다시 한번 맑게 울린다. ‘딸랑-‘.]**

현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숨을 들이킨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인, **이서아 (F 20대 후반)** 의 모습에 그의 눈이 순간 멈춘다. 칠흑 같은 긴 머리카락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차분한 색의 코트가 그녀의 가는 몸을 우아하게 감싼다. 그녀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오래된 호수 같았고, 걸음걸이는 마치 공기 위를 미끄러지듯 조용하고 기품 있다.

**[카메라, 서아의 전신에서부터 얼굴로 서서히 ZOOM IN.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 그리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동자가 클로즈업된다.]**

서아는 서점 안을 한 번 훑어본다. 그녀의 시선은 낡은 고서들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현우에게로 향한다.

**서아**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직… 문을 닫지 않으셨네요.

**현우**
(얼떨떨하게)
아, 네… 곧 닫을 예정이었는데… 어서 오세요.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서아는 카운터로 다가와 책장에 꽂힌 오래된 차(茶) 관련 서적들을 가볍게 훑는다.]**

**서아**
향이 좋은 차가 있나요? 오늘 같은 날은… 따뜻한 것이 좋겠네요.

**현우**
(정신을 차리고)
네, 물론이죠. 우롱차도 있고, 얼그레이도… 특별히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서아**
(미소 지으며)
음… ‘달 그림자’라는 이름의 홍차가 있나요? 아주 오래된…

**[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차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서아의 미소가 약간 흐려지는 듯하다.]**

**현우**
죄송합니다. 그런 이름의 차는 저희 가게에…

**서아**
(손을 저으며)
아닙니다. 제가 너무 과거의 것을 찾았네요. 그럼… 가장 따뜻하고… 이 밤과 어울리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현우는 잠시 망설이다 ‘국화차’를 내민다. 서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우**
(차를 내리며)
어쩌다 이런 날씨에… 늦게까지 다니시는군요.

**서아**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며)
이런 날씨야말로… 제게는 익숙합니다. 오히려 도시에 스며들기에는 더 좋고요.

**[현우는 그녀의 말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도시에 스며들다’라니, 마치 이방인처럼.]**

**[현우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화차 잔을 서아에게 내민다. 서아는 작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가게 가장 안쪽, 낡은 창가 좌석에 앉는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얇고 빛바랜, 한문으로 가득한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든다. 마치 유물 같은 책이다.]**

**[카메라, 서아의 손가락이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비춘다. 그녀의 손가락은 놀랍도록 희고 가늘다. 창밖의 빗소리와 실내의 정적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SCENE 3**

**INT. 책과 향기 – 밤 (늦은 시간)**

(BGM: 미스터리하면서도 고즈넉한 선율이 흐른다.)

**[시간이 꽤 흘렀다. 자정을 넘긴 시각. 빗줄기는 한층 굵어져 창문을 격렬하게 때리고, 바람 소리가 거세게 울린다. 현우는 이미 가게 정리 대부분을 마치고, 서아 외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다. 그녀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책을 읽고 있다. 마치 그림처럼.]**

**현우**
(조심스럽게)
저… 손님. 이제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요… 괜찮으시다면 내일 다시 찾아주시는 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콰앙-!’ 하는 천둥 소리와 함께 가게 안의 모든 불이 깜빡이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꺼져버린다. 순식간에 암흑이 서점 안을 집어삼킨다.]**

(SFX: 거센 바람 소리, 천둥 소리, 전등 깜빡이는 소리, 완전히 꺼지는 소리)

**현우**
(놀라서)
어, 어떡하지? 정전인가?

**[현우는 당황하여 스마트폰을 더듬어 찾는다. 그러나 짙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한, 푸른빛이 감도는 은은한 빛이 현우의 시야에 들어온다. 빛의 근원지는 서아가 앉아 있던 창가.]**

**[카메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서아의 모습에 집중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평소와 달리 묘한 은빛으로 빛나고, 그녀의 몸에서 아주 미세한, 마치 실크 같은 푸른 아우라가 퍼져 나오는 듯하다. 그녀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이다.]**

**서아**
(낮은 목소리,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린다)
걱정 마세요. 금방 돌아올 겁니다.

**[서아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현우를 향한다. 그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쿵 하고 내려앉는다. 그 눈빛은 단순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천 년을 응시한 듯한 시선.]**

**[바로 그때, 바람이 더욱 거세게 몰아치며 창문을 강타한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창가에 위태롭게 꽂혀 있던 낡은 책 한 권이 미끄러지며 현우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SFX: 창문 흔들리는 소리, 책 떨어지는 소리)

현우는 너무 놀라 몸을 굳힌다. 피할 새도 없이 책이 그의 머리로 향한다.

**[슬로우 모션. 책이 현우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순간, 서아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당기듯이 움직인다. 공중에 떠 있던 책이 마치 투명한 손에 붙들린 것처럼 허공에서 멈춘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마치 깃털처럼 부드럽게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현우는 눈을 깜빡인다. 그의 시선은 떨어진 책과, 여전히 평온하게 앉아있는 서아에게로 향한다. 그녀의 눈은 다시 평범한 검은색으로 돌아왔고, 몸에서 나오던 은은한 빛도 사라졌다. 모든 것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파앗-‘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다시 켜진다. 서점 안은 다시 따스한 빛으로 가득 찬다.

(SFX: 전등 켜지는 소리)

**서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하세요.

**[서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카운터로 다가와 차 값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조용히 올려둔다.]**

**서아**
늦었네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서아는 현우가 미처 입을 열 새도 없이 몸을 돌려 문으로 향한다. 그녀의 걸음은 처음과 같이 조용하고 우아하다. 문 위의 종이 ‘딸랑-‘ 하고 울리며 그녀의 퇴장을 알린다.]**

(SFX: 문 닫히는 소리, 종소리)

현우는 멍하니 서아의 뒷모습이 사라진 문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바닥에 떨어진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가 책을 주워 들자, 놀랍게도 책은 ‘구미호(九尾狐)’라는 제목의 민담집이었다. 책은 우연히도 ‘인간으로 변신하는 여우 요괴’에 대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다.

**[카메라, 펼쳐진 책 페이지에 클로즈업. 낡은 한지와 필사된 글씨들이 보인다. 그림에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와 인간 여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져 있다.]**

**현우**
(말문이 막힌 듯)
…저, 저 방금… 대체 뭐였지?

**[그는 떨리는 손으로 책 페이지를 만진다. 그리고 다시 서아가 앉았던 자리, 그녀가 차를 마시던 찻잔을 번갈아 본다.]**

**SCENE 4**

**INT. 책과 향기 – 밤 (서아가 떠난 후)**

(BGM: 미스터리하면서도 웅장하고 서정적인 음악으로 전환된다.)

현우는 서점이 텅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아의 잔향이 남아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는 구미호 민담집을 품에 안고, 서아가 앉았던 창가 자리로 다가간다. 빗줄기는 여전히 거세지만, 그의 눈빛은 빗속에서 빛나는 등불처럼 강렬하게 타오른다.

**현우**
(내레이션)
그녀는 그저 손님일 뿐이었을까. 아니, 내 눈은 분명히 보았다. 어둠 속에서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를. 그리고… 시간을 멈춘 듯한 그 순간을. 그 순간, 나는 어쩌면 내가 늘 갈망하던 ‘특별한 이야기’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 모른 채…

**[현우는 창밖의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진다. 빗속을 뚫고 사라진 서아의 잔상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강렬한 호기심, 그리고 어쩌면 운명적인 끌림이 교차한다.]**

**[FADE TO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