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2: 얼어붙은 밀실

**[1컷]**
**배경:**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들이 흉측하게 솟아 있다. 빗물 고인 아스팔트 위를 끈적이는 그림자들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도시 전체를 뒤덮은 섬뜩한 정적. 희미하게 좀비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효과음:** 쏴아아… (세찬 빗소리) 크르르… (멀리서 들리는 좀비 소리)

**[2컷]**
**장면:** 낡은 장갑차 한 대가 빗물을 튀기며 황량한 도로를 질주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좀비들의 실루엣이 번개에 순간적으로 드러났다 사라진다. 운전대 위 박서연의 손은 굳건하다.
**박서연:** (운전하며, 굳은 표정) 날씨가 지랄 같네요. 간신히 찾은 물자 보급로가 완전히 잠겼습니다. 캠프 식량 비축량이… 이번 주가 한계일 겁니다.

**[3컷]**
**장면:**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강선우.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창 밖을 응시한다. 그의 표정은 늘 그렇듯 무심하다. 한 손으로는 작은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다.
**강선우:** 물자가 없으면, 생존자들의 신경은 더 날카로워지겠지. 폭동은 시간문제.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고.

**[4컷]**
**장면:** 장갑차가 대형 마트 건물을 개조한 생존자 캠프의 육중한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문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닫힌다. 내부는 어둑하고 긴장감이 감돈다. 경계 근무자들이 장갑차를 반기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근심이 역력하다.
**효과음:** 콰앙! (철문 닫히는 소리) 철컥! (잠금쇠가 걸리는 소리)

**[5컷]**
**장면:** 캠프 중앙 광장.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그들의 표정에는 공포와 혼란이 가득하다. 캠프 리더 이진호가 심각한 얼굴로 무전기를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이진호:** (무전기에 대고, 격앙된 목소리) …무슨 소리야, 김형준이 죽었다고? 보급 창고 안에서? 누가 그런 짓을…

**[6컷]**
**장면:** 선우와 서연이 장갑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진호가 그들에게 다급히 다가온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다.
**이진호:** 강 박사, 박 팀장! 큰일 났습니다! 김형준 씨가… 죽었습니다. 우리 캠프의 냉동 보관실 안에서요.

**[7컷]**
**장면:** 서연이 미간을 찌푸린다.
**박서연:** 냉동 보관실이라면… 가장 보안이 삼엄한 곳 아닙니까? 그곳은 김형준 씨와 리더님만 코드를 아는 곳인데… 어떻게?
**강선우:** (아무 말 없이 이진호를 뚫어지게 본다. 그의 눈빛에서 미세한 흥미가 읽힌다.) 밀실 살인인가요. 이 지옥 같은 세상에도 그런 유희는 존재하네요.

**[8컷]**
**장면:** 냉동 보관실 입구. 두꺼운 강철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문 옆의 전자식 키패드에는 초록색 LED가 깜빡이며 ‘잠금’ 상태를 알린다. 몇몇 경비대원들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문 틈새로 새어 나온다.
**이진호:** (숨을 헐떡이며) 김형준 씨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게 두 시간 전입니다. 시스템 기록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그 후로 아무도 출입한 흔적이 없습니다.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고… 키패드 조작 기록도 전혀 없어요.
**효과음:** 찌잉… (냉동실 모터 소리)

**[9컷]**
**장면:** 선우가 문에 손을 대어 본다. 냉기가 손끝에 스민다. 그는 키패드를 찬찬히 훑어본다.
**강선우:** (중얼거리듯) 흠. 재미있군.

**[10컷]**
**장면:** 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진호가 조심스럽게 키패드를 조작해 문을 연다. 육중한 문이 스르륵 열리며 차가운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효과음:** 삐비빅- (키패드 음) 웅- (문 열리는 소리) 쉬이이이익- (차가운 공기 분출)

**[11컷]**
**장면:** 냉동 보관실 내부. 얼음으로 뒤덮인 선반들 사이로, 김형준의 시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그는 이미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얼어붙어 있다. 그의 목에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듯한 깊은 상흔이 선명하다. 시신은 문 안쪽의 붉은색 비상 개방 레버에 몸을 기대고 쓰러져 있다.
**박서연:** (경악하며 손으로 입을 가린다) 세상에…!

**[12컷]**
**장면:** 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신을 내려다본다. 그의 눈은 빠르게 방 안을 스캔한다. 꼼꼼하게 얼어붙은 주변 환경, 시신의 자세, 그리고 문틈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진호:** (떨리는 목소리로) 칼에 찔린 것 같은데… 이 얼어붙은 상황에선… 누가, 어떻게…

**[13컷]**
**장면:** 선우가 시신의 목에 박힌 것을 자세히 본다. 그것은 보통의 칼이 아니다. 뾰족하고 길며, 날카로운 끝이 박혀 있는 ‘얼음 송곳’이다. 캠프 내의 옛 주방에서 얼음덩이를 깰 때 사용하던 공구와 똑같다.
**강선우:** 얼음 송곳이군. 캠프 내 주방에서 얼음 깨던 그 물건과 비슷하네요. 이런 용도로 쓰일 줄은 몰랐지만.
**박서연:** (얼굴을 찡그리며) 이걸로 사람을… 누가 이런 짓을…

**[14컷]**
**장면:** 선우가 형준의 몸을 밀어 본다. 형준의 몸은 쓰러진 채 문 안쪽의 붉은색 비상 개방 레버에 기대어 있었다. 레버는 밖으로 살짝 튀어나와 굽어 있는 상태였다.
**강선우:** 시신의 위치, 그리고 이 레버… (레버를 손으로 만져보며) 이 레버는 안에서 당기면 문이 열리게 되어 있죠? 그런데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살짝 변형된 것 같군요.
**이진호:** 그렇습니다. 혹시 사람이 갇혔을 때를 대비한 비상 장치입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으니… 김형준 씨가 이것을 사용하려 했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15컷]**
**장면:** 선우가 문 안쪽의 두꺼운 고무 패킹 부분을 유심히 살핀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고무 패킹으로 생각할 것이다.
**강선우:** (손가락으로 패킹 위를 쓸어보며) 이쪽… 문 위쪽 모서리 부분에… 아주 미세한 틈이 있었네요. 고무가 닳은 건지, 아니면… 뭔가에 긁힌 자국인가.

**[16컷]**
**장면:** 서연이 다가와 선우의 시선을 따라본다. 그녀의 표정은 의아함으로 가득하다.
**박서연:** 틈이요?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여기저기 낡은 곳이 많습니다. 보급 창고라 꼼꼼히 점검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틈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강선우:** (중얼거리듯) 틈… 그래, 틈이 중요하군.

**[17컷]**
**장면:** 선우는 바닥을 훑는다. 시신 주위의 얼어붙은 바닥에는 미세한 먼지와 함께, 작은 페인트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이 조각들은 냉동 보관실 내부의 페인트 색깔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그는 조심스럽게 샘플을 수첩에 담는다.
**강선우:** (페인트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며) 이 페인트 조각들… 이 냉동실 내부의 색은 아니죠.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 건가. 문 주변 외벽의 색과도 조금 다르군요.

**[18컷]**
**장면:** 그는 다시 키패드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키패드 케이스의 왼쪽 상단 모서리에 희미한 지문 자국이 보인다. 버튼 위가 아닌, 케이스 자체에 남은 자국이다.
**강선우:** (키패드 케이스를 가리키며) 이 지문… 버튼을 누른 자국은 아니네요. 무언가를 지탱하거나 힘을 준 흔적처럼 보입니다.

**[19컷]**
**장면:** 선우가 갑자기 냉동 보관실 문 밖으로 나가더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본다. 키패드 잠금은 여전히 유지된다.
**강선우:** (혼잣말처럼) 이 문은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죠. 그리고 열려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범인은 어떻게 나갔을까요? 출입 기록은 김형준 씨 한 명 뿐인데.

**[20컷]**
**장면:** 선우가 서연과 이진호에게 고개를 들어 말한다. 그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다.
**강선우:** 이 밀실의 트릭은 간단합니다. 동시에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잔인한 트릭이죠.

**[21컷]**
**장면:** 선우가 다시 문 밖으로 나가 선 채로, 문 위쪽의 미세한 틈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강선우:** 범인은 김형준 씨가 이 냉동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김형준 씨가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범인은 문 위쪽의 아주 미세한 틈을 통해 무언가를 집어넣었죠.

**[22컷]**
**장면:** 선우의 설명에 맞춰 상상 속 장면이 오버랩된다. 어둠 속에서 범인의 손이 나타나, 얇고 질긴 낚싯줄 같은 것을 문 틈으로 집어넣는 모습. 줄 끝에는 작은 고리가 달려 있다.
**강선우:** (내레이션) 아주 얇고 강한 줄입니다. 가늘고 질긴 낚싯줄이나 와이어 같은 것 말이죠. 범인은 그 줄을 문 안쪽의 손잡이(래치)에 겁니다.

**[23컷]**
**장면:** 김형준이 냉동실 안에서 뭔가 정리하고 있는 모습. 그는 미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문은 겉으로는 닫혀 있지만, 줄에 의해 안쪽 손잡이가 미세하게 당겨져 있어 잠금장치가 완전히 걸리지 못한 상태다. 키패드에는 여전히 ‘잠금’ 불빛이 들어와 있다.
**강선우:** (내레이션) 문이 완전히 닫히면 키패드는 자동으로 잠깁니다. 하지만 범인은 줄을 이용해 문 안쪽 손잡이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문이 완전히 잠기지 않고 살짝 열린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요. 키패드는 여전히 잠금 상태로 표시되었겠죠.

**[24컷]**
**장면:** 범인이 문 밖에서 그 미세하게 열린 틈 사이로 얼음 송곳을 찔러 넣는 모습. 김형준은 고개를 돌리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의 몸이 붉은색 비상 레버에 부딪혀 레버가 살짝 튀어나와 굽는다.
**강선우:** (내레이션)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범인은 이 얼음 송곳을 김형준 씨의 목에 정확히 찔러 넣었습니다. 김형준 씨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을 겁니다. 그의 시신이 비상 레버에 기대어 굽어 있던 것도, 쓰러지는 과정에서 레버를 밀쳤기 때문이죠.

**[25컷]**
**장면:** 다시 현재 시점. 서연과 이진호는 선우의 설명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박서연:** 그, 그럼 범인은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밖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강선우:** 정확히는… 문 밖에서 밀실 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그 얇은 줄 덕분에 문은 겉보기에는 잠긴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미세하게 열려 있었던 거죠. 살인을 저지른 후 범인은 줄을 회수하고, 문은 자동으로 완전히 닫히면서 원래대로 키패드가 잠긴 겁니다. 출입 기록은 당연히 남지 않고요.

**[26컷]**
**장면:** 이진호가 키패드 케이스에 남은 지문 자국을 본다.
**이진호:** 그럼 이 지문은… 문을 열어줄 때 김형준 씨를 등지고 서서 문을 잡아줬거나, 아니면…
**강선우:**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이용해 문을 조작할 때, 정확한 위치를 잡기 위해 키패드 케이스를 지탱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인트 조각은 줄이 문 틈에 끼어 움직이면서 긁힌 자국이고요. 범인이 이 냉동실 외벽의 다른 부위를 긁은 흔적입니다.

**[27컷]**
**장면:** 선우가 천천히 냉동실 문을 다시 응시한다. 그의 눈빛은 섬뜩하게 빛난다.
**강선우:** 이제 중요한 건, 누가 김형준 씨를 살해했을까 하는 겁니다. 이 방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캠프에서 얼음 송곳의 존재와 냉동실 문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김형준 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사람.

**[28컷]**
**장면:** 선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캠프 내의 한 인물을 쳐다본다. 그 인물은 바로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보급 창고 부담당자 ‘최영재’였다. 최영재는 선우의 시선에 움찔하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강선우:** 보급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사람 중 하나겠죠. 아니면… 보급품을 횡령하려다 김형준 씨에게 들켰거나. 최영재 씨, 맞습니까?

**[29컷]**
**장면:** 최영재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인다. 그는 뒷걸음질치려 하지만, 서연이 빠르게 그의 팔을 붙잡는다.
**최영재:** 흐읍! (공포에 질린 표정) 아, 아니… 무슨 말씀을…!

**[30컷]**
**장면:** 선우가 최영재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선다. 그의 그림자가 최영재를 덮는다.
**강선우:** 아니라고요? 김형준 씨는 워낙 꼼꼼한 사람이라, 냉동 보관실 안의 물품을 기록하는 자신만의 암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제 당신이 캠프의 귀한 의료 물품을 빼돌리려는 것을 목격했고, 그 사실을 장부에 기록했다고 말했었죠.
**효과음:** 철컥- (서연이 최영재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31컷]**
**장면:** 선우의 날카로운 시선과 말에 최영재의 얼굴은 더욱 사색이 된다. 그는 이제 반항할 힘조차 잃은 듯 보인다. 서연이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강선우:** 그리고… 이 냉동 보관실 문 키패드 위쪽에 남아있는 희미한 지문… 당신의 지문과 정확히 일치할 겁니다. 보급실 부담당자이니만큼 냉동실 문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테고, 얼음 송곳의 위치도 당신만이 알았겠죠. 김형준 씨를 처리하고 그의 장부를 은폐하려던 겁니다.

**[32컷]**
**장면:** 이진호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최영재를 본다. 캠프 생존자들은 충격과 경악 속에 웅성거린다. 바깥에서는 좀비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이진호:** 이런… 세상에…! 자기 동료를…!
**효과음:** 크르르르… (멀리서 들려오는 좀비 소리, 불길하게 울린다)

**[33컷]**
**장면:** 선우는 아무 말 없이 최영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감각하다. 살인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심어졌을 뿐이다.
**강선우:** (생각) 인간의 탐욕은… 좀비보다 더 끈질기게 살아남는 바이러스다.
**박서연:** (선우의 옆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본다) 이 사태가 언제쯤 끝날까요, 선우 씨.

**[마지막 컷]**
**장면:** 선우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잿빛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하고, 비는 그칠 줄 모른다. 냉동 보관실의 문이 다시 굳게 닫힌다. 키패드의 초록색 불빛이 섬뜩하게 깜빡인다. 그 옆으로는 여전히 빗물 젖은 도시의 폐허가 펼쳐져 있고, 좀비들의 실루엣이 멀리 보인다. 그의 눈빛은 알 수 없는 심연을 담고 있다.
**강선우:** 글쎄요.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살아있는 지옥’은 계속될 겁니다.
**효과음:** 콰앙! (문 닫히는 소리) 쏴아아… (빗소리) 크르르르… (좀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