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밤의 장막이 천룡학부를 덮었을 때, 고색창연한 기와지붕과 웅장한 석조 건물들은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낮 동안 수많은 학도들의 활기찬 기운으로 넘실대던 학부는 이제 고요와 정적만이 지배하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명문 중의 명문, 대륙의 모든 신선 지망생들이 선망하는 이곳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영기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역사를 자랑했다.

하지만 청명(淸明)에게는 달랐다.
그에게 천룡학부는 찬란한 영광 아래 가려진 모호한 위화감의 총체였다. 모두가 칭송하는 이 영광스러운 학부의 기저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고, 그는 늘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의 그런 본능적인 감각은 일반 학도들 사이에서는 괴짜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다른 이들이 도법의 정수나 영단 제조법을 탐닉할 때, 청명은 도서관 깊은 곳, 먼지 쌓인 고문헌들 사이에서 학부의 건립사나 고대 주술의 흔적을 뒤지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날도 그러했다.
학부의 심장부라 불리는 대천루(大天樓) 도서관, 가장 오래되고 금지된 서적들이 잠겨 있는 최심층에 몰래 잠입한 청명은 낡은 영기도(靈氣圖) 한 장을 펼쳐 들고 있었다. 손때 묻은 종이 위로 희미하게 그려진 학부의 전경, 그리고 그 아래로 복잡하게 얽힌 영맥의 흐름. 대부분의 영맥은 지상에 드러나거나 건물 내부를 관통하며 학부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지만, 유독 한 곳, 학부의 가장 거대하고 굳건한 건축물인 ‘만세수련장(萬歲修練場)’의 지하에서 영맥의 흐름이 끊겨 있었다. 아니, 끊겼다기보다는… 모든 영기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만세수련장 지하가 비어있을 리가 없는데…”

청명의 눈이 가늘어졌다. 만세수련장은 학부의 창립자가 직접 정한 수련 장소로, 그 어떤 건축물도 함부로 들어설 수 없는 성스러운 공간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영기도는 명확히 그 아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할 곳에서 비정상적인 영기 소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영기를 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새벽, 만세수련장 앞에 선 청명은 마치 수련을 나온 학도처럼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새벽녘의 고요한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의 마음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만세수련장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 형태를 띠고 있었다. 외부의 웅장함과는 달리 내부는 단순했다. 오직 굳건한 바닥과 하늘을 향해 뻗은 높은 벽뿐. 수많은 학도들이 이곳에서 도법을 연마하고 기운을 응축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밤이 깊어지고, 수련장의 모든 빛이 꺼졌을 때, 청명은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였다. 그의 손에서 옅은 영기가 피어올라 바닥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영기도에서 본 것처럼 만세수련장의 지하 영맥은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소실되고 있었다. 그것은 곧, 영기가 소실되는 지점이 깊이 숨겨져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입구가 있을 텐데.’

청명은 바닥의 미묘한 영기 흐름을 따라 걸었다. 수련장 중앙, 수십 년간 수련의 흔적으로 닳고 닳은 바닥 한 귀퉁이에서 그의 영기가 미약한 진동을 감지했다. 다른 곳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기운의 파동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곳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단단한 석판 아래로 희미한 빈 공간이 느껴졌다.

그는 주변을 다시 한번 살폈다. 완벽한 어둠과 정적.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하고,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청명은 손끝에 응축된 영력을 모아 특정 주파수로 바닥의 석판을 두드렸다. 이것은 고대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주술의 일종이었다. 투명한 영기의 파동이 석판 아래로 스며들자, 바닥에서 얕은 진동이 울렸다.

**스으으으윽… 끽!**

오랜 시간 굳게 닫혀있던 무언가가 서서히 열리는 소리. 석판이 긁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바닥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며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드러났다. 그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냉기, 그리고 퀴퀴하면서도 묘하게 달콤한 냄새가 청명의 코끝을 스쳤다. 일반적인 지하 통로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마치 수백 년간 응축된 생명체가 뿜어내는 듯한 역겨운 기운이 실려 있었다.

청명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호기심은 이미 공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열린 틈새로 몸을 구겨 넣었다. 입구는 생각보다 좁았다. 그의 몸이 완전히 통과하자, 뒤편의 석판은 ‘스스슥’ 소리를 내며 다시 닫혔다. 완벽한 어둠. 그는 손끝에 작은 영기 불꽃을 피워 들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이 지하로 깊숙이 이어져 있었다. 계단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이끼와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고, 영기 불꽃조차 힘을 잃는 듯 희미하게 깜빡였다. 계단의 끝에 다다르자, 길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벽은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 표면에는 알 수 없는 고대 문자와 기이한 상형문자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피를 갈망하는 듯한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통로를 따라 걷는 동안, 청명은 자신의 심장이 거칠게 울리는 것을 느꼈다. 평소 차분하던 그였지만, 이곳의 기운은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불쾌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로의 끝에서부터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읍… 후우… 흐읍… 후우…**

마치 거대한 짐승이 깊은 숨을 쉬는 듯한 소리, 혹은 누군가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선명해졌다.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거대한 동굴 형태의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암석 벽면은 검붉은 빛을 띠었고, 그 위에 새겨진 무수한 금지된 주술 문양들은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동굴의 중앙에는 거대한 제단이 솟아 있었다. 그 제단은 수십 개의 굵은 쇠사슬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쇠사슬들은 제단의 정점에 모여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단 한가운데에서, 그는 마침내 그 끔찍한 ‘금기’의 실체를 마주했다.

제단 위에는 거대한 어둠의 덩어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은 형태가 없는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혹은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살아있는 그림자 같기도 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붉은 빛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마치 그 안에 거대한 심장이 뛰고 있는 것처럼. 쇠사슬은 그 어둠의 덩어리를 묶고 있었지만, 오히려 덩어리는 쇠사슬을 통해 영기를 흡수하고 있는 듯 보였다. 청명이 영기도에서 본, 영기가 빨려 들어가는 현상의 근원지였다.

**흐읍… 후우…**

그 소리가 바로 저 어둠의 덩어리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숨을 쉬는 소리, 혹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 소리가 들릴 때마다 동굴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어둠의 덩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순수한 악의, 원한, 그리고 가늠할 수 없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룡학부의 그 어떤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불결하고 파괴적인 기운이었다.

그때, 어둠의 덩어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덩어리 표면에 희미하게 일렁이던 붉은 섬광이 잠시 한곳에 집중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어둠의 틈새로 섬뜩한 형태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인간의 형상.**

너무나도 찰나의 순간이라 청명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니, 정확히는 *인간의 형체였던 것*이었다. 끔찍하게 뒤틀리고 일그러진 얼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무수한 영혼들의 절규가 그의 영혼을 직접 강타하는 것 같았다.

“젠장…”

청명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단순히 고대의 괴물이 봉인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이 다른 끔찍함이었다. 천룡학부, 영웅을 양성하는 명문 학부의 지하에 이토록 잔혹하고 불결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니!

그때였다.
칠흑 같은 어둠의 덩어리에서, 그의 존재를 눈치챈 듯 섬뜩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시선이라기보다는… 차가운 의식의 파편이 그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스윽…**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뻗어 나오는 소리. 그것은 형태가 없는 그림자였지만, 청명을 향해 뻗어오는 그 기운은 굶주린 짐승의 송곳니와 같았다. 청명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곳에 오래 머물다가는 그 자신마저 저 어둠의 일부가 될 것만 같았다.

그는 뒤돌아섰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귀에, 어둠의 덩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많은 영혼의 절규가 똑똑히 들려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혹은 자신의 끔찍한 운명을 알리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천룡학부의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그것은 단순히 봉인된 존재가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인* 무언가였다.

청명은 이를 악물고 통로를 향해 달렸다. 그의 영기 불꽃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절규가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 듯했다. 그는 지금 막, 천룡학부의 가장 거대하고 추악한 비밀을 건드려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비밀은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임을,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