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의 칼날
**작품명:** 나락의 군주 (君主, Ruler)
**에피소드 1: 깨어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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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배경:** 짙은 안개가 자욱한 황량한 폐허. 한때 신성한 사원이었던 곳은 이제 잔해와 뼈더미만이 남아있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가장 깊은 곳, 거대한 균열 사이로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PANEL 1]**
거대한 돌기둥들이 무너져 내린 잔해 사이, 검붉은 이끼가 뒤덮인 바위 틈에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손가락은 피골이 상접하여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손톱은 길고 검게 변색되어 있다.
**[PANEL 2]**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그림자 같은 실루엣. 온몸이 찢어진 누더기 천으로 겨우 가려져 있고, 곳곳에 아물지 않은 듯한 깊은 상흔들이 검은 피딱지처럼 엉겨 붙어 있다. 그의 눈은 감겨 있다.
**[PANEL 3]**
어둠 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류진의 눈. 핏빛으로 물든 홍채는 세상을 향한 증오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과거의 한 조각.
**[NARRATION – 류진]**
…몇 년인가. 아니, 몇 세기가 흘렀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이 고통의 나락 속에서.
**[PANEL 4]**
과거 회상: 눈부신 황금빛으로 빛나는 제단. 그 위에 놓인, 태양처럼 뜨겁게 빛나는 보석 ‘태양의 심장’. 어린 류진과 현우가 나란히 서서 그 보석을 경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밝게 웃고 있다.
**[NARRATION – 류진]**
그 찬란했던 빛은… 맹세는…
**[PANEL 5]**
과거 회상: 현우가 류진의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순간. 류진의 눈이 충격과 배신감으로 크게 뜨인다. 태양의 심장이 현우의 손에 들려 있고, 현우의 얼굴에는 섬뜩한 미소가 번져 있다. 류진의 피가 제단을 더럽힌다.
**[현우 (회상)]**
미안하군, 류진. 허나, 세상은 한 명의 태양만을 필요로 하는 법.
**[PANEL 6]**
현재. 류진의 찢어진 입술 사이로 피 섞인 신음이 터져 나온다.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주변의 죽은 뼈들이 흔들린다.
**[류진]**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현우… 너의 이름을… 나는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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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배경:** 현우가 통치하는 ‘금빛 제국’의 수도. 높은 성벽과 화려한 건축물들이 즐비하고, 거리에는 활기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억압과 고통이 흐른다.
**[PANEL 1]**
금빛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는 성의 내부. 복도를 지나가던 시종들이 현우의 접견실 문 앞에서 고개를 조아린다.
**[PANEL 2]**
넓고 화려한 접견실. 현우는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황금빛 왕좌에 앉아 있다. 그의 옆에는 ‘태양의 심장’이 박힌 홀이 세워져 있고, 그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현우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그는 과거의 그 젊은 현우가 아닌, 확고한 권력을 가진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
**[현우]**
(나른하게, 그러나 힘이 실린 목소리)
대체… 무슨 일이지? 내 휴식을 방해할 만큼 중요한가?
**[PANEL 3]**
현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한 나이 든 대신. 그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하다.
**[대신]**
폐하… 서쪽 국경 지방에서 심상치 않은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지난밤, ‘검은 송곳니 부족’의 보급선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현우]**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검은 송곳니? 그 미개한 오랑캐들이 감히 내 제국의 물자를 탐했단 말이냐? 당장 토벌대를…
**[대신]**
아닙니다, 폐하! 사라진 것은… 송곳니 부족의 보급선이 아니라, 그들이 운반하던 저희 제국의 공물입니다. 그리고… 보급선을 지키던 호위대 50명 전원이… 흔적도 없이 증발했습니다.
**[PANEL 4]**
현우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태양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일순간 어둡게 일렁인다.
**[현우]**
(낮게 읊조리듯)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고? 짐승의 소행은 아닐 터. 마법사들이 그 지역을 조사했나?
**[대신]**
예, 폐하. 대마법사들이 현장을 조사했으나… 어떤 마법적인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직 한 가지. 보급선이 사라진 지점의 땅바닥에… 이것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PANEL 5]**
대신이 조심스럽게 꺼내든 양피지 조각. 그 위에는 피처럼 붉은 잉크로 삐뚤빼뚤하게 그려진 그림이 있다. 날카로운 칼날이 심장을 꿰뚫는 형상.
**[PANEL 6]**
그 그림을 본 현우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의 얼굴에서 오만했던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경악과 함께 깊은 공포가 스쳐 지나간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현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이 문양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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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배경:** 다시 황량한 폐허. 류진은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속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상처는 여전히 깊지만, 그 고통이 그의 힘의 원천이 된 듯하다.
**[PANEL 1]**
폐허의 중앙에 선 류진. 그의 몸을 감싸던 누더기가 완전히 찢어져 떨어져 나가고, 그의 피부는 비늘처럼 단단해지고 검붉은 문신들이 새겨진 듯하다. 눈은 여전히 핏빛으로 빛난다.
**[PANEL 2]**
류진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 같은 형상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류진의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듯한, 형태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존재들이다.
**[NARRATION – 류진]**
나는 죽지 않았다. 네놈이 나를 버린 나락의 심연에서… 나는 태어났다. 고통을 양분 삼아, 증오를 피로 삼아… 새로운 존재로.
**[PANEL 3]**
류진의 손이 허공을 움켜쥐자, 어둠의 기운이 모여들어 검고 날카로운 칼날 하나를 형성한다. 그 칼날은 마치 그의 심장에서 뽑아낸 피처럼 검붉게 빛난다.
**[PANEL 4]**
류진이 칼날을 든 채, 폐허의 입구 너머로 펼쳐진 현우의 제국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지독한 갈증으로 번뜩인다.
**[류진]**
(차가운 목소리로, 세상에 선언하듯이)
현우… 너는 내가 누군지 잊었을지 몰라도, 나는 네가 나에게 행한 짓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네 심장에 박힌 나의 칼날은… 이제 네놈의 숨통을 옥죄는 심판이 될 것이다.
**[PANEL 5]**
어둠 속에서 발을 내딛는 류진과 그의 그림자 군단. 그들의 움직임은 소리 없이, 그러나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기며 금빛 제국을 향한다.
**[NARRATION – 류진]**
나락에서 돌아온 그림자가… 이제 너의 찬란한 태양을 집어삼킬 것이다.
**[PANEL 6]**
클로즈업: 류진의 눈동자. 그 안에는 현우의 얼굴이 비치고, 이내 그 얼굴은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며 지독한 복수의 서약만이 남는다.
**(효과음: 바람 소리, 어둠이 번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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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