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코드명: 그림자 밀실

## 1화. 완벽한 죽음

네오 서울의 밤은 거대한 디스플레이 같았다. 수백, 수천 개의 초고층 빌딩들이 뿜어내는 빛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도시를 감쌌고, 그 아래를 지나는 에어 카들은 마치 혈관 속을 흐르는 세포들처럼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이 모든 휘황찬란함 속에서도, 죽음은 언제나 그 차가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마련이었다.

이수현 경위는 ‘시그너스 타워’ 97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에 들어서며 차가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강태호, 이 도시의 가장 혁신적인 건축가이자 ‘디지털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핵심 설계자가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완벽했던 삶의 무대는 가장 완벽한 죽음의 현장이 되어 있었다.

“경위님, 오셨습니까.”

현장 책임자인 박형사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짙은 좌절감이 역력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제선 안으로 들어섰다. 펜트하우스 내부는 그야말로 예술과 기술의 정점이었다. 투명도가 조절되는 스마트 글라스 벽면 너머로 네오 서울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바닥은 이음새 하나 없는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모든 가구는 미니멀하고 유려했으며, 공기 중에는 미세한 아로마 향이 감돌았다. 이곳이 살인 현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바로 그 완벽함에 있었다.

강태호는 거실 중앙에 놓인, 마치 거대한 수정 조각 같은 테이블 앞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몸은 단정한 슈트 차림이었고,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조차 없었다. 그저 편안하게, 잠들 듯이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팍 한가운데에는 작은 구멍이 선명하게 뚫려 있었고, 그 주변의 옷은 미세하게 그을려 있었다.

“사인 추정은 퓨전 빔 소총에 의한 즉사입니다. 잔류 에너지 패턴 분석 결과, 최신형 시제품으로 추정됩니다. 단 한 발에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박형사가 낮은 목소리로 브리핑했다.

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퓨전 빔 소총. 암시장에서나 거래되는 불법 무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종류였다. 그것이 어떻게 강태호의 거실에 나타났단 말인가.

“문제는, 밀실입니다.” 박형사가 이 말을 꺼내자마자 수현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녀는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현장의 모든 출입문은 바이오 인식 잠금장치로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침입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창문 역시 특수 합금 처리되어 외부 충격이나 투과가 불가능합니다. 모든 내부 통신 및 감시 기록을 분석했지만,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범행 추정 시간 동안 강태호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의 생체 신호가 감지된 적도 없습니다.”

수현은 주변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폈다. 펜트하우스는 하나의 거대한 요새와도 같았다. 외부 침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강태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가? 하지만 퓨전 빔 소총은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고, 그의 몸에 어떠한 발사 장치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강태호는 ‘디지털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성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자살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완벽한 밀실 살인…… 아니, 밀실의 유령이 저지른 범죄 같군요.” 수현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런 사건은 그녀의 10년 경력 중에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 분을 불렀습니다.” 박형사가 말했다.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박형사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이미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었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평범했다. 아니, 오히려 평범함을 넘어 다소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길고 마른 체구에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듯한 낡은 코트. 아무리 봐도 최첨단 과학 수사 시대의 ‘천재 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했고,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만은 예외였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롭고 깊은 눈동자.

서하진.

네오 서울의 형사들 사이에서는 ‘환영’으로 불리는 남자였다. 나타났다 하면 어떤 난제든 풀어내지만, 그 과정이 워낙 기이하고, 그 자신은 신출귀몰하게 사라지는 통에 붙은 별명이었다.

“서하진 씨, 오셨군요.” 수현이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녀는 그와 몇 번 함께 수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진은 묵묵히 고개만 살짝 숙였다. 그의 시선은 이미 거실 전체를 훑고 있었다.

“박형사님이 브리핑한 내용은 들으셨겠죠. 침입 흔적 없음, 내부 출입 기록 없음, 외부 감시 기록 특이 사항 없음. 완벽한 밀실입니다.” 수현이 강조했다.

하진은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쓰러진 강태호의 시신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시신을 살폈다. 맨눈으로. 어떤 첨단 장비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예리한 눈만이 유일한 도구였다.

“피해자는 언제 사망했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주변의 소음을 뚫고 선명하게 들렸다.

“부검의 소견으로는 어젯밤 11시에서 자정 사이로 추정됩니다. 시신이 발견된 것은 오늘 아침 9시입니다.” 박형사가 대답했다.

하진은 시신을 둘러싼 폴리스라인 안으로 손을 뻗어, 강태호의 손가락 끝을 살짝 건드렸다. 수현은 놀라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그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한, 먼지 같기도 하고 섬유 같기도 한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이것은…?” 수현이 물었다.

하진은 말없이 그 이물질을 엄지와 검지 끝으로 비벼보았다. 그리고는 코끝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경위님.” 그가 일어섰다. “이 방의 모든 출입문은 바이오 인식 잠금장치로 봉쇄되어 있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강태호 씨의 생체 정보만으로 열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수현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방의 환기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외부와 연결되어 있습니까?”

박형사가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정보를 검색했다. “잠시만요… 네, 중앙 공조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으며, 외부 공기 유입 필터는 주기적으로 교체됩니다. 긴급 상황 시에는 완벽하게 차단됩니다.”

“차단되었을 때, 이 방은 완전히 밀폐됩니까?” 하진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특수 재질로 시공된 만큼, 기밀성은 완벽합니다.” 수현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시그너스 타워는 최신 건축 기술의 집약체였다.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천장의 중앙, 공조 시스템의 환기구에 닿아 있었다. 그것은 얼핏 보면 그저 평범한 환기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진의 눈은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강태호 씨는 왜, 이 방에서 마지막으로 이 옷을 입었을까요?” 하진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그가 자주 입던 정장입니다. 특별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만.” 박형사가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하진은 다시 시신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강태호의 가슴팍에 뚫린 구멍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퓨전 빔 소총의 흔적 치고는, 너무 깨끗합니다.”

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이 왜 문제입니까? 퓨전 빔은 잔류물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고…”

“그렇죠. 하지만 ‘거의’ 남기지 않는 것과 ‘전혀’ 남기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미세한 열에 의한 탄화 흔적이나, 입자 잔류물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치… 아주 정교하게 제거된 것처럼.”

그의 말에 수현과 박형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거? 살인범이 증거를 없앴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게 어떻게 밀실에서 가능하단 말인가?

하진은 거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스마트 글라스 테이블 위로 시선을 옮겼다.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방금 닦아낸 것처럼.

“이 방은 강태호 씨의 개인 연구실 겸 거실이었죠?” 하진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공간이었습니다.” 수현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그의 흔적이 너무 없습니다.” 하진이 나직이 말했다. “마치 그가 이곳에 살았던 흔적을 모두 지우기라도 한 것처럼.”

수현은 하진의 말을 곱씹었다. 강태호는 깔끔한 성격으로 유명했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공간이라면 아무리 정돈되어 있어도 미세한 생활의 흔적은 남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모델 하우스처럼 너무 완벽했다.

하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수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그 안에는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지적인 빛이 담겨 있었다.

“경위님.”

“네.”

“이 방은, 처음부터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수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는 하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증거가 완벽한 밀실을 가리키고 있는데, 그가 무엇을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든 물리적 증거와 디지털 기록이 밀실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수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하진은 피식, 아주 미세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꿰뚫어 본 자의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표정이었다.

“모든 증거가 완벽하게 밀실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방이 밀실이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의 말이 공중에 메아리쳤다. 수현과 박형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의문과 경외심이 교차했다.

“이 방은, 사실은 완벽한 ‘환영’으로 만들어진 밀실입니다.” 하진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환영이라니요?” 수현이 되물었다.

하진은 대답 대신, 거실 한쪽 벽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것은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끄럽게 이어진, 무색의 벽이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듯 투명하고, 모든 것이 없는 듯 견고해 보이는 벽.

“저 벽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은 폭탄 선언과도 같았다. 수현과 박형사는 그가 가리킨 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분명히, 펜트하우스의 견고한 외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진은 그들의 경악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 중앙을 가로질러 그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손바닥이, 그 완벽하고 매끄러운 벽에 닿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모두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진의 손바닥이 닿았던 벽면이,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서서히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안쪽으로는 어둡고 미지의 공간이 드러났다.

완벽했던 밀실의 벽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수현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충격과 혼란, 그리고 한 줄기 섬광 같은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밀실은 환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진은 투명해진 벽 너머의 어둠 속을 응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저 그림자 속에서, 진짜 살인자가 기다리고 있었죠.”

네오 서울의 밤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만, 시그너스 타워 97층 펜트하우스의 밀실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장막 뒤에 숨겨져 있지 않았다. 서하진의 손끝에서, 완벽했던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것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