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갤럭시아 호 보안 서기관, 강인한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성간 유람선에서 가장 호화로운 스위트룸 중 하나인 ‘스피카 스위트 A-7’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니, 닫혀 있다고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았다. 이 방은 본래 그 어떤 외부의 침입도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말 그대로 ‘철옹성’이었다.
강 서기관은 침착하려 애썼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홀로그램 패드를 조작했다.
“스피카 스위트 A-7, 모든 시스템 로그 재확인. 외부 침입 흔적, 내부 탈출 흔적, 강제 개방 시도, 에너지 필드 변동… 전부 재확인!”
홀로그램이 푸른빛을 뿌리며 빠르게 데이터를 훑었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같았다.
“보고: 스피카 스위트 A-7, 시스템 로그 이상 없음. 외부/내부 침입 및 탈출 흔적 없음. 생체 인식 잠금장치 정상 작동. 압력 밀폐 시스템 정상. 방범 필드 이상 없음.”
강 서기관의 얼굴에 절망감이 스쳤다. 눈앞의 현실은 명백했다. 이 방 안에서, 우주 최고의 거부이자 악명 높은 사업가인 대부호 킬리안이 죽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밀폐된, 누구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었던 이 공간에서. 명백한 밀실 살인. 그것도 심장마비나 사고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흔적이 역력했다. 내부 장기 파열. 외부 상처는 전혀 없었다.
“젠장…!” 강 서기관은 거친 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이 사건은 갤럭시아 호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바로 그때, 뒤편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강 서기관님. 이 정도 난이도의 사건이라면, 일반적인 수사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 당연합니다.”
강 서기관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서 있었다. 은색 비단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창백한 얼굴에 서늘하리만치 예리한 눈빛을 지닌 청년. 류신이었다. 그는 갤럭시아 호의 최고급 스위트룸을 예약한 VVIP 승객 중 한 명이었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은퇴한 전설적인 탐정이었다. 지금은 여행 중이라며 시니컬한 표정으로 강 서기관의 호출에 응했다.
“류신 씨… 부탁드립니다. 이 사건은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강 서기관은 체면이고 뭐고 없이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류신은 피식 웃으며 스위트룸 문 앞에 섰다.
“밀실 살인이라… 고전적이지만, 우주 시대의 기술로 무장한 밀실이라니, 제법 흥미로운데요.”
그는 손가락을 튕겨 방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갤럭시아 호의 모든 시스템을 총괄하는 AI가 그의 승인 코드를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특권층에게만 허용되는, 일종의 우주선 만능 키 같은 것이었다.
“들어가 보시죠. 이 난해한 연극의 무대를 직접 봐야겠습니다.”
스위트룸 문이 소리 없이 열리자, 내부의 냉기가 훅 끼쳐왔다. 강 서기관이 먼저 들어가려 하자, 류신이 손짓으로 제지했다.
“강 서기관님, 현장 보존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가장 먼저 방에 들어가는 자는 가장 적은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제게 맡기십시오.”
류신은 특수 재질로 된 장갑을 끼고, 발에는 오염 방지 신발 커버를 씌웠다. 그리고는 마치 신전에 들어서는 사제처럼 조심스럽게 발을 들였다. 강 서기관과 다른 보안 요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스위트룸 내부는 호화로움 그 자체였다.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천장, 자동 조절되는 실내 온도와 습도, 벽면에 투영되는 가상 창문에서는 멀리 은하의 장엄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아름다움은 방 한가운데 쓰러진 킬리안의 시신 앞에서 무의미해졌다.
대부호 킬리안은 거대한 침대 옆 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손은 허공을 움켜쥐려는 듯 뻗어 있었다. 특수 제작된 그의 잠옷은 찢어진 곳 없이 멀쩡했고, 주변에는 싸움의 흔적도, 외부 침입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사망 시각은 갤럭시아 호 표준시로 어제 23시 47분 32초입니다.” 강 서기관이 브리핑했다.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급성 내장 파열로 인한 심부전입니다. 외부 상처는 전혀 없고, 독극물 반응도 음성입니다. 시신 주변의 모든 공기 샘플, 먼지 샘플을 분석했지만, 외부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류신은 아무 말 없이 방을 훑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고성능 스캐너처럼 방 안의 모든 것을 훑어보고 있었다. 벽에 걸린 고대 미술품의 모조품, 탁자 위의 반쯤 비어있는 글라스 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개인용 홀로그램 단말기, 그리고 침대 자체의 복잡한 패널들까지.
“킬리안 씨는 평소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류신이 홀로그램 단말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강 서기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킬리안 씨는 만성 불면증에 시달렸고, 그래서 이 스위트룸을 예약할 때 ‘고주파 수면 유도 시스템’이 완비된 방을 특별히 요청했습니다. 침대에 내장된 최첨단 장치죠. 숙면을 돕기 위해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방출하는… 일종의 개인 치료 모듈입니다.”
류신은 잠시 침묵하더니, 킬리안의 시신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는 시신을 직접 만지는 대신, 휴대용 센서를 이용해 시신 주변의 미세한 에너지 잔류량을 측정했다. 그리고는 침대로 몸을 돌려, 침대 헤드보드에 내장된 패널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보십시오, 강 서기관님.” 류신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 방은 완벽하게 밀폐되어 외부인의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그 어떤 외부의 무기도 들어올 수 없었겠죠. 하지만 만약, 무기가 *이미* 방 안에 있었다면 어떻겠습니까?”
강 서기관은 눈을 크게 떴다. “이미 방 안에 있었다고요? 하지만 어떤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상흔도 없고요!”
“맞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무기’는 없었겠죠.” 류신은 침대 패널의 미세한 흠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긁힘이었다. “하지만 강 서기관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고주파 수면 유도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그것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강 서기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수면 유도 장치가요? 그건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 진동을 발생시키는 장치인데….”
“원래는 그렇겠죠.” 류신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우주 시대의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이 장치는 특정 주파수를 발생시켜 킬리안 씨의 뇌파를 조절하고 심신을 안정시켰을 겁니다. 하지만 그 주파수를 조절하는 프로그램에 미세한 변형을 주어, 오히려 치명적인 진동으로 바꾸어 버린다면?”
그의 말에 강 서기관은 전율했다.
“말도 안 돼… 그런 게 가능합니까?”
“이 정도의 기술이 들어간 장치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류신은 침대 패널을 한번 더 훑었다. “킬리안 씨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이 수면 유도 장치에 전적으로 의존했을 겁니다. 그는 매일 밤, 잠들기 위해 이 장치를 사용했을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겠죠. 아마도 킬리안 씨의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 명일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밀폐된 방 안에서 그 장치를 조작했단 말입니까? 원격 조작이라면… 해킹 흔적이 남았을 텐데요!” 강 서기관이 반문했다.
“해킹? 아닙니다.” 류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킹은 너무 투박하고, 흔적을 남기기 쉽습니다. 이 완벽한 밀실 살인을 계획한 범인은 그보다 훨씬 영리했을 겁니다. 킬리안 씨는 평소 자신의 개인 단말기를 통해 이 시스템을 제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침대 옆에 있는 이 단말기 말이죠.”
류신은 킬리안의 개인 단말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단말기의 시스템 로그를 훑기 시작했다. 강 서기관과 보안 요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류신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유영하며 미세한 데이터들을 찾아냈다.
“여기 있습니다.” 류신이 손가락으로 특정 지점을 가리켰다. “사망 시각 직전, 킬리안 씨의 단말기에서 ‘고주파 수면 유도 시스템’의 제어 프로그램에 접속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즉시, 시스템의 주파수 출력값이 평소보다 *급격하게* 변동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단순한 오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의도적입니다.”
“이건… 스스로 자신의 장치를 조작해서 죽음에 이른 것과 다름없다는 겁니까?” 강 서기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요.” 류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킬리안 씨는 그저 평소처럼 잠을 청하려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의 개인 단말기에 *아주 교묘하게* 침투해서, 그가 잠들기 위해 장치를 조작하는 순간, 그 프로그램을 치명적인 살인 병기로 변형시킨 겁니다. 킬리안 씨는 자신이 잠을 청하기 위해 누른 버튼이 자신의 생명을 끊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죠.”
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강 서기관의 얼굴에는 경악과 함께, 한줄기 빛이 스치는 듯한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밀폐된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무기 하나 없이 살인이 일어났던 미스터리가 한순간에 명쾌하게 풀리는 순간이었다.
“범인은 킬리안 씨의 불면증과 그가 사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류신이 단말기를 다시 협탁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킬리안 씨의 단말기 보안 체계를 뚫고, 그의 개인 프로그램을 조작할 정도의 실력자여야만 하죠.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그 프로그램을 조작한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킬리안 씨의 단말기에 침투했는지에 대한 증거입니다.”
류신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시시한 밀실 연극은 끝났습니다. 다음 장의 막을 올릴 시간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