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밤 11시 37분. 자정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내 원룸 오피스텔은 이미 깊은 밤의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낡은 스탠드 조명 하나가 고독하게 빛을 발하며, 방 한구석에 쌓인 만화책 더미와 어지럽게 널린 과자 봉지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지훈, 27세. 번듯한 직장도, 거창한 꿈도 없는, 그저 하루하루 게임과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죽이는 흔하디흔한 청년. 뭐, 그래도 이 아파트가 내 소유인 것만은 위안이었다. 비록 빚더미에 깔려 있지만.

“흐음… 이번 스테이지는 좀 빡센데.”

무릎 위에 놓인 노트북 화면 속에서 내 캐릭터가 몬스터 무리에 둘러싸여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지만, 집중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게임이 재미없는 건 아니었다. 그저… 며칠 전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기묘한 일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을 뿐이었다.

시작은 사소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어제 분명히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이 냉장고 안에 들어있었다. 내 기억이 잘못되었겠거니 했다.
다음 날은 더 이상했다. 컵라면을 먹으려는데 젓가락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새 젓가락을 뜯었는데, 몇 시간 뒤 책상 위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보고 나면 나타나겠다는 듯이.
그리고 어제.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분명 잠가두었던 베란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겨울바람이 거실로 들이닥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젠장. 설마.

나는 애써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 했다. 몽유병?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 상실? 아니면… 단순한 노이로제?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딸깍.’

방금 노트북 화면에서 게임 오버 문구가 뜨는 순간, 불 꺼진 부엌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가락을 멈췄다. 온몸의 신경이 부엌 쪽으로 쏠렸다.
싱크대에서 컵이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아니면 누군가 찬장 문을 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뭐야?”
나는 저절로 중얼거렸다. 어깨가 저릿했다.
혹시 도둑? 이 낡은 오피스텔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방범 시스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해도, 굳이 이런 후미진 원룸을 노릴 리가.

나는 노트북을 덮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 심장이 그 소리에 맞춰 불규칙하게 뛰었다.
거실과 부엌 사이의 경계를 지나, 나는 조심스럽게 부엌 안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둠 속에 잠긴 부엌은 아무것도 없었다. 컵도 멀쩡히 싱크대 위에 놓여 있었고, 찬장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젠장, 환청인가.”
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긴장해서 헛것이 들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너무 많은 게임과 카페인 탓일 거야.

다시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으려는데, 그 순간.
‘쿵!’
이번엔 내 바로 뒤, 현관문 쪽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나는 놀라서 몸을 굳혔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분명히 들었다. 이건 환청이 아니었다.
“누구… 누구 없어요?”
내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손으로 소파 옆에 놓인 길고 뭉툭한 우산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현관문 쪽에서 규칙적인 ‘타닥, 타닥’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발톱으로 문을 긁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소리에 집중했다. 분명히 들렸다. 내 집 안에, 나 외의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피부가 쭈뼛거리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거기… 누구세요? 장난치지 마세요.”
나는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우산 손잡이를 쥔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소리가 멈췄다. 섬뜩한 침묵이 다시 공간을 채웠다.
나는 현관문 쪽을 노려보았다. 어둠 속에 잠긴 현관문은 마치 거대한 검은 구멍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철컥.’
분명히 잠겨 있었던 현관문 도어락이 스스로 풀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말도 안 돼. 현관문은 내가 분명히 잠갔다.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도 나만 아는 번호였다.
손잡이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래로 돌아갔다.
방금 전까지 우산으로 무장했던 내 손은 맥없이 축 늘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소파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겨우 균형을 잡았다.
현관문이 스르륵, 안쪽으로 열렸다.
밖은 캄캄했다. 복도등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차갑고 끈적한 공기가 문틈으로 스며들어왔다. 마치 심해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듯한 기분 나쁜 한기였다.
그리고 그 한기 속에서, 나는 보았다.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길고 창백한 그림자를.
그림자는 기이하게 일렁이며 점차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너무 길어서 사람의 형태라고는 볼 수 없었다. 마치 여러 개의 팔다리가 뒤엉킨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문틈으로 몸을 들이미는 순간, 방 안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노트북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일그러졌다. 스탠드 조명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번쩍였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림자가 조금 더 들어오자, 나는 비로소 그 ‘것’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피부색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고, 마치 관절이 없는 듯 흐느적거리는 팔이 내 쪽으로 뻗어왔다.
그리고 그 팔 끝에는, 인간의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길고 뾰족한 손가락들이 달려 있었다.
‘타닥.’
그 손가락 중 하나가 바닥을 짚자, 마룻바닥에 선명한 흠집이 생겼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모든 이성적인 사고가 끊어졌다.
도망쳐야 해!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림자에서 뻗어 나온 긴 팔이 순식간에 내 발목을 붙잡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으아아아악! 뭐야, 이거! 놓아! 놓으라고!”
나는 발버둥 쳤지만,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의해 바닥으로 끌려갔다.
그림자는 빠르게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차가운 촉수들이 내 몸을 휘감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었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방 안의 가구들이, 벽들이, 모든 것이 뒤틀리고 있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는 듯한 기이한 현상이었다.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방 안의 공기는 더 이상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둠과 한기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았다. 흙냄새 같기도 하고, 쇠비린내 같기도 한, 역겨운 냄새.
내 눈앞에서 벽지의 무늬가 일렁이더니,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콰아아앙!’
마지막으로, 내 오피스텔 창문 밖으로 보이던 도시의 야경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빌딩 숲과 불빛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그 너머에 있던 것은…
어둠, 그리고 붉은 빛이 감도는 기이한 균열이었다.
그 균열 너머에서, 나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는 것을 보았다.
세상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몸을 휘감은 차가운 힘이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다.
“살려… 줘…!”
내 의식이 아득해지는 순간, 나는 내가 이 세계를 떠나고 있음을,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