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137화: 검은 심연의 울림

칠흑 같은 어둠 속, 련은 겨우 몸을 웅크렸다. 등 뒤로는 천 길 낭떠러지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고, 머리 위로는 끈적한 암벽이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 사방은 눅눅한 흙냄새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폐부를 찢는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거친 숨소리는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왼팔은 이미 축 늘어져 감각이 없었고, 오른손에는 피로 얼룩진 현묘석이 땀과 함께 미끄러질 듯 쥐어져 있었다.

“찾았다! 저기다!”

정적을 깨고 터져 나온 고함 소리에 련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요동쳤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거친 발소리, 그리고 어둠을 가르는 섬광처럼 날카로운 검기가 그의 은신처를 향해 쏟아졌다. 숨을 헐떡이며 몸을 더욱 깊이 웅크렸다. 혈룡단의 추격은 집요했다. 한 시진 넘게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지만, 결국 이 낭떠러지 끝자락, 이름 없는 암굴에 갇히고 말았다.

“건방진 꼬맹이! 그 돌덩이 하나 지키겠다고 이리 발버둥 치는군! 어차피 네 손에 있으면 썩어 문드러질 뿐. 어서 내놓고 곱게 죽어라!”

혈룡단의 수괴, 흑천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그의 영압(靈壓)은 산맥 전체를 짓누를 듯 거대했고, 련의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압박감에 숨이 턱 막혔다. 흑천은 중원의 뭇 고수들이 피한다는 혈룡단의 부단주, 철혈무정으로 악명 높은 자였다. 그의 검 끝에 스러진 목숨이 셀 수 없었고, 그가 탐낸 것을 놓친 적은 없었다.

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놓으라니, 이 현묘석은 그가 우연히 발견한 고대의 유물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검고 칙칙한 돌덩이였으나, 밤마다 미약하게 빛을 발하며 알 수 없는 고대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 기운에 이끌려 몇 날 며칠을 헤매다, 혈룡단의 눈에 띄어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젠장…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눈앞이 아찔했다. 온몸의 기혈이 역류하는 듯했고, 정신은 아득해져 갔다. 무력감과 절망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는 아직 강하지 않았다. 겨우 초급 영사(靈師)의 경지에 불과했고, 상대는 노련한 중급 영왕(靈王)의 고수들, 심지어 흑천은 그 정점에 달해 있었다.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네놈의 피로 이 동굴을 물들여주마!”

검은 장포를 휘날리며 흑천이 동굴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는 십여 명의 혈룡단 무사들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련을 에워쌌다. 흑천의 손에 들린 거대한 혈검(血劍)이 붉은 빛을 토하며 음산하게 울부짖었다.

“마지막 기회다. 그 현묘석을 넘겨라. 그럼 고통 없이 보내주지.”

련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꺾이지 않았다. 이 돌은… 이 돌은 그에게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며칠 전, 이 돌에 손을 대었을 때 느꼈던 그 전율,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마치 그의 본능처럼 남아있었다.

“웃기지 마라… 내 것을… 뺏으려 들지 마라!”

련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터져 나왔다. 오른손에 쥐인 현묘석이 그의 격앙된 감정에 반응하듯 미약하게 진동했다. 련은 자신도 모르게 그 돌덩이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었다. 온몸의 기혈이, 영기(靈氣)가, 그리고 그의 모든 의지가 현묘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 순간, 현묘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고 칙칙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변모하기 시작했다. 돌 표면에 새겨진 고대의 문양들이 살아 숨 쉬는 듯 꿈틀거렸고, 칠흑 같던 돌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의 심연처럼 변했다. 빛을 모두 빨아들이는 듯한 진한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듯한 환영이 련의 눈앞에 펼쳐졌다.

“크… 으악!”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피부가 찢어지고 근육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 하지만 동시에 차가운 얼음물에 온몸이 잠기는 듯한 서늘한 쾌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련의 시야가 왜곡되었다. 동굴의 벽면이 일렁이고, 흑천과 그의 무사들의 형상이 마치 찌그러진 거울에 비친 것처럼 흐느적거렸다.

“뭐… 뭐지? 이 기운은…?”

흑천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의 영압으로도 이 알 수 없는 왜곡된 기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현묘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그가 평생 경험했던 어떤 영기와도 달랐다.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낼 것 같은… 공허 그 자체였다.

**쉬이이잉-!**

련의 손에 쥐인 현묘석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동굴 전체를 집어삼켰다.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어둠의 파동이었다. 파동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있던 혈룡단 무사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그들의 시야가 왜곡되고,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에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건 공간 마법…?!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흑천이 놀라 외쳤다. 그의 철혈검이 허공을 갈랐지만, 련의 모습은 이미 흐릿한 잔상처럼 보였다. 련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긴 것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가 그의 의식에 맞춰 왜곡되고 압축되며 그를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 시켰다.

**파앗!**

련은 흑천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안에는 우주의 광활함이 담겨 있는 듯했다. 오른손에 쥔 현묘석은 이제 그의 손과 하나가 된 것처럼 검은 섬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콰아앙!**

련은 무의식중에 현묘석을 흑천의 등에 휘둘렀다. 돌이 직접 닿은 것은 아니었지만, 현묘석에서 뿜어져 나온 알 수 없는 힘이 흑천의 등 뒤 공간을 일그러트렸다. 흑천의 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듯했고,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수십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가 부딪힌 동굴 벽면은 산산조각이 나며 거대한 굉음을 일으켰다.

“단… 단주님!”

남아있던 혈룡단 무사들이 경악하며 외쳤다. 련은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가 더 놀랐다. 방금 전까지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중급 영왕의 정점에 달한 흑천을 날려버렸다?

온몸의 힘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현묘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빛이 다시 옅어지며 원래의 칙칙한 돌덩이로 돌아왔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크… 으윽…”

간신히 의식을 붙잡은 채 련은 현묘석을 바라보았다. 돌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 남은 그 기묘한 힘의 잔류는 분명한 현실이었다. 단순한 영기나 마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과 공간을 뒤틀고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듯한, 고대에 숨겨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힘이었다.

“이… 이건 대체…”

련은 온몸의 기운이 모조리 빨려나가 피폐해진 채, 흐릿한 시야로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쓰러진 흑천은 피를 토하며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다른 혈룡단 무사들은 공포에 질린 채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힘의 진정한 면모를 마주하고 말았다. 이 힘은 그를 살렸지만, 동시에 그를 미지의 심연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현묘석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는, 그의 존재 깊숙한 곳에는 고대의 심연이 깃들었다. 이 힘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혹은 이 힘이 그를 어디로 이끌지 련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삶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했다는 사실이었다.

어둠 속에서 현묘석이 다시 한 번, 아주 미약하게, 맥동했다. 마치 그의 심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