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시트가 피부에 닿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이었다. 눈을 떴을 때, 낡은 천장과 오래된 형광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불빛은 3년 전, 모든 것이 무너지기 직전의 내 자취방 천장이었다.

“젠장….”

낮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분명 나는 폐허가 된 도시 외곽의 낡은 공장에서, 마지막으로 이선우의 비열한 웃음과 함께 칼날이 심장을 꿰뚫는 고통을 느꼈었다. 그 끔찍한 순간의 생생함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는 듯했다. 그런데 왜? 왜 나는 이곳에 있는 거지?

달력에 시선이 닿았다. 20XX년 5월 12일. 손이 덜덜 떨렸다. 3년 전. 모든 악몽이 시작되기 딱 6개월 전이었다. 우리의 빛나는 ‘꿈’이, 그 녀석의 탐욕스러운 발톱 아래 짓밟히기 직전의 시간.

쿵, 쿵, 쿵.

심장이 미친 듯이 울렸다. 분노, 혼란,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희망.

내가 다시 돌아왔다. 이선우가 내 모든 것을 훔치고, 내 명예를 더럽히고, 결국 내 목숨마저 빼앗기 직전의 시간으로.

“하… 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광기 어린, 하지만 철저하게 절망에 뿌리박은 웃음이었다. 목이 쉬도록 웃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눈물은 아픔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복수심으로 끓어오르는, 뜨거운 다짐의 눈물이었다.

이선우. 내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남자. 나와 함께 밤을 새워가며 ‘미래를 바꿀 기술’을 개발하자고 맹세했던 남자. 내 아이디어와 열정을 송두리째 훔쳐 자신의 명성을 쌓고, 나를 빈털터리로 만들고, 결국에는 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했던 악마.

그 모든 고통과 좌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의 특허를 가로채던 그 순간의 서늘한 배신감.
사람들이 나를 ‘미친놈’이라며 손가락질하던 비웃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가던 날의 텅 빈 마음.
그리고, 핏빛으로 물든 마지막 순간의 차가운 바닥.

그 모든 고통을 나는 홀로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의 근육이 삐걱거렸지만, 솟아나는 에너지는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풍경. 아직은 평화롭고, 속세에 찌들지 않은 대학가 골목이었다.

“선우야.”

내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더 이상 다정한 호칭이 아니었다. 독을 머금은 비수와 같았다.

“너는…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지.”

그는 나의 재능을, 나의 명예를, 나의 사랑을, 그리고 나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가 나의 모든 것을 강탈하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던 그때, 나는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나는 사회의 낙오자이자 미치광이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네 모든 것을 빼앗을 차례야.”

나는 이를 갈았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모든 증오와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단순히 그를 파멸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천천히, 고통스럽게,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하나씩 빼앗아갈 것이다. 그의 명예, 그의 재산, 그의 미래, 그리고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것까지.

나는 낡은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켰다. 로그인 화면에서 보이는 내 이름, 강민준. 그리고 그 옆에 희미하게 웃고 있는 이선우와의 사진. 과거의 나는 그 사진 속의 환한 미소를 순수한 우정이라고 믿었었다. 역겨웠다. 손가락이 떨려 사진을 삭제하려다가 멈췄다. 아니. 아직은 아니지.

우선, 나의 ‘첫 번째 움직임’을 생각해야 했다.
3년 전, 이선우는 나와 함께 개발하던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솔루션 ‘프로젝트 넥서스’의 핵심 아이디어를 훔쳐냈다. 그는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모든 소스 코드와 설계도를 복사했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고, 이미 모든 증거가 조작된 뒤였다.

“이번에는 그렇게 두지 않아.”

나는 손을 움직여 노트북 키보드 위를 빠르게 오갔다. 나의 특허 출원 날짜를 확인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선우가 나의 아이디어를 유용하여 투자자들에게 발표하기까지는 약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4개월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곧바로 특허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과거의 내가 너무나 순진하게 이선우를 믿고 미뤄두었던 일을,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시작해야 했다. 모든 문서와 코드를 다시 정리하고, 완벽하게 나의 소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만들어야 했다. 단순히 특허를 내는 것을 넘어, 철저한 법적 방어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멎는 듯했다.

“민준아, 뭐해? 아침부터 컴퓨터에 코 박고 있네.”

들려오는 목소리.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목소리.
이선우였다.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다. 늘 그렇듯 해맑게 웃는 얼굴. 그때는 그 미소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것이었다. 지금은….

“어? 선우 왔냐?”

애써 평온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칼날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내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의 눈은 내가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흘긋거렸다.

“아침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우리 ‘넥서스’ 말인데, 어제 밤새도록 코딩하다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그 녀석의 눈이 반짝였다. 그 눈빛은 순수한 열정이 아닌, 탐욕과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나는 조용히 노트북 화면을 껐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니, 그냥… 잠시 다른 논문 찾아봤어. ‘넥서스’ 아이디어? 뭔데? 말해봐.”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내 안의 괴물이 녀석의 목을 조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이성은 냉정함을 유지하라고 속삭였다. 녀석의 비웃음을 기억해라. 녀석이 나에게 했던 모든 악행을 기억해라. 가장 끔찍한 복수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조여오는 것이다.

이선우는 신이 나서 어젯밤 떠올랐다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떠들어댔다. 놀랍게도, 그건 내가 몇 주 전 그에게 슬쩍 던져주었던 아이디어의 핵심 부분과 거의 일치했다. 녀석은 그걸 자신이 생각해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역시. 전혀 변하지 않았구나.’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저 재수 없는 표정. 저 능청스러운 말투.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과거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의 천재성에 감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어때? 정말 기발하지 않아?” 이선우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발한데? 네가 그걸 생각했다니 놀랍다. 근데 말이야, 선우야.”

내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이선우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응?”

“우리 ‘넥서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그리고 누구도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완벽한 **방어막**을 미리 구축해둬야 해.”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경고이자, 나의 선전포고였다.
이선우는 잠시 벙찐 얼굴을 하더니, 이내 능글맞게 웃었다.

“하하, 민준이 너답다.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누가 감히 우리 아이디어를 훔치겠어? 우린 둘이잖아! 세상에 우리를 믿어주는 건 서로뿐인데!”

그는 마지막 말을 강조하며 나의 어깨를 툭 쳤다. 그 손길에 역겨움이 치밀었지만,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우리는 둘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방어막이 널 향할 거야, 이선우.’

그의 비열한 웃음과, 그의 손에 묻어 있던 나의 피. 그 모든 기억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래… 우리가 함께라면 못할 게 없지.”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겉으로는 동의였지만, 속으로는 차가운 칼날이 박히는 소리였다.
복수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되찾고, 너에게 그 이상의 고통을 안겨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