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심연 아래의 금기
천마학원. 이름만 들어도 영혼이 전율하는, 무림과 강호의 젊은 영재들이 꿈꾸는 최고의 전당이었다. 고요한 설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 고고한 학원은 아침마다 신비로운 안개를 머금었고, 밤이면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강력한 기운을 뿜어냈고, 그 벽돌 하나하나에 선현들의 가르침이 새겨진 듯했다. 이곳에서 육성된 수많은 고수들은 강호를 평정하고 세상을 호령했으며,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무림 전체를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하에게 천마학원은 그저 지루하고 숨 막히는 감옥이었다. 그는 학원의 빛나는 명성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남들이 밤낮으로 수련실에 틀어박혀 내공을 다지고 마법 진법을 외울 때, 유하는 주로 학원 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금서 목록에 오른 고대 주술서나 금지된 연금술 문헌을 뒤적였다. 물론, 교칙 위반이었다. 수많은 경고와 함께 그를 쫓아다니는 교무부장의 시퍼런 눈초리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정겨울 지경이었다.
“유하, 또 너냐!”
어김없이 우렁찬 호통이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유하는 익숙하게 몸을 비틀어 책장 뒤로 숨었다. 심장이 발발 떨렸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낡고 해진 고대 주술서를 감싼 검은 천을 조심스레 벗겨내자, 섬뜩할 정도로 선명한 붉은색 글자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꽃’. 제목부터가 금기 그 자체였다.
“대체 언제쯤 정신을 차릴 셈이냐! 네놈의 재능은 하늘이 내린 것이라 평가받지만, 그 망할 놈의 호기심이 널 언제 파멸로 이끌지 걱정되는구나!”
교무부장, 한성 사부의 목소리는 분노로 울렸다. 그는 천마학원의 규율을 담당하는 냉철한 인물로, 그 앞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수재라도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곤 했다. 하지만 유하는 달랐다. 그는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듯, 고서적을 품에 안고 책장 사이를 이리저리 내달렸다.
“사부님! 죄송합니다! 이건 정말, 정말 중요한 연구라…!”
“무슨 헛소리냐! 당장 그 빌어먹을 책을 내려놓지 못해!”
결국 유하는 덜미를 잡혔다. 한성 사부의 거대한 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고, 유하는 미약한 반항도 못 한 채 끌려 나왔다. 고서적은 사부의 손에 압수당했다. 유하의 눈에 절망감이 스쳤다. 저 책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웠던가!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유하. 네놈에게 특별 임무를 주겠다.”
한성 사부의 음성에는 이례적인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유하는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과거의 ‘특별 임무’는 항상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갔었다.
“학원 지하에 뻗어있는 오래된 마력 수로가 있다. 거긴 수십 년간 손길이 닿지 않아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해졌지. 일주일간 그곳의 마력 흐름을 안정시키고, 누락된 마력 진법을 복원하는 작업을 맡아라.”
유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학원 지하 마력 수로? 그곳은 ‘죽은 자들의 길’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학원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과거 흉측한 마물들이 학원을 침공했을 때, 수많은 선배들이 그 지하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마력이 뒤틀리고 기운이 교차하는 위험천만한 곳. 게다가 마력 수로 깊은 곳에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금기 구역이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사부님! 그, 그곳은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정원 잡초를 전부 뽑거나, 교내 식당 설거지를 평생 하는 게…!”
“시끄럽다! 네놈의 불평은 듣기 싫다. 지금 당장 가서 시작해라!”
한성 사부는 일말의 자비도 없이 유하의 등을 떠밀었다. 손에는 낡은 마력 진법 지도가 쥐여 있었다. 유하는 축 늘어진 어깨로 캄캄한 지하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에 비친 천마학원은 이제 더 이상 빛나는 전당이 아니었다. 거대한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자신을 삼키려는 듯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하로 통하는 철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서는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가 섞인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손에 든 휴대용 마력등을 켜자,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광경이 드러났다. 길고 좁은 통로는 낡은 석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벽에는 알아보기 힘든 고대 문자와 기묘한 마법 진형들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다. 바닥에는 오랜 시간 방치된 먼지와 이끼가 엉겨 붙어 있었고, 천장에서는 불규칙하게 물방울이 떨어졌다.
“젠장… 여기 마력 흐름이… 완전 엉망이잖아.”
지도를 들고 통로를 따라 걷던 유하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표면 아래로 깊숙이 파고들수록 마력의 흐름은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뒤틀렸다. 어떤 곳에서는 마력이 폭주하듯 맹렬하게 휘몰아쳤고, 또 다른 곳에서는 마치 죽은 듯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꿈틀거리는 지하의 기운은 유하의 신경을 갉아먹는 듯했다.
수 시간이 흘렀을까. 유하는 지도에도 없는 샛길을 발견했다. 낡은 석벽의 일부가 다른 부분보다 유독 어둡고 거칠어 보였다. 손을 대자, 희미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다.
“이게 뭐야? 지도엔 없는데….”
호기심이 그의 발길을 이끌었다. 그는 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마력 진법을 탐색했다. 낡고 마모된 진법이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손가락으로 진법의 선을 따라가자, 벽이 희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내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의 한 부분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통로였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코를 찌르는 역한 비린내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성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그리고 멀리서 아주 미약하게, 맥박처럼 쿵,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뭐야?”
유하는 망설였다. 돌아가야 할까? 하지만 그 금단의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의 내면에 잠재된, 한성 사부가 그토록 경고했던 그 망할 놈의 호기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마력등을 높이 들고, 숨겨진 통로 안으로 발을 들였다.
통로는 완만하게 아래로 이어졌다. 벽에는 기괴한 형태의 촉수 같은 문양이 반복적으로 새겨져 있었고, 바닥은 마치 피를 굳힌 듯 검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맥박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강렬해졌다. 쿵! 쿵! 쿵!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듯한 소리에 유하의 전신이 저릿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통로의 끝에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유하는 마력등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것은 광활한 지하 동굴이었다. 천장은 까마득히 높았고, 사방의 벽은 마치 살아있는 근육처럼 꿈틀거리는 붉은색 광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동굴의 한가운데, 유하의 눈앞에는 차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심장이었다. 아니, 심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기괴하고 섬뜩한 형태였다. 지상에서 보던 어떤 생명체의 기관과도 닮지 않은, 형언할 수 없는 생체 조직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 덩어리에서는 끈적한 검붉은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주변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수천 개의 가느다란 마력관이 그 심장괴물에 박혀 동굴 사방으로 뻗어 나가 있었다. 마치 학원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혈관처럼.
쿵! 쿵! 쿵!
심장 괴물은 맹렬하게 박동하며 붉은빛을 토해냈다. 그 빛은 마력관을 타고 학원 전체로 퍼져 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가장 끔찍했던 것은, 그 거대한 심장 괴물의 표면에 박혀 있는 수많은 형체들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수백, 수천 개의 해골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들의 눈은 텅 비어 있었지만, 입은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 활짝 벌어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산 채로 이 거대한 괴물에게 흡수된 것이 분명했다.
유하의 등골을 차가운 전율이 훑고 지나갔다. 이것이 학원의 진정한 마력원인가? 이 끔찍하고 잔혹한 금기 위에서, 천마학원은 그 빛나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때였다. 거대한 동굴의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유하는 얼른 몸을 숨겼다.
“…이달의 수확도 풍성하더군. 그들의 순수한 생체 마력이 고스란히 이 심장에 흡수되었으니, 적어도 한 달간은 학원의 마력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나직하지만 음침한 목소리였다. 유하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둠 속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들은 모두 천마학원의 고위 사부들이 입는 검은색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유하가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한성 사부…!”
유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릴 뻔했다. 그 냉철하고 정의로운 줄 알았던 교무부장, 한성 사부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유하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만족감과 광기가 뒤섞인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둠의 씨앗이여, 학원의 영광을 위해 끊임없이 피어나거라.”
다른 사부가 손을 들어올리자, 거대한 심장 괴물에서 더욱 맹렬한 박동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심장에 매달린 해골들의 입에서 마지막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유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자신이 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 믿을 수 없었다. 학원의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순수한 마력을 가진 자들을 제물로 삼아 학원에 공급하는 어둠의 심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학원의 고위 사부들…
이 모든 것이, 천마학원의 찬란한 명성 아래 감춰진 추악한 진실이었다.
공포가 유하의 전신을 지배했다. 이곳은 그가 알던 천마학원이 아니었다. 이곳은 거대한 지옥의 심장 위에서 거짓된 번영을 구가하는 괴물이었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끔찍한 진실을 세상에 폭로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수많은 희생자들처럼 자신도 이 어둠의 심장에 흡수될 운명일까?
유하의 발 밑에서 작은 돌멩이가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쨍그랑!
“누구냐!”
한성 사부의 날카로운 외침이 동굴을 뒤흔들었다. 유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발발 떨렸고, 폐가 터질 듯 고통스러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마력의 기운이 그의 목덜미를 조여왔다.
천마학원의 지하, 끔찍한 금기의 그림자가 유하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는 과연 이 지옥 같은 심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거대한 어둠의 심장에 바쳐질 또 다른 제물이 될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