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망각된 그림자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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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1**
**[배경]**
밤. 달빛조차 드리우지 못하는 깊은 어둠 속, 버려진 마을의 폐허가 거대한 묘비처럼 서 있다. 뼈대만 남은 건물들, 검게 그을린 나무들, 그리고 잊혀진 이들의 이름 없는 묘비들이 스산한 바람에 흔들린다. 모든 것이 재와 먼지로 변해버린 곳. 정적만이 흐르는 이곳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한 사내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는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내레이션 – 카인]**
(낮게 읊조리듯)
…시간은 모든 것을 바래게 한다고 했던가. 개소리. 놈들은 망각을 꿈꿨겠지만, 나는 모든 순간을 심장에 새겼다.
**#2**
**[클로즈업]**
사내의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핏줄이 선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다. 손등에 오래된 칼자국 흉터가 선명하다. 그의 시선은 폐허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한때는 마을의 중심이었을 거대한 신전의 잔해를 향해 있다. 그 신전 역시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부서져 있다.
**[사운드]**
스윽… (발소리)
**#3**
**[전신샷]**
사내, 카인이 천천히 폐허 속을 걷는다. 그의 발걸음은 망자에 대한 경의라기보다는, 마치 사냥꾼이 먹잇감을 쫓듯 조심스럽고도 단호하다. 그의 망토 자락이 밤바람에 휘날린다. 그의 눈에 비치는 폐허의 모습은 그에게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살아있는 기억의 파편들이다.
**[내레이션 – 카인]**
(씁쓸하게)
…누군가는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싹튼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잿더미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복수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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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4**
**[회상]**
**[배경]**
눈부신 햇살 아래,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초원 한가운데에는 맑고 투명한 강이 흐르고, 그 강가에는 아직 어린 카인과 레온이 앉아 웃고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강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둘의 얼굴에는 순수함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카인의 머리칼은 아직 검지 않았고, 레온의 눈빛은 지금처럼 차갑지 않았다.
**[카인 (어린)]**
(맑게 웃으며)
레온! 우리 나중에 커서, 이 땅을 지키는 위대한 기사가 되자!
**[레온 (어린)]**
(고개를 끄덕이며)
응! 카인, 너와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너는 내 최고의 검이자, 최고의 친구니까!
**#5**
**[회상]**
**[배경]**
어두운 동굴 안, 거대한 마수와 싸우는 카인과 레온의 모습. 카인은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마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레온은 그의 등 뒤에서 마법을 시전하며 지원한다. 둘은 완벽한 호흡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그들의 표정에는 전우애와 굳건한 신뢰가 담겨 있다.
**[레온 (진지하게)]**
카인, 왼쪽! 방어!
**[카인 (힘주어)]**
맡겨라! 후방 지원 부탁한다, 레온!
**[사운드]**
콰앙! 슉!
**#6**
**[회상 종료]**
**[배경]**
다시 현재. 카인은 폐허가 된 신전의 잔해 앞에 서 있다. 삐져나온 낡은 기둥을 손으로 쓸어본다. 굳은 살 박힌 그의 손끝에서 차가운 돌의 질감이 느껴진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과 현재의 잔혹한 현실이 겹쳐지며,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진다.
**[내레이션 – 카인]**
(낮게 으르렁거리듯)
…위대한 기사? 최고의 검이자 친구? 하! 웃기지도 않는군. 네놈의 칼날은 결국 내 심장을 향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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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7**
**[클로즈업]**
카인이 폐허의 바닥을 응시한다. 무너진 벽돌과 흙더미 사이, 빛바랜 가죽 주머니 하나가 묻혀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 먼지를 털어낸다.
**[사운드]**
부스럭…
**#8**
**[클로즈업]**
주머니 안에서 낡고 녹슨 철제 펜던트 하나가 나온다. 펜던트에는 한때는 섬세하게 조각되었을 용의 문양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 펜던트는 과거 카인과 레온이 우정의 맹세로 나눈 것이었다.
**[내레이션 – 카인]**
(고통스럽게)
…우정의 맹세라. 피로 맺은 맹세가 이토록 쉽게 찢길 줄이야.
**#9**
**[회상]**
**[배경]**
폭우가 쏟아지는 밤. 핏물이 흥건한 전장. 카인은 쓰러져 있고, 그의 등에는 커다란 칼이 깊숙이 박혀 있다. 그의 눈앞에는 레온이 서 있다. 레온의 얼굴은 비에 젖어 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무정하다. 그의 손에는 피 묻은 검이 들려 있다.
**[레온 (차갑게)]**
미안하다, 카인. 하지만 이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너는 너무 순수했고, 너무 강했어. 나에게는… 네가 필요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너를 제거해야만 했다.
**[카인 (피를 토하며)]**
…레…온… 네… 이놈…!
**#10**
**[회상 종료]**
**[클로즈업]**
카인의 눈동자가 핏발 선 채로 흔들린다. 고통과 분노, 배신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이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다. 펜던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사운드]**
크득… (이 가는 소리)
**#11**
**[전신샷]**
카인이 천천히 일어선다. 그의 등은 곧고 단단하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폐허를 뒤덮는다. 펜던트를 쥔 그의 손목에 희미한 문신이 드러난다. 그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어둠의 기운을 담은 듯한 기괴한 문양이다.
**[내레이션 – 카인]**
(분노에 찬 목소리)
…그래, 레온. 네 선택은 좋았지. 덕분에 나는 지옥을 경험했고,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으니. 이제 네 선택의 결과를 마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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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12**
**[배경]**
웅장하고 화려한 왕성 내부.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알현실에서 레온이 왕좌에 앉아 있다. 그의 얼굴에는 성공과 권력에 대한 만족감이 엿보인다. 그는 이제 왕국의 최고 실세, 혹은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자가 되어 있다. 주변에는 그를 보필하는 신하들이 줄지어 서 있다.
**[레온 (여유롭게)]**
그래서, 북방 영지는 어찌 되었는가? 반란의 기미는 완전히 진압되었겠지?
**[신하 1 (고개를 숙이며)]**
예, 대공 각하. 각하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반란은 뿌리 뽑혔습니다. 이젠 아무도 각하의 위엄에 도전하려 들지 못할 것입니다.
**[사운드]**
하하하… (레온의 웃음소리)
**#13**
**[장면 전환]**
**[배경]**
다시 폐허. 카인은 펜던트를 부숴버리듯 꽉 쥐고 있다.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듯하다. 그의 눈은 증오로 불타오른다.
**[카인 (낮게 으르렁거리듯)]**
그래, 레온. 실컷 웃어라. 네가 쌓아올린 모든 것은 모래성 위에 지어진 것과 같으니. 나의 칼날은 그 모래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벼려졌다.
**#14**
**[클로즈업]**
카인의 망토 아래로 드러난 검은색 장갑 낀 손. 그 손이 폐허의 흙을 움켜쥔다. 흙 사이로 작은 뼈 조각들이 부서져 내린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망설임이 없다.
**[내레이션 – 카인]**
(결의에 찬 목소리)
세상에 망각이란 사치는 없다. 특히 너는, 단 한 순간도 나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네가 내게 주었던 고통만큼, 그 이상의 절망을 선사해 주마.
**#15**
**[전신샷]**
카인이 폐허를 등지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의 실루엣이 점차 밤의 장막에 흡수된다. 그의 등 뒤로는 폐허의 잔해만이 고요히 남아, 과거의 비극을 증언하는 듯하다.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제 ‘그림자’가 되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사운드]**
휘이잉… (차가운 바람소리)
**#16**
**[화면 전체]**
까만 바탕에 텍스트가 뜬다.
**[텍스트]**
**’네놈이 꺾은 칼날은, 이제 그림자가 되어 너를 베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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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