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천공(天空)의 강철 무림, 그 심장부에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기계 도시, 천룡성(天龍城). 수십 겹의 강철 외벽과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첨탑들이 마치 거대한 용의 비늘처럼 번뜩이는 곳. 이곳의 공기는 늘 증기와 기름, 그리고 미지의 기계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기의 쌉쌀한 냄새로 가득했다. 도시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증기 기관의 맥박 소리가 저음의 웅장한 북소리처럼 천룡성 전체를 울렸다.

이연은 천룡성 하층민 거리의 빽빽한 강철 숲 사이를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낡고 녹슨 강철 보도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웠지만, 눈빛만은 흔들림 없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저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주경기장, ‘강철의 심장’이라 불리는 비무대였다.

증기로 가득 찬 골목길 저편에서 거대한 톱니바퀴를 단 운송용 로봇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육중한 강철 바퀴가 지면을 긁는 소리가 귀청을 울렸지만, 이연은 익숙한 듯 그저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다. 그의 허리에는 닳아빠진 천으로 감싼 묵직한 검 한 자루가 매달려 있었다. 기계와 증기가 지배하는 시대라지만, 무(武)의 본질은 여전히 날카로운 칼날과 강인한 주먹에 있었다.

“천공대전(天空大戰)… 기어이 이 시대가 도래했군.”

이연은 낮게 중얼거렸다. 천공대전은 단순히 무인들의 기량을 겨루는 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림의 미래를 결정짓는, 아니, 이 거대한 강철 문명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운명의 비무대였다. 전통 무림의 힘이 기계 문명의 발전을 제어할 것인가, 아니면 기계가 무인들의 손발이 되어 새로운 형태의 무를 창조할 것인가. 심지어는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는 시대를 열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이번 대전의 결과에 달려 있었다.

수십 년 전, 천룡성의 현자들이 고대 문헌에서 발견한 예언은 천공대전의 개최를 알렸다. ‘하늘의 기계가 땅의 혈맥을 삼키려 할 때, 강철의 심장에서 용과 호랑이가 겨루어 천하의 운명을 결정하리라.’ 그 예언은 이제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연은 고개를 들어 저 높은 곳에 아득하게 보이는 강철의 심장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시계 장치처럼 정교하게 맞물린 강철 구조물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곳의 상층부는 증기와 스모그가 걷힌 맑은 하늘 아래 빛나고 있었지만, 이연이 있는 하층부 도시는 늘 뿌연 안개와 탁한 공기에 갇혀 있었다. 빈부 격차만큼이나 극명하게 나뉜 삶의 단면이었다.

“연아, 저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그저 강한 주먹만으로는 안 된다. 네 안의 강철 심장을 깨워야 한다.”

어릴 적 스승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스승님은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되, 무(武)의 본질을 잃지 말라 가르치셨다. 그리고, 그가 물려받은 것은 스승님의 깨달음이 담긴 한 권의 비급과, 낡은 기계 부품들로 만들어진 기묘한 장갑 한 쌍이었다.

오랜 시간 끝에 이연은 천룡성의 중층 지역에 다다랐다. 이곳부터는 거리가 한결 깨끗해지고,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즐비했다. 번쩍이는 황동과 구리로 장식된 건물들, 정교한 시계 장치들이 춤추는 듯한 전시품들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 또한 하층민들과는 달리 윤택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으며, 어깨에 작은 시계태엽 장치를 달고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저기 좀 봐! 저게 바로 ‘뇌전각(雷電閣)’의 장로, 철기신(鐵機神) 갈풍 장로 아니신가!”

곁을 지나던 무리가 웅성거렸다. 이연의 시선이 그들이 가리키는 쪽으로 향했다. 거대한 체구에 온몸을 검은 강철 갑옷으로 두른 노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의 갑옷 곳곳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번뜩였고,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한 묵직한 진동이 느껴졌다. 갈풍 장로는 단순한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무(武)와 기계 기술을 결합하여 자신을 살아있는 병기로 개조한, 신형 무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연은 갈풍 장로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강철 갑옷 사이로 드러난 그의 얼굴은 주름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차가운 강철처럼 번뜩였다. 저런 괴물 같은 이들과 겨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연의 심장이 한순간 강하게 뛰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투지였다.

드디어 강철의 심장 입구에 도착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아치형 문이 위압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문의 양옆으로는 증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강철 병사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고, 그들의 눈에서는 붉은 광선이 깜빡였다. 무수한 무인들과 구경꾼들이 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흥분, 혹은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이연 님, 신분 확인 바랍니다.”

입구를 지키던 강철 병사 하나가 기계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이연은 품속에서 은으로 된 참가증을 꺼내 보였다. 병사의 눈에서 푸른 광선이 뿜어져 나와 증을 스캔했고, 잠시 후 녹색으로 바뀌었다.

“이연 님, 본선 비무대 진입을 허가합니다. 귀하의 대전 번호는 78번, 첫 대전은 내일 아침입니다.”

안내를 받으며 경기장 내부로 들어서자, 이연은 잠시 숨을 멈췄다. 거대한 돔형 천장 아래, 빽빽하게 들어선 관중석과 그 중앙에 웅장하게 펼쳐진 비무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무대는 단순한 평지가 아니었다. 거대한 톱니바퀴들과 강철 플랫폼, 그리고 증기를 뿜어내는 수십 개의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살아 숨 쉬는 기계 장치와 같았다. 바닥은 견고한 강철판으로 되어 있었고, 곳곳에는 증기 분사기와 회전하는 칼날 트랩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무인들의 기량뿐만 아니라, 기계 장치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까지 요구하는 무대였다.

천장에는 거대한 황동 시계가 매달려 있었고, 그 옆으로는 여러 대의 거대 비행선들이 띄워져 있었다. 비행선 아래에 매달린 투명한 강철 케이지 안에는 천공대전의 중계를 담당할 중계진과 심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무인들이 비무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고풍스러운 도포를 입은 정파 무림인들, 날카로운 눈매와 검은 복장을 한 사파 고수들, 그리고 온몸에 기계 장치를 심거나 기계 의수를 착용한 새로운 유형의 무인들까지. 각자의 개성과 무학을 뽐내듯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이연은 그들 사이를 헤치고 자신의 대기 공간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경계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이연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검을 무릎 위에 놓았다. 그의 시선은 다시 비무대를 향했다.

그때, 돔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확성기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존경하는 무림 고수 여러분, 그리고 천공성 시민 여러분!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천하의 운명을 건 대전, 제12회 천공대전의 막이 오릅니다!”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강철 비무대 곳곳에서 증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왔고, 톱니바퀴들이 굉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무대의 중앙에서 거대한 강철 기둥이 솟아올랐고, 그 위에 전룡성주(電龍城主), 천공대전의 주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룡성주는 온몸을 금빛 강철 갑옷으로 감싼 채, 그의 주변에는 작은 전자기 파동이 일렁였다. 그의 눈빛은 번개처럼 날카로웠다.

“이번 천공대전은 지난 시대와 새로운 시대의 대결이 될 것이며, 승리하는 자가 천하의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입니다. 우리는 강한 자만을 기억할 것입니다!”

전룡성주의 선언과 함께, 비무대의 바닥에서 거대한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수백 명의 참가자 이름과 함께 대전 표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연의 눈은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대전! 동방의 검객, 청풍검 이원과 서방의 기계투사, 강철 주먹 칼릭스! 무대를 준비하라!”

확성기의 외침과 함께 비무대의 일부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 플랫폼이 솟아오르고, 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천공대전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연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손은 무릎 위의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심장이 강철 기관처럼 고동치기 시작했다.

내일, 저 무대 위에서, 그는 자신과 스승님의 무(武)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강철 문명의 심장부에서, 천하의 운명을 걸고 싸워야 했다. 피할 수 없는 대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