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흐읍… 으읍….”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불쾌한 비릿함과 어딘가 달콤한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찔렀다. 낡은 상아탑의 꼭대기 층, 그 누구도 허락 없이는 드나들 수 없었던 대현자 ‘아르카이드’의 연구실은 완벽한 밀실을 이루고 있었다. 족히 스무 걸음은 넘는 거대한 방 안에는 희귀한 서적과 기괴한 형상의 실험 도구들이 가득했고, 그 한가운데에 싸늘한 죽음이 누워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엘린 기사가 작게 신음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는 혼란스러운 빛이 역력했다. 은빛 갑옷 아래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나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아르카이드의 시신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얼굴은 극심한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테이블 위 약병을 향해 간신히 뻗어져 있었다. 독살, 그것은 명백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범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엘린 기사, 외부 침입 흔적은 여전히 없습니까?” 내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낮게 깔렸다. 이세계로 전생한 이래, 수많은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했지만, ‘밀실 살인’은 언제나 탐정의 뇌리를 자극하는 최상위 난제였다.

엘린은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보고했다. “네, 나리. 모든 창문은 마력으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고,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뚫고 들어왔다면 최소한 마력 장벽이 깨졌을 터인데… 그런 징후는 일절 없습니다.”

옆에 서 있던 베르투스 경비대장도 땀을 닦으며 덧붙였다. 굵은 목소리에는 어쩔 줄 모르는 당혹감이 배어 있었다. “게다가 아르카이드 님은 결계 마법에 능한 분이셨습니다. 본인이 직접 친 결계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는 증거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의 서신함에 넣어둔 ‘결계 유지 마법석’은 줄어들지 않았고, 연구실을 감싸는 환기구에 설치된 ‘침입 감지 마법’도 일절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내부인 소행이 아니라면… 이건 귀신이 저지른 짓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천천히 연구실 내부를 걸었다. 나의 시선은 일반적인 수사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증거물’이 아닌, ‘풍경’ 그 자체를 훑었다. 닳아 빠진 서재, 기괴한 형상의 실험 도구들,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진 아란시아 왕국의 전경. 모든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일상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정상적인.

“베르투스 대장님, 마지막으로 아르카이드를 본 사람은 누구입니까?”

“사흘 전, 시종이 식사를 가져다주었을 때입니다. 그는 그때도 이 연구실 안에 있었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그럼 시종은 어떻게 식사를 전달했습니까?”

“작은 회전문이 있습니다. 음식을 넣으면 자동으로 안에서 잠기는 구조로, 외부에서는 결코 열 수 없습니다.”

완벽한 밀실. 이 세계에 전생한 지 수 년. 나는 수도의 뒷골목에서 작은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며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 왔다. 그러나 마법과 결계로 완벽히 봉쇄된 밀실 살인은 처음이었다. 이 세계의 ‘상식’으로 따지면 이건 해결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의 ‘상식’은 다른 차원에서 왔다.

나는 시신 옆에 쪼그려 앉았다. 싸늘한 피부는 이미 부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아르카이드의 손가락 끝은 약병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 약병은 열려 있지 않았다. 뚜껑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심지어 봉인 마법이 걸려 있었다.

“피해자는 약병에 손을 뻗었으나, 내용물을 마시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약병에는 봉인 마법이 걸려 있군요.” 내가 말했다.

엘린이 놀란 표정으로 약병을 확인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독약이라면 이미 마셨을 텐데… 아니면 마시려던 찰나에….”

“혹은 마시려던 찰나에 독이 발현되었거나요.” 나는 그의 입술 주변을 살폈다. 독의 흔적은 없었다. 대신, 그의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 그의 손톱 밑에 아주 미세한, 실오라기 같은 것이 끼어 있었다. 너무나도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만한 것이었다.

“이건… 천으로 된 실오라기처럼 보이는군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핀셋으로 집어 올렸다. 얇은 천의 섬유는 희미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엘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구실에 흔히 있는 천 조각 같습니다만… 특별한 점이 있습니까?”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의류나 서적의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섬유가 아닙니다.” 나는 그것을 냄새 맡았다.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바깥의 신선한 바람 냄새가 났다. 아주 미세한 흙먼지의 향도 섞여 있었다.

“창문은 봉쇄되어 있다고 하셨죠?” 내가 물었다.

베르투스 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 안에서 굳게 잠겨 있을 뿐만 아니라, 아르카이드 님 본인이 친 봉인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바깥에서 깨는 건 불가능하고, 안에서 연다면 봉인 마법이 해제되었을 겁니다. 마법 감지기로 확인 결과, 봉인 마법은 온전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틈 하나 없었습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밀실’은 보통 물리적인 침입이 불가능할 때 성립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마법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만약 범인이 마법을 사용했다면, 어떤 마법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순간 이동? 투명화? 하지만 그런 강력한 마법은 보통 대량의 마력을 소모하며,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었다. 베르투스 대장의 말대로, 마력 감지기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했다.

내 시선은 다시 창문으로 향했다. 완벽하게 닫혀 있고, 봉인된 창문.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따스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아주 작은 ‘오점’을 발견했다. 먼지 한 톨 앉지 않은 깨끗한 창문틀. 그러나 한쪽 귀퉁이에, 아주 희미한 얼룩이 보였다. 마치 물이 흘러내렸다가 마른 듯한 흔적이었다. 너무나 옅어서, 유리창의 빛 반사에 가려질 정도였다.

“엘린 기사, 창틀에 묻은 이 얼룩 좀 보시겠어요?”

엘린은 허리를 숙여 내가 가리킨 곳을 응시했다. “이게… 뭔가요? 물 자국 같기도 하고… 단순한 먼지 아닐까요?”

“물 자국이 맞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물은 아니겠죠.” 나는 손에 든 실오라기를 얼룩 근처에 가져갔다. 실오라기에서 맡았던 희미한 ‘바깥 공기’ 냄새가 이 얼룩에서도 미약하게 감지되는 것 같았다.

“베르투스 대장님, 이 연구실은 환기 마법이 잘 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편이었나요?”

“아르카이드 님은 늘 창문을 닫아 두셨습니다. 외부 공기에 민감한 실험 물질이 많으셨으니까요. 환기 마법은 있었지만, 비상시에만 사용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을 겁니다. 평소에는 밀폐 상태를 유지하셨죠.”

밀폐된 공간. 외부 공기는 들어올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실오라기와 얼룩에 묻은 ‘바깥 공기’의 흔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밀실 살인. 범인은 어떻게 들어왔는가? 그리고 어떻게 나갔는가?
나는 베르투스 대장에게 물었다. “아르카이드 님은 어떤 마법에 가장 능통하셨다고 했죠?”

“음… 그는 ‘결계 마법’의 대가이셨습니다. 그리고 ‘정령 마법’에도 일가견이 있으셨죠. 특히 바람 정령과의 교감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바람 정령. 외부 공기. 희미한 흙먼지. 그리고 피해자의 손톱 밑에 끼인 초록색 섬유.

나는 시신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폈다. 그의 일그러진 표정, 그리고 뻗은 손. 약병이 아니라, 창문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은 약병에서 살짝 비껴, 창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베르투스 대장님, 창문의 봉인 마법은 안에서만 풀 수 있습니까?”

“네, 오직 아르카이드 님 본인의 마력으로만 해제 가능합니다. 혹시 그가 직접 풀고 살해당한 걸까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범인이 밖으로 도망치고 다시 창문을 봉인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마력 흔적도 없습니다. 봉인 마법은 해제된 흔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미소 지었다. 그것은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였다. 모두가 놓치고 있던, 모두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그 ‘맹점’이 드디어 내 눈에 들어왔다.

“대장님, 밀실 살인의 범인은 이 연구실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엘린과 베르투스 대장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그들의 시선은 경악과 혼란으로 가득했다.

“범인은 밖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저택들과 빽빽한 숲. 그 푸른 숲 속에는 아르카이드가 아끼던, 희귀한 약초들로 가득한 정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리고 이 밀실은… 단 한 순간도 밀실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밀실을 가장했을 뿐.”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혼란이 가득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모든 조각들이 완벽하게 맞춰지고 있었다. 실오라기, 창문의 얼룩, 바람 정령 마법, 그리고 피해자의 마지막 몸짓, 그리고 그가 숨기고 있던 ‘진실’.

“범인은 ‘바람’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살인자의 손이었죠. 아르카이드 대현자를 죽인 진범은… 바로 ‘정령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