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1장: 톱니바퀴 아래 속삭이는 그림자**

오후 다섯 시 정각. 아르카나 학원의 거대한 시계탑은 삐걱거리는 증기 압력음과 함께 육중한 톱니바퀴들을 돌려 거대한 시침과 분침을 한 칸씩 움직였다. 웅장한 종소리가 에테르노폴리스의 푸른 하늘 아래 퍼져나가며, 강의실마다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그 소리도 카이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그는 지금, 학원 최하층에 위치한, 일명 ‘망각의 작업실’이라 불리는 낡은 기계 연구실에서 얼굴에 기름때를 묻힌 채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낡은 증기 엔진의 연통에서 새어 나오는 하얀 김이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 춤을 추고 있었다. 톱니바퀴가 쉼 없이 맞물리는 소리, 증기압이 차오르는 쉭쉭거리는 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낮은 진동이 그의 온몸을 감쌌다. 카이는 자신이 직접 개조한 마력 감지 장치가 불안정하게 깜빡이는 것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이 진동은 대체….”

장치는 원래 학원 전체의 마력 흐름을 감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며칠, 특정 주파수의 미세한 진동이 시계탑 아래, 아니, 이 학원 전체의 심장부에서부터 계속 감지되고 있었다. 그 진동은 평범한 학원 건물의 진동과는 달랐다. 생체적인 리듬과 기계적인 규칙성이 기묘하게 섞인, 마치 거대한 심장이 움직이는 것 같은 둔탁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그의 기계 마법 감각에만 포착될 뿐, 다른 마법사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카이! 또 여기 있었어?”

날카롭지만 청량한 목소리가 연구실 문을 비집고 들어왔다. 은빛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묶인 엘리나였다. 그녀는 항상 완벽하게 다려진 학원 제복을 입고, 얼굴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력학 학부 수석이자, 카이의 ‘공식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는 인물이었다.

카이는 기름 묻은 손으로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힐끗 그녀를 돌아봤다.
“엘리나, 무슨 일이야. 또 잔소리하러 왔어?”
“잔소리? 당연하지! 네가 또 수업에 불참해서 교수님들이 난리야! 당장 기계 만지는 거 멈추고 강의실로 가! 보충 수업이라도 들어야 할 거 아니야?”

엘리나는 한숨을 쉬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작업대는 온갖 부품과 설계도로 어지러웠고, 한쪽 구석에는 반쯤 조립된 증기 구동 골렘이 불안하게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카이의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 규칙을 어기고 제멋대로인 문제아였다.

“수업? 지금 이 진동이 훨씬 중요하다고.”
카이는 장치에서 손을 떼고 팔짱을 꼈다.
“이봐, 너도 느껴지지 않아? 학원 지하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어.”
엘리나는 코웃음을 쳤다.
“움직이다니? 그저 오래된 배관에서 증기 새는 소리거나, 지반 아래 흐르는 지하수 소리겠지. 네가 또 별 이상한 걸 만들어서 착각하는 거야.”
“아니, 달라. 이건… 뭔가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해. 미세하지만, 멈추지 않아. 계속해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카이의 눈은 진지했다. 그의 기술자적인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엘리나는 그런 그를 잠시 빤히 바라봤다. 그가 고집스럽고 엉뚱한 건 사실이지만, 무언가에 몰두할 때의 그의 천재성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학원의 모든 기계 마법사들이 포기했던 시계탑의 마력 증폭 장치를 그 혼자서 수리해 낸 전적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수업은 중요해. 네가 또 유급당하면…”
“유급은 무슨. 내가 마법 실력은 좀 부족해도, 이론은 빠삭하잖아? 시험은 대충 통과할 거야.”
카이는 다시 장치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장치는 이제 미세한 진동뿐만 아니라, 아주 희미한 마력 이상 현상까지 감지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마법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낯설고, 칙칙한, 거대한 마력의 흐름.

“이봐, 엘리나. 혹시 학원 지하에, 아주 오래된 곳에, 뭔가 숨겨진 곳이 있다는 소문 들어본 적 없어?”
엘리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숨겨진 곳이라니? 학원 도서관에 기록된 바로는 학원 지하에는 대형 보일러실과 마력 저장고, 그리고 몇몇 기계 마법 실험실 정도가 전부야. 네가 또 이상한 음모론에 빠진 모양이네.”
“음모론이 아니야. 분명해. 이 진동의 근원은 훨씬 더 깊어. 보일러실보다도, 마력 저장고보다도 아래에.”

카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장치에 연결된 낡은 지도 스크린을 띄웠다. 학원의 정밀 지도였지만, 특정 구간은 흐릿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지워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의 마력 감지 장치는 그 흐릿한 구간, 특히 학원 본관의 가장 오래된 서쪽 건물 지하를 가리키며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였다.

“이게 뭐야? 이 부분은 지도에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잖아? ‘미등록 구역’?”
엘리나도 흥미가 동했는지 카이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이 맵시 있는 금속 테 안경 너머로 지도를 응시했다.
“정말이네. 이런 곳이 있었나?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어. 교수님들도 언급하신 적 없고.”
“거기서 진동이 가장 강해. 마치… 그곳이 심장인 것처럼.”

카이의 얼굴에 도전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엘리나, 나와 함께 가자.”
“뭐? 어딜 가겠다는 거야? 설마, 저 미등록 구역을 직접 조사하러 가겠다는 건 아니겠지?”
엘리나는 경악했다.
“그럼? 이 진동의 정체를 밝혀내려면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뭔가… 중요한 일인 것 같아.”

카이의 말은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선 강한 확신을 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불타는 강철처럼 뜨거웠다. 엘리나는 고민했다. 규칙을 어기는 일은 그녀의 평소 성격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카이의 저 확신에 찬 표정, 그리고 마력 감지 장치가 뿜어내는 경고등은 그녀의 이성적인 판단을 흔들었다. 게다가, 정말로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미등록 구역이라니… 이건 학칙 위반 이전에, 학원 자체의 비밀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좋아… 대신, 내가 간다고 해서 네 모든 행동을 묵인하는 건 아니야.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돌아올 거야.”
결국 엘리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카이는 환하게 웃었다.
“역시 넌 내 친구라니까!”
“누가 친구래! 난 그저 네가 또 사고 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는 것뿐이야!”

두 사람은 어둑해진 연구실을 나와 학원 본관의 서쪽 건물로 향했다. 그곳은 학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평소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강의실과 자료 보관실이 대부분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과 낡은 샹들리에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이의 장치는 붉은 경고등을 더욱 강하게 깜빡이며 진동의 근원을 향해 반응했다.

“여기야.”
카이가 멈춰선 곳은 낡은 교장실 뒤편의 청소 도구 보관실이었다. 먼지 쌓인 빗자루와 양동이들 사이, 흙먼지에 뒤덮인 벽돌 한 부분이 다른 곳보다 약간 들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벽인데?” 엘리나가 의아해했다.
“아니. 봐. 이 벽돌, 다른 것들과는 미세하게 재질이 달라. 그리고 이 틈새에… 아주 희미한 마력 봉인 흔적이 있어. 게다가… 이 작은 톱니 문양은…”

카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공구 세트를 꺼내더니, 숙련된 손놀림으로 벽돌 틈새를 쑤시기 시작했다. 틱, 틱, 하는 작은 금속성 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렸다. 잠시 후,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벽돌 하나가 안쪽으로 쑥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벽 전체가 서서히 옆으로 밀리며, 깊고 어두운 통로가 드러났다.

“세상에…”
엘리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통로 안쪽은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났고,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벽은 낡은 철골 구조물과 거미줄로 뒤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이끼가 가득했다. 그리고 멀리 아래에서, 카이가 말했던 그 둔탁한 진동이 피부로 직접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기계 괴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숨 쉬는 것 같았다.

“젠장, 이런 곳이 있었다니. 아무도 몰랐단 말이야?”
카이는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나는 한숨을 쉬며 그를 따랐다.
좁고 가파른 계단은 어둠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계단 벽에는 낡은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고, 군데군데에서 쉭쉭거리는 증기 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조차 진동과 뒤섞여 기이한 음악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그들은 드디어 평평한 복도에 다다랐다. 복도 양옆으로는 낡은 철문들이 줄지어 있었다. 모든 문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어떤 문은 아예 부서져 내부가 드러나 있었다.
카이는 휴대용 마력등을 켜 주위를 비췄다. 흙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폐허가 된 연구실 같았다. 부서진 시험관들, 마른 얼룩이 남아 있는 작업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낡은 기계 부품들이 널려 있었다. 벽에는 알아보기 힘든 그림과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이게 다 뭐야…?”
엘리나는 몸서리쳤다. 이곳의 분위기는 학원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와는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마치 학원의 빛이 닿지 않는 심연 같았다.

“이봐, 엘리나. 이걸 봐.”
카이가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금속 책상 아래에서 낡은 서류철을 발견했다. 먼지를 털어내자, 겉면에 ‘금지된 생체 마법 연구 기록’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보였다. 엘리나의 눈이 커졌다. ‘생체 마법’은 아르카나 학원에서도 금기시되는 분야였다. 생명의 근원을 조작하는 것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류철을 펼치자, 낡은 종이 위에는 알아보기 힘든 필체로 기록된 연구 일지들이 가득했다. 알 수 없는 생명체의 해부도, 마력 주입 실험 기록, 그리고 섬뜩하게도 인간의 형상과 유사한 무언가에 대한 스케치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핵심 코어’는 완벽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그 유지에 필요한 마력은 예상보다 훨씬 방대하며,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 근원을 찾았다. 이 모든 것의 정당성을 부여할 유일한 수단은… ‘생명 그 자체’를 조작하여 궁극의 존재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의 궁극적인 장소는… 학원의 가장 깊은 곳, ‘성배’ 아래에서 시작될 것이다.*

카이와 엘리나는 동시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핵심 코어’, ‘생명 조작’, ‘성배’. 그리고 ‘학원의 가장 깊은 곳’. 이 모든 단어들이 그들의 머릿속에서 섬뜩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들의 발아래에서 둔탁한 진동이 훨씬 더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저… 저기 좀 봐!”
엘리나가 희미한 불빛 너머, 복도 끝자락을 가리켰다.
어둠 속에서, 붉은색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섬광과 함께,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증기기관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생명체가 내쉬는 숨소리와 기계가 맞물리는 소리가 뒤섞인, 끔찍하게도 ‘살아있는’ 기계음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 어둠의 장막이 걷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그들은 거대한 원형 구조물의 실루엣을 보았다. 그것은 낡은 파이프와 철골에 둘러싸여 있었고, 붉은빛이 깜빡이는 코어에서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하 깊은 곳에 봉인된 거대한 심장 같았다.

그 순간, 멀리서 철컥거리는 금속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였다.
“젠장! 누가 오는 것 같아!”
카이는 엘리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들은 황급히 부서진 연구실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육중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어서,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빛이 뿜어져 들어왔다. 그 빛 속에서, 그들은 금속으로 된 거대한 골렘의 그림자를 보았다. 학원에서 보던 일반적인 경비 골렘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거대하고 위협적인 형태였다.

골렘은 느릿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학원의 제복을 입은 그림자.
카이와 엘리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발아래, 학원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 진실은 단순한 연구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금기, 학원 전체를 지탱하는 어둠의 심장이었다.

“이건… 대체 뭐야…?”
엘리나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파르르 떨렸다.
카이의 심장은 거칠게 요동쳤다. 그의 마력 감지 장치는 미친 듯이 붉은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마치 온몸의 피를 얼어붙게 할 듯한 차가운 공포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겨우 그 끔찍한 진실의 가장자리에 닿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은, 그들을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