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둠이 삼키기 직전의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펜트하우스 스카이라운지. 샴페인 잔을 든 김민준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이진우가 똑같이 활짝 웃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민준아, 정말 해냈구나. ‘넥서스 코어’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줄이야. 전부 네 덕분이야.”

진우의 말에 민준은 잔을 들어 올렸다.
“무슨 소리야, 진우 너 없었으면 불가능했지. 우리가 밤샘해가며 설계하고 코딩하던 날들을 잊었어? 내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준 건 너였어.”

두 사람은 잔을 부딪쳤다. 맑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준의 눈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친구에 대한 깊은 신뢰가 가득했다. 오늘, 그들이 3년간 매달려온 혁신적인 가상현실 게임 ‘에테르’의 클로즈 베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주식은 상한가를 쳤다. 이제 남은 건 정식 런칭뿐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 회사 대표인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니냐?” 진우는 능청스럽게 웃었지만, 민준은 그 웃음 속에 담긴 미묘한 떨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그저 기쁨과 뿌듯함만 보였다.

스카이라운지의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직원들이 축하의 환호를 보냈다. 민준은 그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가슴 벅찬 행복을 맛보았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돈도 명예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까지 가진 사람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울 때였다. 진우가 민준에게 속삭였다.
“민준아, 잠시 옥상으로 올라갈까?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
“중요한 얘기? 벌써 다들 갔나? 좋아. 따라와.”

민준은 만취한 상태였지만, 진우의 말에는 항상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민준의 얼굴을 스쳤지만, 알코올 기운 때문인지 정신은 오히려 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무슨 얘긴데, 진우야. 그렇게 비장하게.”
민준이 농담조로 물었다. 옥상 난간에 기댄 채 야경을 바라보던 진우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웃음기가 없었다. 차갑고 무감정한 표정이었다.

“민준아, 넌 정말 바보 같아.”

민준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진우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민준에게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민준을 덮었다.
“널 보면 항상 그랬어. 머리는 좋지만, 너무 물러터졌어. 특히 사람을 너무 믿어.”

민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진우야. 취했어?”
“취한 건 너겠지. 나는 지금 태어나서 가장 정신이 맑아.”
진우의 눈빛은 마치 굶주린 짐승의 그것처럼 이글거렸다. 증오와 탐욕이 뒤섞인 불길한 빛이었다.

“네가 내 위에 있는 게 항상 거슬렸어. 재능, 노력, 운… 전부 네 것이었지. 나는 언제나 네 그림자에 가려진 2인자였어. 네가 성공할 때마다 나는 더 깊은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진우는 울부짖듯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증오로 뒤틀려 있었다.

민준은 혼란스러웠다. “진우야, 이게 무슨… 우리가 함께 이룬 거잖아! 네가 왜 그런 말을 해?”
“함께? 웃기지 마! 전부 네놈 것이었잖아! 너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잖아! 이제는 아니야. 이제 ‘넥서스 코어’는 내 것이 될 거야. ‘에테르’도 내 것이고. 그리고… 네 인생도.”

섬뜩한 말이었다. 민준은 비로소 진우의 진심을 깨달았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이진우… 설마…?”

진우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응, 설마. 그래, 설마가 사람 잡는 거지. 넌 영원히 사라질 거야. 네가 이 모든 걸 자초한 거야. 날 믿은 죄.”

진우는 민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민준은 저항했지만, 이미 술에 취해 있었고, 예상치 못한 친구의 배신에 몸과 마음이 마비된 상태였다. 진우는 괴력을 발휘해 민준을 난간 쪽으로 끌고 갔다.

“이진우! 놔! 무슨 짓이야!”
“잘 가라, 김민준. 네가 없는 세상은 정말 아름다울 거야.”

진우의 눈은 광기로 번득였다. 그는 민준을 난간 밖으로 밀어냈다.
민준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눈앞에는 까마득한 심연이 펼쳐졌다. 마지막 순간, 민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난간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사악하게 웃는 진우의 얼굴이었다. 그의 미소는 지옥의 악마 같았다.

*젠장… 이진우… 네가… 감히…!*

분노, 배신감, 절망, 그리고 강렬한 복수심이 그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 빌어먹을 배신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끝날 수는 없었다. 그의 얼굴을 잊지 않으리라. 그 악마 같은 미소를, 반드시 되갚아 주리라.

몸이 바닥에 닿는 충격은 없었다. 대신, 온몸을 휘감는 지독한 냉기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뜨거운 빛. 의식이 깜빡였다.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혼란스러운 감각. 마치 영혼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 속에서 깨어난 민준은 숨을 헐떡였다. 폐부를 가득 채우는 공기는 익숙한 도시의 냄새가 아니었다. 흙냄새, 풀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풍겨오는 철분 냄새. 눅눅하고 축축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 있었고, 낯선 식물들이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은, 마치 에메랄드처럼 영롱한 색을 띠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마치 며칠 밤낮을 굶고 혹사당한 몸처럼 무겁고 고통스러웠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익숙한 손이 아니었다. 작고 가늘며, 상처투성이인 손이었다. 피부는 햇볕에 그을리고 거칠었다.

놀라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난 팔, 그리고 마른 다리.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몸이 확연히 어려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열 살 남짓한 아이의 몸이었다.

*내가 죽은 게 아니었나? 그럼 이건 꿈인가? 아니, 꿈치고는 너무 생생해.*

차가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분명 진우의 손에 죽었을 터였다.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낯선 숲 속, 낯선 몸이었다.
이세계 전생.
머릿속을 스치는 터무니없는 단어에 민준은 헛웃음을 지었다. 게임이나 소설에서나 보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단 말인가?

하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단 하나의 감정만이 그의 심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바로 분노.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작고 앙상한 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했다.
그 빌어먹을 배신자. 이진우.
그의 얼굴이 다시금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의 그 조롱 가득한 미소.
그 미소를 박살 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었다. 아니, 죽어도 죽은 게 아니었다.

몸은 바뀌었을지언정, 그의 영혼에 새겨진 증오는 변하지 않았다.
민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갈증과 허기가 온몸을 옥죄었지만, 그의 눈은 살아남겠다는, 그리고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진우…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어린아이의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처절한 맹세는, 숲의 고요함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김민준의 심장 속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곧 그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었다. 복수. 오직 복수만이 그를 움직이게 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