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아르카나 타워」의 웅장한 첨탑들이 네오 서울의 밤하늘을 갈랐다. 무수한 LED 패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도시 전체를 거대한 홀로그램 전시장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광채 아래, 깊은 어둠에 잠긴 도시의 심장부에는 낡고 버려진 지하 격납고가 있었다. 쾨쾨한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철 냄새가 뒤섞인 그곳, 강하준은 차가운 금속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낡고 바랜 홀로그램 스크린 위로는 복잡한 암호와 데이터 흐름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푸른빛이 그의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였지만, 그 안에 담긴 눈빛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3년. 지옥 같은 3년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빼앗긴 채, 그는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이빨을 갈아왔다.

“이서진… 네가 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을, 이제 네놈에게 돌려줄 시간이다.”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거칠었다. 지난 세월의 고통과 집념이 그 음절 하나하나에 덧칠되어 있었다. 피부 밑으로 은은히 빛나는 푸른 미세 회로, 그리고 섬뜩하게 단련된 육체는 그가 겪어온 고난의 증거였다. 한때 촉망받던 과학자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자’라 불렸던 강하준은, 이제 도시의 그림자 속에 숨어 복수를 꿈꾸는 유령이 되어 있었다.

탁자 한켠에 놓인 작은 케이스를 열자, 정교하게 제작된 소형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부품과 최신 기술이 기묘하게 결합된, 하준의 손때가 묻은 작품이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매끈한 양산형 드론과는 달랐다. 이건 죽음의 전령이었다.

“출발.”

짧은 명령과 함께 드론은 소리 없이 부상했다. 낡은 격납고의 천장으로 연결된 배기구를 통해 도시의 밤으로 스며들었다. 드론의 시점에서 전송되는 영상이 홀로그램 스크린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강하준은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채 화면을 주시했다.

네오 서울의 밤은 언제나 화려했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이서진의 탐욕이 빚어낸 거대한 허상으로만 보였다. 드론은 인파로 가득 찬 공중 도로는 물론, 복잡하게 얽힌 빌딩 숲을 유령처럼 통과했다. 도시의 첨단 보안망은 드론의 존재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하준이 직접 설계하고 구축한 우회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목표는 아르카나 타워 최상층, 이서진의 개인 서버실. 그곳에는 그가 훔쳐간 ‘프로젝트 제네시스’의 원본 데이터와, 그 배신을 숨기기 위한 모든 흔적이 잠들어 있을 터였다.

“좌측 30도, 상향 기동. 통신 채널 델타 프로토콜로 전환.”

그의 지시에 따라 드론은 유려하게 움직였다. 아르카나 타워의 외벽을 따라 설치된 레이저 그리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초고층 빌딩의 강풍에도 흔들림 없이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시야 한구석에서 번뜩이는 작은 불빛. 순찰 중인 보안 드론이었다. 최신형 모델로, 미세한 열원이나 전파 이상도 감지해내는 정교한 기계였다.

하준의 심장이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 ‘치직…’ 홀로그램 화면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전파 교란 주파수를 미세 조정했다. 거의 동시에, 아르카나 타워의 중앙 보안 시스템에서 송출되는 미약한 경고음이 그의 귀를 스쳤다.

“젠장… 벌써 감지했나.”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아슬아슬한 순간, 그의 드론은 보안 드론의 감지 범위를 간발의 차이로 벗어났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드론은 결국 아르카나 타워의 최상층 환기구에 도달했다.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인 좁은 통로는 드론에게 최적의 침투 경로였다.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하준은 드론에 내장된 극소형 해킹 모듈을 활성화시켰다. 목표는 서버실의 주 전산망이었다.

“데이터 인젝션 시작.”

그의 명령과 함께, 홀로그램 화면 가득 초록색 데이터 스트림이 번개처럼 흘러내렸다. 아르카나 타워의 견고한 방화벽은 하준이 3년간 갈고닦은 지식과 복수심이 만들어낸 바이러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마치 거대한 성벽에 작은 균열이 생기듯, 보안 시스템의 겹겹이 쌓인 장벽들이 하나둘씩 해제되는 것을 하준은 숨죽여 지켜봤다.

그리고 마침내, 서버실의 주 전산망에 그의 바이러스가 성공적으로 침투했다는 녹색 알림이 화면에 떴다.
“성공…!”
짧은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제 프로젝트 제네시스의 원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서진, 너의 모든 것을 파멸시킬 결정적인 증거가 될 터였다.

데이터를 검색하던 중, 하준의 눈이 홀로그램 스크린 한 지점에서 멈췄다. 주 전산망 깊숙이 숨겨진, 완전히 독립된 데이터 블록의 존재. 그것은 그 어떤 프로젝트나 기업 내부 정보와도 연관 없어 보였다. 기묘하게 봉인된, 거대한 암흑 물질 같았다.

하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건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프로젝트 제네시스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은밀하며, 위험한 무언가가 이서진의 손에 의해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듯했다.

“이서진… 네가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그의 호기심과 불길한 예감이 동시에 솟구쳤다. 그는 즉시 새로운 데이터 블록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강철 같은 방벽에 막힌 듯, 데이터 흐름은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홀로그램 화면 구석에 작은 텍스트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외부 침입 감지. 프로토콜 Ω 가동.`

하준의 심장이 차갑게 굳었다. Ω 프로토콜? 그건 이서진조차 접근 권한이 없었던, 아르카나 그룹의 최상위 기밀 보안 체계였다. 그것은 아르카나 그룹의 설립자이자 이서진의 아버지, 즉 전설적인 기업가이자 괴짜 과학자였던 이선우 박사만이 직접 설계했다고 알려진 시스템이었다. 이서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혹은 다른 무언가가 이 시스템을 통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서진… 너는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나?”

복잡한 감정들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분노, 배신감, 그리고 이제는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까지. 복수는 이제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거대한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그 실타래의 끝에는 그의 친구였던 배신자 이서진이 아닌, 훨씬 더 거대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재빨리 드론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치지직-`
드론 시점에서 전송되던 영상이 순간적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화면 구석에 희미하게, 그리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 그것은 평범한 보안 드론이 아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거대한 그림자였다. 금속성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이런… 벌써 움직였나.”

하준은 홀로그램 화면을 일제히 닫았다. 그의 은신처는 다시 깊은 어둠에 잠겼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밝게 타올랐다.

이 게임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이서진은 물론이고, 그를 조종하는 거대한 존재마저 끌어내어 모든 것을 파괴할 복수극의 서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