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심연의 조각》

아르카나 호는 인류의 탐사 영역을 벗어난,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심우주의 암흑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수백억 광년 너머, 푸른 은하수마저 아득히 멀어진 그곳은 그저 검은 먹물 같은 공간이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고독한 항해는 숙련된 승무원들의 정신마저 조금씩 갉아먹는 듯했다. 함선 내부는 산소 재활용 시스템의 규칙적인 웅웅거림과 희미한 전력음만이 가득했다.

그때,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붉은 신호가 번쩍였다. 고요를 깨는 날카로운 전자음은 선원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캡틴, 감지되었습니다!”

부함장이자 수석 과학 담당인 한지아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차분함을 찾아보기 힘든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고,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은 키패드 위를 바삐 움직였다.

권영훈 함장은 고개를 들었다. 깊은 눈가의 주름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지아, 무슨 일이지? 소행성 충돌 가능성인가?”

“아닙니다. 미지의 에너지 파동이에요. 분석해 보니, 이전에 어떤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패턴입니다. 아주… 고유하고, 복잡해요.”

“위치는?”

“함선 전방 0.5광년 지점. 빠른 속도로 접근 중입니다. 아니, 저희가 접근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저것이 스스로 움직이는 건가요?” 지아의 목소리에 혼란이 섞였다. 데이터는 모순을 가리키고 있었다.

함교 한편에 앉아 보조 모니터를 응시하던 최고 보안 책임자 박선우가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함선 외부 센서에 이상 감지. 주변 공간이 미세하게 왜곡되는 것 같습니다. 중력 이상 신호는 미미하지만… 무언가 거대한 것이 존재한다는 신호는 확실합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오랜 군 생활에서 길러진 그의 직감은 지금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있습니다.” 한지아가 스크린 중앙을 가리켰다. “저기, 진호 씨! 메인 스크린 확대해 주세요!”

최고 엔지니어 이진호는 평소처럼 헤드셋을 비스듬히 쓴 채 능글맞게 웃는 대신,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채 키보드를 두드렸다. 메인 스크린이 순식간에 수만 배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타났다.

“저게… 대체… 뭐지?” 진호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스크린에 떠오른 것은 어떤 별이나 행성, 심지어 거대 암석조차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덩어리였다. 불규칙하고 무정형의 형태. 마치 심연에서 갓 뜯겨 나온 듯한, 칠흑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반적인 검은색과는 달랐다. 빛을 반사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광선을 집어삼키는 듯한 압도적인 검은색. 하지만 그 깊은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희미한 보랏빛이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살아있는 듯했다.

“흡수… 흡수하고 있어.” 지아가 중얼거렸다. “주변의 빛뿐만 아니라, 미약하지만 전자기파까지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건 저희가 아는 어떤 물질의 특성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권영훈 함장은 미동도 없이 스크린을 노려보았다. 수십 년간 우주를 떠돌며 수많은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지만, 저런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본능적인 경고음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철수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로서의 지아는, 탐험가로서의 자신은, 쉬이 물러설 수 없었다.

“캡틴, 이건 인류의 지식을 뒤엎을 만한 발견입니다! 저것을 더 가까이서 관찰해야 해요!” 지아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갈망이 뒤섞여 있었다. 미지의 존재를 향한 순수한 탐구심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위험합니다, 부함장님.” 박선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통신 장비에 가 있었다. “저건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과도 달라요. 아니, 물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철수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하지만 선우 씨, 생각해 보세요! 저런 존재가 심우주에 떠다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함선 시스템에 자꾸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어요!” 이진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계기판이 멋대로 깜빡거리고… 보조 전력 라인에 과부하 경고가 떴습니다! 제어 불능까진 아니지만, 정말 기분 나쁩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권영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원들의 불안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성의 목소리와 본능의 경고, 그리고 인류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 하는 탐구심.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

“…1광년 이내로 접근한다.”

지아가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박선우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만, 함장의 명령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진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선우, 전술 방어막 가동 준비. 모든 외부 통신 라인 비상 주파수 대역으로 전환하고, 위협 감지 시 즉시 보고. 진호, 비상 탈출 경로 확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메인 엔진에 대기 전력 올려놔. 지아, 모든 센서 총동원해서 정보 수집에 집중해.”

“알겠습니다, 캡틴!”

아르카나 호는 검은 심연 속의 미지 존재를 향해 조심스럽게 기동하기 시작했다. 함선이 다가갈수록, 스크린 속의 그것은 점점 더 거대하고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함교 안의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엔진의 웅웅거림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함선 외벽에서 알 수 없는 진동음이 전해져 오는 듯했다. 이진호의 콘솔에서는 자잘한 오류 메시지가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캡틴! 주 전력 공급에 이상이… 아니, 괜찮습니다. 잠깐 오류였나 봅니다.” 진호가 기계를 두드리며 중얼거렸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지아는 데이터에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미지의 존재가 뿜어내는 에너지 파동에 대한 분석을 멈추지 않았다. “이 파동… 이건 단순한 에너지체가 아니에요. 어떤… ‘의지’ 같은 게 느껴져요. 무언가가… 저희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광적인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박선우는 조용히 무기를 점검했다. 그의 손에 든 대형 플라즈마 소총의 차가운 금속이 그의 불안한 심리를 조금이나마 진정시키는 듯했다. 그의 등골을 타고 기어오르는 듯한 냉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 도사린 실체를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아르카나 호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멈춰 섰다. 그 거리는, 스크린으로 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제 그것은 마치 작은 별처럼 거대했다. 하지만 별처럼 빛나는 대신,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존재감으로 공간을 압도했다. 그 형태는 여전히 불규칙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마치 뒤얽힌 불가능한 기하학적 형태들이 끊임없이 변형되고 융합하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 표면에는 희미한 보랏빛 줄기들이 혈관처럼 뻗어 있었고, 이따금씩 거대한 ‘눈’이나 ‘입’처럼 보이는 부분이 섬광처럼 번득였다가 사라졌다. 그것들은 결코 눈이나 입의 형태는 아니었다. 인간의 시신경이 그 형태를 해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다 포기하는, 이해 불가능한 시각적 충격이었다.

“탐사 드론 발사!” 권영훈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소형 탐사 드론 한 대가 아르카나 호의 격납고에서 발사되어 미지의 존재를 향해 날아갔다. 드론에 장착된 초고해상도 카메라는 선명한 이미지를 함교 스크린으로 전송했다. 표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수억 년간의 우주 폭풍에 의해 마모된 듯한, 하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꿈틀거리는 기묘한 질감이었다. 어떤 부분은 무수한 비늘로 덮인 것처럼 보였고, 또 다른 부분은 날카로운 뿔이나 촉수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보랏빛 섬광이 더욱 잦아졌다.

그때, 드론의 전송 화면이 심하게 일렁였다.

“진호! 무슨 일인가?!” 권영훈이 다급하게 외쳤다.

“드론과의 연결이 불안정합니다! 강한 전자기파 간섭이…!”

화면 속의 드론이 흔들렸다. 마지막 순간, 화면은 기이한 형상에 뒤덮이는 듯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소음이 스피커를 찢을 듯 터져 나왔다. 그것은 기계음도, 단순한 노이즈도 아니었다. 마치 수천 개의 심장이 동시에 터져 나가는 듯한 둔탁한 파열음과 동시에,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 비명은 너무나도 생생하고 고통스러워서, 승무원들의 뇌리를 때렸다. 잠시 후, 화면은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완전히 끊겼다.

“드론, 파괴되었습니다!” 진호가 패닉에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캡틴!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됩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그 순간, 스크린 속의 미지 존재가 거대한 심장처럼 격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검은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섬광은 함교 전체를 어둠과 빛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콰아앙!

아르카나 호 전체가 흔들렸다. 마치 거대한 주먹에 얻어맞은 것처럼, 함선은 비명을 지르며 공중제비 돌듯 뒤틀렸다.

“방어막 붕괴 직전! 쉴드 파워 10% 미만!” 진호의 외침이 함교에 울려 퍼졌다. “주 추진기가…! 캡틴! 비상 제어 불능! 우리가… 우리가 끌려가고 있습니다!”

권영훈은 황급히 메인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검은 존재는 더 이상 무정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입처럼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그 내부에는, 형언할 수 없는 심연이 존재했다. 어떠한 빛도 흡수해 버리는 절대적인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수십 개의, 아니 수백 개의 보이지 않는 촉수가 아르카나 호를 향해 뻗어 나오는 환영이 보였다.

함선은 굉음을 내며 미지의 존재의 거대한 아가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선원들의 비명 소리가 뒤섞였다. 권영훈은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움켜쥐었지만, 거대한 힘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을 삼키는 것이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듯, 아르카나 호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향해 거대한 검은 심연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의식은 혼탁해지고, 공포가 영혼을 잠식했다.

그것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르카나 호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