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잿빛 여명 (Ashen Dawn)
**장르:** 오컬트 호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핵심 줄거리:** 황폐해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기.
—
### **1화. 그림자 속의 속삭임**
**[장면 전환]**
**SCENE #1**
**장소:** 폐허가 된 도시 외곽 – 한낮
**시간:** 잿빛 하늘 아래, 한낮인데도 세상은 어두컴컴하다.
**[ACTION]**
정지된 듯한 잿빛 도시의 전경. 무너진 고층 빌딩들은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부서진 도로 위에는 녹슨 차량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먼지 섞인 바람이 불어와 희뿌연 잔해들을 흩날린다.
화면이 서서히 이동하며, 한 인물의 뒷모습을 비춘다. 그녀는 후드 달린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등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다. 손에는 낡고 긁힌 곡괭이가 들려 있다.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고, 마스크로 가려져 있지만 지쳐 보이는 얼굴선이 느껴진다.
**[SOUND]**
* (SFX) 휘이이잉- 폐허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 소리.
* (SFX) 사각사각- 인물이 잔해를 밟고 걷는 소리.
* (BGM) 낮고 불길한 현악기 소리, 음산하고 길게 울린다.
**유하 (내레이션)**: 또 하루가 시작된다. 혹은… 또 다른 끝이 다가온다.
**[ACTION]**
유하가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눈빛은 날카롭고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그녀는 마치 허공을 응시하는 듯, 한 곳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그 시선 끝에는 기형적으로 뒤틀린 형태로 솟아난 거대한 검은 암석 덩어리가 보인다. 마치 거대한 존재의 척추처럼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하 (내레이션)**: ‘대균열’ 이후, 세상은 숨을 멈췄다. 모든 것이 변했고… 모든 것이 죽었다.
**[SOUND]**
* (SFX)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짐승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기괴한 울음소리. 길고 음산하게 이어진다.
* (BGM) 현악기 소리가 불안하게 고조된다.
**[ACTION]**
유하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진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낡은 나이프를 꺼내 손에 쥔다. 한 손으로는 곡괭이를 놓지 않는다.
낡은 지도를 펼쳐 본다. 군데군데 찢어지고 더러워진 종이 위에 희미하게 표시된 붉은 점들이 보인다. 그녀의 손가락이 특정 지점을 짚는다.
**유하 (내레이션)**: ‘정화 구역’… 희미한 라디오 신호가 가끔 잡히는 그곳. 정말 존재하는 곳일까? 아니면… 절망적인 자들의 마지막 환상일까.
**[SOUND]**
* (SFX) 유하의 거친 숨소리.
**[SCENE #2]**
**장소:** 낡은 백화점 내부 – 한낮
**시간:** 한낮이지만 창문은 깨지고 먼지로 뒤덮여 있어 내부는 어둡다.
**[ACTION]**
유하가 백화점의 부서진 유리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선다. 입구에는 마네킹의 잘린 팔이 뒹굴고, 곰팡이 핀 옷가지들이 널려 있다. 공기 중에는 흙먼지와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섞여 있다.
그녀는 곡괭이 끝으로 바닥을 조심스럽게 짚어가며 움직인다. 붕괴 위험이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잔뜩 경계한다.
**[SOUND]**
* (SFX) 부서진 잔해를 밟는 유하의 발소리. 사각사각, 타닥.
* (SFX) 천장 파이프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똑, 똑.
* (BGM) 조용하고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 불안한 고음의 신디사이저음이 깔린다.
**[ACTION]**
유하가 멈춰선다. 그녀의 시선은 한때 아동복 매장이었던 곳에 고정된다. 찢어진 인형과 장난감들이 널려 있고, 그 너머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유하가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잔해를 헤치고 다가가자, 낡은 상자 하나가 나타난다. 상자 안에는 먼지 앉은 캔 통조림 몇 개와… 낡은 가죽 지도 조각, 그리고 검은색 돌멩이 하나가 들어 있다. 돌멩이에는 희미하게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유하**: (나직하게 혼잣말) 이건… 뭔가?
**[ACTION]**
유하가 돌멩이를 집어든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어딘가 익숙한,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문양이다.
그녀가 지도를 펼쳐본다. 백화점의 도면 같은데, 특정 지점에 붉은 펜으로 이상한 표시가 되어 있다.
**[SOUND]**
* (SFX) 멀리서 들려오는 나직하고 웅얼거리는 소리. 이전의 짐승 울음과는 다른, 인간의 목소리가 뒤틀린 듯한 소리.
**[ACTION]**
유하의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그녀는 재빨리 모든 것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숨길 곳을 찾는다.
소리가 가까워진다. 발소리는 없지만, 끈적이는 무언가가 바닥을 기어가는 듯한 질척한 소리, 그리고 웅얼거림이 섞여 들려온다.
**[SCENE #3]**
**장소:** 백화점 복도 – 한낮
**시간:** 어둠이 짙게 깔린 백화점 내부.
**[ACTION]**
유하가 낡은 의류 행거 뒤에 몸을 숨긴다.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린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형체가 복도 끝에서 꿈틀거린다. 처음엔 그림자인가 싶었지만, 곧 형상이 뚜렷해진다.
그것은 한때 사람이었던 것의 잔해였다. 피부는 검게 변색되어 찢겨 있고, 앙상한 팔다리에서는 검은 촉수 같은 것이 불규칙적으로 돋아나 바닥을 짚고 기어온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일그러져 있지만, 텅 빈 눈구멍에서는 희미한 붉은 빛이 일렁인다. 사람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대한 입이 벌어졌다 닫히며 웅얼거린다.
**[SOUND]**
* (SFX) 질척거리는 소리,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
* (SFX) 망자의 웅얼거리는 목소리. 나직하고 끈적하며,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하다.
* (망자)**: 돌아… 와… 그리… 워… 따뜻… 했… 잖아…**
* (BGM) 섬뜩한 불협화음이 시작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유하 (독백, 이를 악물고)**: 환청이다… 환영이다… 정신 차려, 유하.
**[ACTION]**
망자가 유하가 숨어 있는 행거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하다. 그 붉은 눈빛이 유하가 있는 어둠을 꿰뚫는 듯하다.
유하는 숨을 죽인다. 식은땀이 흐른다.
망자가 느리게, 하지만 끈질기게 행거 쪽으로 기어온다. 그 놈의 입에서 끈적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진다.
**망자**: 함께… 하자… 고통… 사라… 질… 거야…
**[ACTION]**
유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대로 있다간 발각될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재빨리 행거 뒤에서 튀어나와 반대편 통로로 전력 질주한다. 곡괭이를 휘둘러 망자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조심한다.
망자는 유하의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뒤틀린 몸으로 빠르게 추격해온다.
**[SOUND]**
* (SFX) 망자의 날카로운 비명. 꾸웨에엑-!
* (SFX) 유하의 거친 발소리, 헉헉거리는 숨소리.
* (BGM) 추격전 BGM. 빠르고 불길하며 격렬하다.
**[ACTION]**
유하가 좁은 통로를 가로지르고, 쓰러진 진열장을 뛰어넘는다. 망자는 그 뒤를 바싹 쫓아오며, 길게 뻗은 검은 촉수를 휘둘러 유하를 낚아채려 한다.
하나의 촉수가 유하의 배낭을 스쳐 지나간다.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유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젠장… 왜 이렇게 빨라진 거야…!
**[SCENE #4]**
**장소:** 낡은 창고 안 – 한낮
**시간:** 백화점 깊숙한 곳의 창고.
**[ACTION]**
유하가 문이 반쯤 열린 낡은 창고 안으로 몸을 던지듯 뛰어든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문을 닫고, 뒤틀린 철제 선반으로 문을 막는다.
쾅! 쾅! 망자가 문을 밖에서 두드린다. 강철 문이 찌그러지고, 유하는 고통스럽게 신음한다.
**[SOUND]**
* (SFX) 쿵! 쿵! 망자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 (SFX) 금속이 찌그러지는 소리. 끼이이익-
* (SFX) 유하의 거친 숨소리.
**[ACTION]**
망자의 손가락처럼 생긴 검은 촉수들이 문틈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그 촉수들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창고 내부를 탐색한다.
유하는 벽에 바싹 붙어 숨을 죽인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낡은 나이프를 꽉 움켜쥔다.
촉수 중 하나가 유하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간다. 끈적하고 차가운 감촉에 유하는 몸서리친다.
**망자**: (문 너머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 보고… 싶다… 엄마… 아빠…
**유하 (내레이션)**: 놈들은… 기억을 탐한다. 과거의 상처를… 가장 아픈 곳을 긁어내서… 영혼을 오염시키는 거지.
**[ACTION]**
망자의 촉수 하나가 벽에 닿는다. 닿자마자, 촉수 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벽에 기이한 문양이 빠르게 새겨진다. 아까 유하가 주운 돌멩이의 문양과 흡사하다. 문양 주변의 벽은 검게 변색되며 썩어 들어가는 듯하다.
**유하 (경악하며)**: 이럴 수가… 망자들이… 저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ACTION]**
그때, 유하의 주머니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아까 주웠던 검은 돌멩이에서 나는 빛이다.
돌멩이의 문양이 옅게 빛나며, 벽에 새겨진 문양에 반응하는 듯하다.
망자는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문에서 떨어진다.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SOUND]**
* (SFX) 망자의 고통스러운 비명. 꿰엑-!
* (SFX) 쿵! 망자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
* (BGM) 순간적으로 정지하는 듯한 BGM. 그리고 다시 느리게, 불길하게 흐른다.
**[ACTION]**
정적이 흐른다. 망자의 웅얼거림도, 비명도 들리지 않는다.
유하는 지친 몸으로 주저앉는다. 심장이 여전히 격렬하게 뛰고 있다. 손에는 여전히 푸른빛을 내는 돌멩이가 들려 있다.
그녀는 돌멩이의 문양과 벽에 새겨진 문양을 번갈아 본다.
**유하 (내레이션)**: 이건… 놈들을 쫓아낸 건가? 아니면… 놈들을 끌어들이는 건가?
**[SCENE #5]**
**장소:** 창고 내부 – 해 질 녘
**시간:** 밖의 잿빛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며, 창고 안도 어둑해진다.
**[ACTION]**
유하가 창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방호복은 먼지로 뒤덮여 있고,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다.
그녀는 손에 들린 돌멩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푸른빛은 이제 희미해져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까 주웠던 낡은 지도 조각을 꺼내 돌멩이 옆에 놓아본다. 지도 조각의 희미한 표시와 돌멩이의 문양이 묘하게 일치하는 듯하다.
**[SOUND]**
* (SFX) 창고 안의 적막함. 멀리서 바람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온다.
* (BGM) 고요하고 불안한 BGM.
**유하**: (나직하게) 정화 구역… 그곳에… 이 돌멩이와 같은 문양이 있었다고 했지… 라디오 신호에서.
**[ACTION]**
유하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희망, 절망, 그리고 강렬한 의지.
**유하 (내레이션)**: 살아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설령 그 길이… 또 다른 심연으로 이끌지라도. 이 돌멩이가… 내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이 될 수도, 혹은… 가장 치명적인 저주가 될 수도 있다.
**[ACTION]**
클로즈업: 유하의 손에 들린 돌멩이와 지도 조각. 돌멩이의 문양이 희미하게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지도 조각의 한 지점을 가리키는 듯하다.
유하가 지도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SOUND]**
* (BGM) 어둡고 강렬한 현악기 소리가 점차 커지며 다음 화를 암시하는 듯 끝난다.
**[장면 전환 – 페이드 아웃]**
**— 1화 끝 —**
